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관세 이중 악재에 기술주·은행주 줄줄이 하락
“구조적 둔화 현실화”···시장, 연준 피벗 기정사실화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뉴욕증시가 급격히 하락했다. 미국의 고용 시장이 빠르게 식고 있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단행한 대규모 관세 인상 조치가 겹치면서다. 시장은 이번 사태를 일시적 조정이 아닌 구조적 전환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연준의 통화정책 피벗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고용 부진·관세 불확실성에 3대 지수 급락
1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주요 지표 악화와 정책 불확실성이 겹치며 대폭 하락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42.10 포인트(–1.23%) 하락한 4만3588.58에 마감했다. S&P500지수는 100.01 포인트(–1.60%) 떨어진 6238.01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64.25 포인트(–2.24%) 급락한 2만650.13에 장을 마쳤다.
S&P500과 나스닥은 각각 5월, 4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최근까지 이어지던 상승 랠리의 피로감과 정책 불확실성이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발표된 고용지표는 시장에 결정타로 작용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7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7만3000명 증가에 그쳤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10만~11만명)를 크게 하회한 수치다. 5월 일자리 증가폭은 기존 14만4000명에서 1만9000명으로, 6월은 14만7000명에서 1만4000명으로 각각 하향 조정됐다. 실업률도 전월 4.1%에서 4.2%로 상승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과 건설업, 소매업 고용이 정체 또는 감소세로 전환됐다.
조 브루셀라스 RSM US 수석이코노미스트는 CNN와 인터뷰에서 “이번 고용 보고서는 팬데믹 이후 가장 충격적인 주요 지표”라며 “노동시장이 식고 있다는 징후는 이미 5월부터 있었지만 이제야 수치로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관세 폭탄’ 재가동…공급망 불확실성 자극
고용 쇼크에 더해진 두 번째 악재는 관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69개 경제주체에 대한 관세율 조정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특히 제3국을 경유한 제품에는 최대 40%의 추가 관세가 적용된다. 캐나다산 제품에 대한 관세는 기존 25%에서 35%로 인상됐다.
시장에서는 관세 조치가 기업 비용 부담을 키우고 공급망 차질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0으로 집계돼 5개월 연속 위축 흐름을 보였다. 생산 활동은 일부 개선됐지만 고용과 신규 주문 부문은 악화됐다.
◇‘빅테크·은행주’ 직격탄…아마존 8%↓
주요 기술주들이 특히 큰 타격을 받았다. 아마존은 클라우드 사업의 수익성 우려로 8.27% 급락했다.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으로 불리는 빅테크 주식들도 일제히 하락했다. 애플(-2.50%), 메타(-3.05%), 구글(-1.51%), 테슬라(-1.84%) 등이 모두 약세를 보였다.
은행주 역시 경기 둔화 우려로 큰 폭 하락했다. JP모건(-2.32%), 뱅크오브아메리카(-3.41%), 웰스파고(-3.53%) 등 주요 은행들이 일제히 내렸다. 금융권에서는 "경기 둔화로 인한 대출 부실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장 반응은 ‘패닉’…채권·달러·유가 동반 출렁
금융시장 전반이 패닉 상태에 빠지면서 각종 지표들이 요동쳤다. 2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은 전일 대비 27bp 하락한 3.68%를 기록했다. 10년물 수익률은 4.21%(–15bp)로 떨어졌다.
달러화는 약세로 전환됐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8.6으로 1.4% 하락했다. 상품시장도 불안정했다. 국제유가는 경기 침체 우려로 브렌트유 기준 67.33달러(–2.79%)까지 하락했고, 금값은 온스당 3,348.71달러로 1.78% 상승했다. 변동성 지수(VIX)는 21.89% 급등한 20.38을 기록해 6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고용 지표 충격으로 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CME 그룹의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9월 25bp 금리 인하 확률이 전날 37.7%에서 86%로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고용 시장 악화에 대응해 보다 적극적인 통화정책 완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고용 지표에 따라 정책 피벗이 가속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