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팅하우스와의 협상 내용 흘러나오며 투매
끝물 출시 논란 속 반전 이뤄낼지 관심 모여
증권가선 긍정적 전망···미국과 협력 소식에 낙폭 축소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원전(원자력 발전) ETF(상장지수펀드)들이 상장하자마자 당혹스러운 상황을 맞았다. 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원전 기업 웨이팅하우스의 협상에 일부 불리한 내용이 있다는 점이 흘러나오면서 원전 관련주들이 급락한 것이다.
다만 여전히 원전 수요가 높다는 측면에서 다시금 해당 ETF가 조명받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20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전날 출시한 ‘SOL 한국원자력SMR’, ‘TIGER 코리아원자력’ ETF가 상장일 하락 마감했다. SOL 한국원자력SMR ETF는 기준가 대비 6.3%, TIGER 코리아원자력 ETF는 5.52% 내렸다. 이날 역시 하락 출발하며 2거래일 연속 약세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원전 테마와 관련된 악재가 부각된 점이 해당 ETF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전날 언론 보도를 통해 지난 1월 체결한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과 웨이팅하우스의 협상 내용 일부가 전해졌는데, 우리나라가 원전을 수출할 때 1기당 1조원가량을 미국 웨스팅하우스에 제공해야 하고 일부 시장에는 진출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이로 인해 대장주로 꼽히는 두산에너빌리티는 전날 정규장에서 8.6% 하락했고 애프터마켓에서는 장중 17.47%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SOL 한국원자력SMR ETF는 두산에너빌리티를 가장 높은 비중인 22.39%로 편입했고 TIGER 코리아원자력 ETF도 두산에너빌리티의 비중이 26.5%로 가장 크다.
그동안 종종 ETF가 출시될 때 이른바 ‘끝물 논란’이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ETF의 운명이 주목된다. 상품 기획과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 때문에 섹터 사이클이 막바지에 접어들 무렵에야 ETF가 출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3년 말 출시된 2차전지 관련 상품으로, 당시 출시된 2차전지 ETF는 2차전지주의 하락세에 한동안 기준가를 회복하지 못했었다.
다만 원자력 테마가 이제 시작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ETF가 빛을 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원전 르네상스는 이제 초입이고 글로벌 고객들은 한국의 제작과 수행능력을 필요로 한다”며 “올해 하반기, 연말부터 글로벌 파트너십의 성과를 보여줄 현대건설과 두산에너빌리티의 좋은 매수 기회라 판단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하루 만에 긍정적인 소식들도 전해지고 있다. 오는 25일(현지시간)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원자력 발전 협력 강화를 논의할 것이라는 점이 이날 언론 보도를 통해 전해진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웨스팅하우스가 ‘조인트 벤처’(합작 투자) 형식으로 미국 원전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이 협의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국내 원전 산업 가치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미 이 같은 심리가 반영되며 관련 ETF는 이날 낙폭을 축소했다. SOL 한국원자력SMR ETF는 이날 장중 9.61%까지 하락했으나 장 막바지 들어 1%대 하락으로 하락 폭이 줄었다. TIGER 코리아원자력 ETF도 이날 장중 10% 넘게 내렸다가 3%대로 낙폭이 축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