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 요청 성실히 협조···공정 조사 기대
편법 증여·배임 의혹, 경찰 본사 압수수색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탑텐·지오지아 등 브랜드로 알려진 패션기업 신성통상이 오너 일가의 자사주 증여, 고가 매각 정황 관련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최근 서울 강동구 신성통상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2021년 9월 관계사 가나안이 당사 주식을 매입한 거래의 적정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신성통상의 지배구조는 비상장사인 가나안이 지분 53.94%를 보유하며 최대주주로 자리하고 있다. 가나안은 염태순 회장의 장남 염상원 이사가 82.43%의 지분을 보유한 사실상 가족 회사다. 그 외 계열사 에이션패션(23.22%) 및 염 회장의 세 딸이 각각 5.3%씩 보유하고 있다. 염 회장 본인의 지분은 2.21%다.
염 회장은 지난 2021년 세 딸에게 자사주 각각 약 4%(574만여주)를 증여했다. 당시 주가는 2645원이다. 이후 가나안은 자녀들이 보유한 주식을 주당 4920원에 일괄 매입했다. 이는 증여 당시 시가보다 50% 이상 높은 가격으로, 자녀들은 이 거래를 통해 총 22억원 상당의 차익을 얻었다. 지난해 2월에도 염 회장은 주가가 최저점을 기록하자 이와 유사한 형태로 세 딸에게 각각 2% 추가 증여했다.
신성통상은 당시 가나안은 당사 주식을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 1항(시가의 범위) 및 동법 시행규칙 제42조의6에 따라 거래 당일 종가(4100원)보다 20% 높은 가격(4920원)에 매입했다고 밝혔다. 법인세법상 최대주주간 거래시 20% 할증을 적용하도록 규정된 법령에 따른 가격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특히 신성통상은 지난달 17일, 특수관계인 지분율 95% 이상 확보를 근거로 상장폐지를 공시했다. 업계에선 가나안이 공개매수와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빠르게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신성통상이 상장폐지 이후 쌓인 이익잉여금이 오너 일가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처리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 염태순 회장 일가의 배임·횡령 혐의, 편법 증여 및 불공정 거래 여부, 상장폐지 과정에서의 소액주주 권익 침해 등에 대해 조사 중이다.
신성통상 관계자는 “법과 원칙을 준수하는 투명한 경영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으며 주주와 고객, 시장의 신뢰에 부합하는 지속가능한 경영을 실천 중”이라며 “현재까지 수사기관에서 분석, 조사 중이며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조사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기관의 요청에 성실히 협조하고 있으며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제출해 왔다”면서 “향후에도 조사가 객관저깅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