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매립’ ‘대기 분진’ 등 기타 오염 가능성 추가 판단
임직원 형사책임 입증 관점에선 보수적 판단···무죄 판결 유지
주주대표소송 영향 관심···“회사 책임과 이사 과실 별개 판단”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 인근 카드뮴 오염이 제련소 조업 활동에서 비롯됐다는 법원의 판단이 다시 한번 나왔다. 다만 카드뮴 유출 경위에 대해서는 1심보다 다양한 가능성이 검토되며, 임직원 형사책임 입증 관점에서는 보다 보수적인 판단이 나왔다는 분석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고법 형사1부(재판장 박준용 부장판사)는 지난 17일 환경범죄단속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강인 전 영풍 대표이사, 박영민 대표이사, 배상윤 석포제련소장 등 전현직 임직원 7명과 법인에 대해 1심과 동일하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 2016~2021년 카드뮴 등 유해 물질이 포함된 오염수를 공공수역인 낙동강 수계에 1000차례 이상 누출하거나 방류해 2019~2020년 인근 지하수 2770만ℓ를 지하수 수질기준을 초과해 카드뮴으로 오염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공장바닥 부식 및 균열, 이중옹벽수 균열, 직접 배출 등의 방식으로 카드뮴 오염수가 공장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알면서도 피고인들이 제대로 방지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봤으나, 법원은 공소사실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2심, 폐기물 매립·대기 분진 등 다양한 유출 경로 추가 언급
그러나 재판부는 카드뮴 오염이 석포제련소 조업활동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재차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사저널e가 확보한 2심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석포제련소 주변의 카드뮴 오염 결과가 다른 광산 등의 자연적 원인이 아닌, 제련소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인정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그 근거로는 ▲공장 내외부에서 지속 검출된 고농도 카드뮴 ▲충적층 지질 구조상 오염 지하수가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구조 ▲회사가 작성한 보고서의 분석 결과 등을 들었다. 이는 1심의 판단과도 일치한다. 1심 재판부 역시 “카드뮴 오염 결과는 제련소 조업 활동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2심은 나아가 카드뮴이 어떤 경위로 낙동강에 배출됐는지에 대해 1심보다 더 넓은 가능성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과거 오랜 조업 과정에서 ‘무분별하게 이뤄진 폐기물 매립’으로 인한 토양오염 또는 과거 조업 과정에서 발생한 ‘대기 분진’으로 토양이 오염됐고, 그 오염물질이 지하수를 거쳐 하천으로 유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1970년 가동을 시작한 석포제련소가 1980년대에 이르러서야 공장바닥을 포함한 주요 시설물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했고, 환경오염 등의 문제가 제기돼 환경정화가 이루어진 시점이 2000년 이후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위 기간 중 상당 기간은 환경오염에 대한 인식이 미비해 지속적으로 아무런 오염에 대한 예방 내지 저감 조치 등 없이 오염물질을 토양에 매립하거나 오염수를 유출해 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부지 내 오염원이 없는 석포제련소 사원주택 토양이 카드뮴에 오염됐다는 점은 대기 분진에 의한 오염 가능성의 근거로 제시됐다. 재판부는 “1970년경부터 2015년경까지 발생된 대기 분진만으로도 토양오염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대기 분진은 석포제련소 1, 2공장 부지 내 토양오염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1심이 제시한 '공장 바닥의 구조적 결함'을 통한 유출 가능성보다 한층 넓은 해석으로, 누적된 조업 전반의 영향이 오염에 작용했을 가능성을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인과관계 증명 부족”으로 무죄···이사들 관리·감독 의무 판단은 별개
하지만 재판부는 이 가능성을 피고인들의 무죄의 근거로 활용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에서 전제한 유출 경로 외에도 다양한 오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결국 피고인의 유출 행위와 낙동강에서의 카드뮴 검출 사이에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공장 구조, 환경조사 결과, 지질 특성 등을 종합하더라도 특정수질유해물질이 공공수역에 유출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형사책임은 부정하면서도, 제련소 조업이 낙동강 카드뮴 오염의 근본 원인이라는 점은 재차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향후 영풍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에서 ‘오염 기인성’ 여부를 둘러싼 핵심 증거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영풍 소액주주들이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등 전현직 이사 4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을 대리하는 김선웅 변호사(법무법인 지암)는 “카드뮴 오염에 대한 회사의 책임은 기본적으로 부인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대표소송에서는 이사들이 오염물질 관리·감독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등을 다루게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은 사실오인을 이유로 상고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상고하면 전현직 임직원의 형사책임 문제는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된다. 상고 기한은 오는 24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