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상품 중에선 48% 넘는 성과도 나와
일부 기업 호실적, 중국 리튬 구조조정 등 호재 영향
장기적인 상승 위해선 전기차 시장 회복 필요 의견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바닥을 기던 2차전지 ETF(상장지수펀드)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일부 2차전지 기업에서 호실적이 나온 데다 중국의 리튬 생산 구조조정과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 확대 기대감이 투심을 녹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추세 지속을 위해선 최대 전방 시장인 전기차 시장의 수요 회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2차전지 산업에 레버리지로 투자하는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 ETF는 지난 13일 기준 3분기 들어 48.0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50%에 가까운 상승률을 보인 것으로, 이는 전체 ETF 중에서 가장 좋은 성적표다.

레버리지 상품이 아닌 일반 ETF에서도 2차전지의 강세가 관찰됐다. 2차전지 소재 관련주에 투자하는 ‘KODEX 2차전지핵심소재10’, ‘TIGER 2차전지소재Fn’ ETF는 같은 기각 각각 27.67%, 27.3% 수익률을 냈다. 이는 전체 ETF 중에선 4위와 5위의 기록이다. 레버리지 상품을 제외하면 2위와 3위의 성적표다.

이밖에 ‘SOL 2차전지소부장Fn’, ‘BNK 2차전지양극재’, ‘KODEX 2차전지산업’, ‘TIGER 글로벌리튬&2차전지SOLACTIVE(합성)’, ‘TIGER 2차전지테마’ 등 ETF도 20%가 넘는 성과를 내며 수익률 상위권에 포진했다.

올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힘을 쓰지 못한 2차전지 ETF가 상승세를 보인 배경에는 우선 일부 기업의 호실적이 자리 잡고 있다. 대표적으로 양극재 관련 기업인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2분기 49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는데, 증권가에선 이를 두고 업황이 바닥을 지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다.

중국의 리튬 생산 축소도 2차전지 업종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지난달 장거광업의 차얼한(Qarhan) 염호 가동이 중단된 데 이어, CATL이 운영하는 중국 장시성 이춘의 젠샤워(Jianxiawo) 리튬 광산도 최소 3개월간 생산이 멈추게 됐다. 이는 중국 정부가 최근 광산 허가 제도 개편과 산업 구조조정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로 해석됐다.

전방 산업 중 하나인 ESS 시장이 확대도 기대감을 높인 요소였다. AI 시장 성장에 따른 에너지 수요 확대로 인해 ESS 시장 확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미국 ESS 시장 규모는 지난해 789억달러(109조원)에서 오는 2034년에는 3055억달러(421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추세적인 상승을 위해선 최대 전방 산업인 전기차 시장의 회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2차전지가 오를 만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던 것은 결국 과거 엄청난 성장을 가능케 했던 전기차 시장의 더딘 회복에 있었다”며 “2차전지에 대한 투자심리가 완연히 개선되기 위해서는 결국 전기차 시장에서 ‘케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극복과 관련된 신호가 나올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7월 1일~8월 13일 기준. / 표=김은실 디자이너.
7월 1일~8월 13일 기준. / 표=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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