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광동제약에 도전···경험 없던 생수사업 지원 ‘의외’
120억 묶여 현금 유동성 주목···현금+현금성 자산 190억
의료기기업체 인수 무게중심 관측···제2의 메디쎄이 물색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업계 관심이 집중됐던 삼다수 공급권 입찰에 뛰어든 동화약품이 지난해 11월 의료기기업체 인수를 포기한 지 8개월여만에 사업다각화를 본격 재개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으로 동화약품이 사업다각화를 본격 진행하기 위해선 원활한 현금 유동성이 전제조건으로 파악된다.
25일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날 저녁 6시 삼다수 위탁판매사 입찰 접수가 마감됐다. 향후 4년간 공급권 향방이 결정되는 이번 입찰에는 11개 업체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공급업체인 광동제약 외에 풀무원과 동화약품 등이 도전장을 냈다. 동화약품은 이번 입찰 참여에 대해 사업다각화의 일환이라고만 밝혔다. 동화약품의 삼다수 공급권 도전이 전날 오후부터 알려지자 업계에서 화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10여년간 광동제약 아성으로 거론될 만큼 삼다수 공급권을 특정업체가 점유해왔는데 동화약품이 도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동화약품도 과거 생수사업이나 물사업을 진행한 경험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약업계에 불경기가 확산됨에 따라 내부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현실적으로 의약품 사업 외에 당장 캐시카우가 될 수 있는 사업에 도전하겠다는 회사 의지를 대외적으로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동화약품은 최근 수년간 사업다각화를 강력 추진하다 지난해 11월 의료기기업체 ‘하이로닉’ 인수 포기를 전후로 주춤해진 경향이 파악돼 이번 도전이 주목된다. 동화약품은 지난해 9월 하이로닉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실사를 진행했는데 2개월여만에 인수를 중단하고 포기를 선언한 바 있다. 이에 동화약품이 어느 시점 사업다각화를 본격 재개할지 주목됐는데 이번에 의외로 생수사업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동화약품 사업다각화 핵심은 2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현금 유동성이 중요하다. 업계에 따르면 동화약품은 올 1월 하이로닉 이모 대표와 특수관계인 이모 씨를 상대로 120억원 규모의 계약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즉 지난해 9월 당시 계약금 120억원을 받지 못한 상태로 풀이된다. 이 사안은 동화약품도 인정했다. 현재 이 소송은 1심이 진행 중이다. 자금 공백은 동화약품 현금 유동성에 영향을 줬다. 회사의 올 1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9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말 605억원에서 급감한 수치다. 이같은 현금 유동성 악화 원인으로는 동화약품이 최근 수년간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진행한 인수합병과 지분투자 여파도 꼽힌다.
실제 동화약품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 신규 성장동력 확보에 1400억여원을 투입했다. 주요 투자 사례를 보면 2020년 척추 임플란트 전문 의료기기 ‘메디쎄이’ 인수에 221억원을 사용했다. 2023년 12월에는 TS케어 조인트 스톡에 366억원을 투자, 140여개 체인을 운영하는 베트남 약국 체인 ‘중선파마’ 지분 51%를 확보했다. 지난해 1월에는 셀트리온 일반의약품 4종 인수에 372억원을 투입했다. 당시 인수 품목은 종합감기약 ‘화이투벤’, 비충혈제거제 ‘화이투벤 나잘스프레이’, 구내염 치료제 ‘알보칠’, 비타민D·칼슘 보조제 ‘칼시츄’ 등이다. 여기에 최근 서울시 중구 순화동에 신사옥을 재건축한 것도 유동성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2022년 5월 시작된 신사옥 재건축에 502억원이 투입됐다.
향후 동화약품이 사업다각화 초점을 어디에 맞추느냐도 중요하다. 물론 삼다수 공급권을 확보하면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당초 삼다수 사업설명회에 적지 않은 업체들이 참석했지만 11개 기업이 입찰에 참여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울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돈이 되는 사업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지원한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측은 이번 삼다수 공급권 도전 등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현재로선 동화약품이 의료기기업체 인수에 무게중심을 두고 검토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2020년 인수한 메디쎄이가 실적을 내는 상황에서 추가적 기업 인수를 통해 사업 확장을 도모하고 시너지효과도 노리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실제 메디쎄이는 지난해 매출 255억원에 영업이익 32억원을 기록했다. 3D프린팅 기반 제품 매출은 8억원으로 전년대비 29% 증가하며 미래성장동력으로 부상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메디쎄이 인수에 직접 참여한 윤인호 동화약품 대표가 측근에게 경영을 맡기는 등 애정을 갖고 있다”며 “지난해 일부 실패도 있었지만 숨 고르기를 거쳐 또 다른 의료기기업체 인수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