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바이오, CB 발행으로 R&D 강화
다중항체 기반 신약 개발 변모 시동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와이바이오로직스가 차세대 신약 플랫폼인 다중항체 기반의 연구개발(R&D) 전략을 본격화한다. 상장 이후 첫 전환사채(CB) 발행과 정부 지원과제를 통해 총 500억 원 규모의 연구개발 자금을 확보하며 임상 진입 및 기술이전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와이바이오로직스가 연구자금을 수혈하고자 총 350억원 규모의 제 1회차 사모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대규모 자금 조달했다. 상장 당시 공모액 135억원의 세배 가까운 자금 조달이다. 이번 CB에는 바이오 투자 전문 벤처캐피탈(VC)인 아주IB투자, DSC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 인베스트먼트 등이 대거 참여했다.
와이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총 350억원은 전부 연구개발 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각 파이프라인에 투입해 새로운 기술이전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다. 이번 CB 발행은 지난 2023년 12월 코스닥에 상장한지 약 1년 반만의 첫 자금 조달로 알려졌다.
와이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이번 CB에는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탈과 증권사, 자산운용사들이 참여했다”며 “IPO 당시에는 개인투자자 중심으로 관심을 받았다면 기관투자자로 투자 대상이 늘어났다”고 언급했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항체 디스커버리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후보항체 개발에 전문성을 두고 있다. 주요 사업모델은 항체 후보물질을 개발해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하거나 공동 개발, 개약 연구 서비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자체 보유한 항체 디스커버리 플랫폼 기술로는 ‘Ymax-ABL’, ‘Ymax-Nano’ 등이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총 9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주목받았다. 현재 R&D 협업 중인 기업은 국내 인투셀, HK이노엔, 앱티스, 이뮨온시아, 유빅스테라퓨틱스 등 총 14곳으로 전해진다.
◇ 다중항체 중심 R&D 전략 전환
최근에는 공동연구 계약 시 후속개발에 참여해 높은 수익 비율을 배분 받는 방식으로 전략에 변화를 주고 있다. 또한 지난해 넥스트 키트루다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며 단일 면역항암제에서 다중항체-사이토카인으로 신약 개발 전략을 선회했다. 기존에는 단일항체 후보물질인 ‘YBL-006(아크릭솔리맙)’ 개발에 집중해 왔다.
이는 항암 신약 R&D 글로벌 트렌드가 다양한 항체를 동시에 타깃해 더 높은 효능을 얻을 수 있는 다중항체 기반으로 흘러가는 시장 상황을 반영한 조치다. 실제 와이바이오로직스는 다중항체-사이토카인 융합체로 구성된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에 집중하며 임상 개시를 준비하고 있다.
아크릭솔리맙 기반 이중항체에 사이토카인을 융합한 ‘Multi-AbKine’ 플랫폼을 구축해 해당 플랫폼으로부터 3가지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중점적으로 개발 중인 후보물질은 ▲PD-1 x VEGF x IL-2 ▲PD-1 x LAG3 x IL-2 등이 있다.
차세대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으로는 고형암 타깃의 ‘AR170’, ‘AR166’가 있다. CB로 조달하는 자금 중 AR170와 AR166에 각각 150억원, 95억원이 임상 개발에 투입될 예정이다.
AR170은 삼중 기전의 다중항체·사이토카인 융합체다. PD-1 항체에 내성 및 불응성을 보이는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 효과를 확인할 계획이다. AR166은 PD-1 항체가 거의 듣지 않는 고형암 MSS형 대장암 등 특정 암종을 타깃해 개발되고 있다.
◇ 정부과제 수주로 추가 유동성 확보
또한 지난달에는 산업통상자원부 바이오산업기술개발 국제공동개발 과제비 61억5000만원, 바이오특화단지 과제비 58억원을 더한 총 119억5000만원 규모의 정부 지원 과제에 선정된 바 있다.
CB로 조달된 350억원과 정부 과제 지원금 약 120억원을 추가 확보하게 되면서 올해만 약 500억원 가량의 유동성이 수혈됐다. 이로써 최소 2년 이상 가용할 수 있는 신약 개발 여건이 조성됐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아울러 와이바이오로직스는 신약 연구 자금 조달과 별개로 매년 적자 규모를 줄여 재무적인 안정감을 쌓겠다는 목표도 강조하고 있다. 항체 기술이전뿐만 아니라 계약 연구 서비스 매출을 늘려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까지 전체 매출에서 절반 이하의 차지했던 계약연구서비스 매출은 올해 1분기 기준 75%로 늘어났다. 연간 영업손실은 2022년 188억원, 2023년 101억원, 지난해 84억원으로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와이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 빅파마들이 이중항체 기술과 신약후보물질 발굴에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더 진화한 다중항체 기반으로 기술 범위를 늘리려고 한다”며 “기존엔 기술이전 사업 모델이 기존엔 항체 위주였다면 신약 개발로 연구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 골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더 고도화된 기술 확보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자금 조달이 필요했고, 정부 과제 수주까지 진행되면서 약 500억원의 실탄이 유입됐다”며 “연구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마련되면서 전임상 단계에 있던 후보물질들의 임상 전개에도 힘이 붙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