대책발표 직전 대비 수억원 상승거래 늘어
추가대책 예고가 매수심리 더욱 자극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집값을 둘러싼 정책과 시장 간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정부의 초강력 대출규제가 나온 지 50여일 지난 가운데 신고가 거래사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 실거래가 등재, 시장 분위기 반영 늦지만 이미 신고가 거래 등재 다수
2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및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 11차 전용 171㎡는 지난달 중순 100억원에 손바뀜됐다. 동일 면적 매물이 지난 4월 역대 최고가인 90억2000만원에 거래된 것에 견주어봤을 때 10억원 가까이 오른 값이다.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91.93㎡도 6·27 부동산대책 전 44억원에 거래된 것이 대책 후에는 45억원으로 올랐다.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113㎡도 이달 44억9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는데 대책발표 직전인 6월 대비 2억4000만원이 뛰었다.
슬그머니 집값이 오르는 건 강남구 뿐만이 아니다. 서초구에서는 방배그랑자이 전용 84㎡가 34억원으로 대책이 공개되기 전에 비해 3억5000만원이 뛰었다. 송파구에서는 재건축 대장주인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가 45억2500만원으로 신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밖에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과천시 원문동 등 경기권 핵심단지에서도 최고가 기록이 잇따르는 등 신고가 거래 지역은 서울을 넘어 경기권으로까지 갈수록 확산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등재 시스템에 기록된 거래가격도 이미 6·27 부동산 대책 직전 거래가 기록을 넘어선 사례가 다수다. 그러나 실거래가 신고는 거래일 기준 최고 한 달간의 시차를 두고 반영이 될 정도로 늦어 급변하는 시장의 분위기를 모두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일선 현장에서는 8월 중순 전후 거래건은 전고점을 이미 찍은 실거래가 등재 가격 대비 더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일례로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는 이달 초 이미 33억원에 최고가 거래가 성사됐지만 중순 접어들며 34억5000만원에 매매되며 새 기록을 쓴 사례가 다수의 공인중개업소를 통해 전해진다. 반포동 반포자이 역시 국민평형이라 불리는 전용 84㎡는 대출규제 직전인 지난 6월 45억7000만원에 거래된 게 지난달 47억5000만원, 50억원에 실거래 등재된 데 이어 최근에는 52억원에 매수 체결됐다. 대출한도를 최고 6억원으로 옥죄었지만 숨을 고를 틈도 없이 오름세를 이어온 것이다.
정부 대책이 잉크도 마르기 전에 다시 오름세 보이는 것을 두고 6·27 대책의 시장 쇼크는 없었고 맷집만 강해졌다는 평이 나온다. 송파구 잠실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시장참여자들 입장에서는 자고 일어나면 1억원씩 오르던 올해 초 폭등장의 기억이 너무 강력한데 더 떨어질 수가 있겠나”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6·27 대책 발표 직후인 6월 다섯째 주(6월 30일 기준) 이후 서울 아파트 집값 상승세는 다소 둔화됐으나 하락은 없었다.
◇ 추가대책 예고가 매수심리 되레 자극···추격매수 주의해야
이처럼 국토부 실거래가에 신고가 사례가 잇따르면서 정부는 추가 대책을 예고한 상태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종합적 부동산 공급대책을 늦어도 9월 초에는 발표하겠다는 일정을 밝혔다.
하루 뒤인 지난 20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주거 복지에는 수단이 제한돼선 안 된다며 “집값 잡는 데 세금을 쓰지 않는다는 건 오산”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의 발언은 추가 대책을 내놓을 때 세금을 통한 수요 억제책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부의 추가대책 예고에 시장참여자들은 더욱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자칫 부동산 종합대책 발표 이후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현행 6억원보다 더욱 축소하는 방안이 담길 것을 우려하며 매수 움직임이 활발해진 것이다.
다만 가격이 오름세를 보인다고 해서 추격매수를 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6·27 부동산대책도 발표 하루 뒤인 28일부터 적용이 되면서 자금 계획이 틀어진 매수자들이 계약금을 날리며 계약을 취소한 사례가 다수”라며 “정부 대책발표가 임박했을 땐 발표 후폭풍에 대한 움직임까지 계산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