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CR 2025 미국 시카고서 25~30일 개최
항암 시장 선도, 국내 ADC 개발 성과 관심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이달 열리는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5)에서 차세대 ADC(항체약물접합체) 개발 전략을 공유할 방침이다. 항암 시장에서 ADC 치료제는 가장 주목받는 분야로 여겨지는 만큼 글로벌 무대에서 임상 성과를 공유하고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25일부터 30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AACR에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신규 ADC 후보물질 개발과 관련해 초기 임상 성과를 공유할 예정이다. AACR은 주로 전임상 또는 초기 임상 단계의 신약 후보물질 데이터를 처음 공개해 기술이전 또는 공동개발 등 글로벌 빅파마와의 파트너십을 모색할 수 있는 자리다. 특히 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ADC 파이프라인들도 다수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는 와이바이오로직스, 피노바이오, 펩트론, 지놈앤컴퍼니 등이 AACR에서 ADC 신약 및 플랫폼 개발 전략과 비전 발표를 앞두고 있다.
먼저 와이바이오로직스는 pH-감응 항체 기반의 차세대 항체약물접합체(ADC) 연구 성과를 포스터 발표할 계획이다. pH-감응 항체의 원리와 이를 ADC에 적용했을 때 혈중 안정성 및 종양 내 ADC 분포율이 개선된다는 내용의 연구가 발표의 핵심이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산성 조건에서 주로 활성을 보이는 항체를 선별하는 ‘pH-감응 항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관련 파이프라인으로는 pH-감응항체 기반 ADC인 ‘AR153’을 전임상 단계에서 개발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ADC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가 공동 개발한 ‘엔허투’의 대성공으로 임상 연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다만 독성 반응에 따른 부작용은 신규 ADC 치료제 개발에서 기업들이 풀어야할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빅파마를 비롯해 전 세계 바이오 기업들은 ADC의 독성을 줄이기 위해 안정적이고 표적세포 특이적으로 약물을 방출하는 링커 기술, 낮은 용량에서도 우수한 세포사멸효과를 갖는 페이로드(약물) 기술 등의 연구를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다만 와이바이오로직스는 항체의 표적 선택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판단했다.
와이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일반 항체는 약산성과 중성에 관계없이 항원에 잘 결합해 종양 조직뿐 아니라 정상 조직에도 독성을 일으킬 수 있다”며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pH-감응 항체는 표적 항원이 정상 조직과 암 조직 양쪽 모두에서 발현되더라도 정상 조직의 항원에는 결합하지 않고, 암 조직 항원에만 결합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따라서 정상 조직에서 독성을 줄일 수 있다는 갓이 장점”이라고 언급했다.
피노바이오는 AACR에서 차세대 ADC 링커 기술 ‘PINOT-Linker’가 적용된 ADC의 안전성 개선 및 병용 전략에 대한 연구 결과를 포스터로 발표할 예정이다. PINOT-Linker란 ADC에서 자주 발생하는 간질성 폐질환(ILD)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개발된 ADC 링커 기술이다. 링커의 친수성과 안전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피노바이오 관계자는 “전 세계 기업들이 간질성 폐질환 발생률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기술 개발 시도에 나서고는 있지만, 실질적인 개선 효과가 보고된 사례는 드물었다”며 “AACR에서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하고 있다는 점을 어필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이 밖에도 지놈앤컴퍼니는 AACR에서 ADC 항암 파이프라인으로 ‘GENA-104 ADC’ 연구 결과 를 발표한다. GENA-104 ADC는 신약개발 플랫폼 ‘지노클’을 통해 발굴한 ADC 치료제다.
지놈앤컴퍼니 관계자는 “AACR에서 주요 파이프라인 연구 결과 알리고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를 준비할 방침”이라며 “ADC용 항체를 넘어 링커와 페이로드를 결합한 ADC 치료제를 매개로 지난해와 올해에 이어 세 번째 기술이전을 성사시키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펩트론은 AACR에서 자체 항암 플랫폼 ‘IEP(Internalization Enhancement Peptide)’ 성과를 공유할 예정이다. 펩트론에 따르면 IEP는 MEP(Micro Exon Peptide) 기반의 세포 내재화 촉진 펩타이드 기술이다. 기존 항체-약물 접합체(ADC)의 내제화 저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ADC는 항체의 표적 특이성과 강력한 세포 독성 약물을 결합해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차세대 항암 기술이다. 기존 항암 치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유망한 분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에이비엘바이오, 리가켐바이오 등이 차세대 ADC 후보물질과 플랫폼으로 빅파마와 기술 거래를 성사시키며 시장 분위기를 선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후발 기업들의 개발 성과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지면서 이달 열리는 AACR 발표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황주리 한국바이오협회 교류협력본부장은 “AACR은 주로 초기 임상 단계에서 성과 교류가 이뤄지는데 ADC 항암제는 다른 종류의 바이오의약품보다 개발비가 월등히 높아, 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기술수출 수요가 높다”며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이번 학회를 통해 글로벌 파트너사를 모색하고 기술이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전 세계 수 많은 기업들이 ADC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만큼 상대적으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링커 기술과 페이로드가 더 강력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