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서 벤츠 EQE 전기차 폭발 사고
허위 배터리 광고·딜러 허위 교육···공정위 제재 사유 두 갈래
서울중앙지법 집단소송서 고의성 입증 자료로 작용 가능성

지난 8월8일 오전 인천 서구 한 공업사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벤츠 등 관계자들이 지난 1일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에 대한 2차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지난해 8월 인천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벤츠 EQE 전기차가 충전 중 폭발해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차량 30여 대가 전소하고 수십억원의 재산 피해가 뒤따른 이 사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안전성 논란에 불을 지폈다. 사건 발생 1년 만인 지난 1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벤츠코리아에 표시광고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허위 배터리 정보 제공과 딜러 허위 교육이 핵심 위반 사유로 적시되면서,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인 EQE 차주 집단소송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벤츠코리아가 자사 전기차 전 모델에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 제품이 장착된 것처럼 광고했으나 실제로는 10위권 업체인 파라시스(Farasis) 배터리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 또 제휴 딜러사에까지 허위 내용을 교육해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달되도록 한 행위도 문제 삼았다. 단순 광고 오류가 아니라 조직적 기만 행위라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민사소송 ‘고의성·기만성 입증’에 직격탄

EQE 차주들을 대리해 소송을 제기한 하종선 변호사(법률사무소 나루)는 “딜러 교육까지 허위로 했다는 점은 허위 광고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며 “저가 배터리를 고가 제품처럼 속인 점, CATL과 파라시스의 원가 차이 조사 결과 등이 기만성을 판단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벤츠코리아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 원고들은 독일 본사(MBAG), 한국 수입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 딜러사, 벤츠파이낸셜서비스 등 리스사까지 피고로 포함시켰다. 청구 구조도 ▲사기·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허위광고에 따른 손해배상 ▲결함 은폐에 따른 징벌적 손해배상 등 세 갈래로 구성됐다. 특히 차량당 배터리팩 교체비용이 7000만원에 이르는 만큼, 법원이 결함 은폐를 인정하면 자동차관리법상 최대 5배까지 배상 책임이 확대될 수 있다.

◇딜러 교육 정황, 조직적 기만 판단 근거

벤츠는 과거 공식 세일즈 매뉴얼을 통해 딜러사에 CATL 배터리 장착 사실을 강조하도록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자료인 ‘2023 EQ 세일즈 플레이북’에서 해당 내용이 확인됐으며, 공정위도 이를 제재 사유 가운데 하나로 적시했다. 하종선 변호사는 “이 같은 내부 자료는 허위광고가 단순 실수가 아니라 체계적으로 진행됐다는 방증이다”며 “소비자 기만 행위라는 점이 민사재판에서도 입증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아직 공정위 제재는 최종 확정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 심사보고서 발송 이후 벤츠코리아의 답변 절차가 남아 있고, 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과징금 부과 등 구체적 제재가 확정된다. 과징금은 매출액의 2~4% 수준까지 부과될 수 있어, 결과에 따라 벤츠코리아의 재무적 부담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벤츠코리아는 그간 내부 오류나 단순 실수라고 해명해왔지만, 공정위가 ‘조직적 기만 행위’로 판단하면서 방어 논리는 설득력을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 과징금까지 겹치면 평판 리스크와 재정 압박이 커져 원고 측과의 합의 압박도 한층 강해질 전망이다. 하종선 변호사는 “공정위 제재가 확정되면 소송 참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번 공정위 제재 착수와 관련 회사 측은 “공정위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다”고 밝혀왔다. 이어 “메르세데스-벤츠는 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협조해 왔으며, 당사는 앞으로도 조사에 협조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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