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자가 총 매매금액 중 부족한 부분에 대해 매도자에게 금전 대여 형식
등기 넘겨받으면서 차용증 쓰고 근저당 설정
추후 이주비 신청하면서 상환 가능, 주택 앞당겨 구입하는 효과

한강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및 한양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한강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및 한양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서울의 초고가 지역에서 규제를 빗겨간 꼼수 거래가 꿈틀대고 있다. 정부가 6·27 부동산 대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하고, P2P와 사업자 대출 등 우회 방안에 대해서도 전수조사를 예고하자 꼼수거래로 규제 회피를 시도하는 것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에는 최근 총 매맷가 대비 초기 투자비용이 수억원 낮은 매물이 나왔다. 정부가 제도권 대출을 묶으니 매도자와 매수자가 사인간 금전형태로 주택을 거래하는 조건인 것이다.

예를 들어 총 매매가액이 40억원이라면 대출 가능한 금액을 제외한 최소금액 34억원은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매수자가 30억원만 보유하고 있다면 6억원을 대출받고 나머지 부족한 4억원에 대해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대여하는 형태다.

등기는 넘겨받는 대신 부족한 금액에 대해 차용증을 쓰고 다달이 매도자에게 이자를 지급하며 못 준 대금에 대해 근저당을 설정하는 것이다.

한남뉴타운 내 대부분 사업장은 1구역을 제외하고 재개발의 7부능선이라 불리는 사업시행인가 전후의 절차를 밟고 있다. 이주 및 철거까지의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는 곧 이주비 신청 및 지급이 머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 시기에 매수자는 이주비를 받아 과거 집주인인 매도자에게 부족했던 매수금액을 상환하는 것이다. 기본이주비는 물론이고 정부가 추가이주비는 제한을 두지 않을 정도로 넉넉히 나와 이전의 채무를 상환하는 데 부담이 없다.

꼼수거래 행태가 아니냐는 질문에 이 지역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묶인 금융권 대출을 피한 사인 간 금융거래이기 때문에 정부의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며 “지금까지 한남뉴타운에서 같은 방식으로 거래된 게 전체의 20~30%는 될 터인데, 지난달 말부터 대출 가능액이 줄었으니 앞으로 유사 형태의 거래비중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강남구 압구정동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거래는 횡행하고 있다. 압구정동 내 특별계획구역 아파트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이기 때문에 매수 시 4개월 이내에 실거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임차인이 껴 있는 매물일 경우에는 ‘매매예약 가등기’ 조건으로 거래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매를 예약하고 1년여 뒤 등, 임차인 계약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에 맞춰 잔금을 치르는 방식이다 보니 초기비용은 적게 든다. 대출의 문턱이 높아졌지만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다. 갭투자가 금지됐지만 사실상 갭투자와 유사한 형태다.

고금리 환경, 민간 분양 위축 등의 영향으로 2026~2027년 입주물량 급감이 예상되면서 공급불안이 집값 재상승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한 한남뉴타운이나 압구정 특별계획구역은 시장의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요는 가장 몰리는 초고가 주택 밀집 지역이다. 상승여력이 충분한 지역의 주택을 매맷값의 일부만 지불하고 앞당겨 거래하는 방식은 소액으로 내집을 미리 잡아두는 효과가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거래가 지속되면 집값 버블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매도자 입장에서는 시세보다 더 높은 가격을 불러도 매도가 쉽게 되는 편이다. 당장 드는 초기비용이 적기 때문에 관심갖는 매수인이 많은 영향이다. 추후 잔금을 치르는 조건으로 시세보다 높은 값에 내놓은 고가 거래가 쌓이며 집값 거품은 형성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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