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마진 확대로 이자이익 견고한 성장세 지속
홍콩 ELS 대규모 손실 사태 따른 기저효과 작용
DSR 규제 강화 앞두고 주담대 막차 수요 몰린 것도 주효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10조원을 넘어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예대마진 확대로 이자이익이 견고한 성장세를 보인 데다, 지난해 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손실 사태에 따른 기저효과가 실적을 끌어올렸다.
또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 강화를 앞두고 주택담보대출 막차 수요가 몰린 것도 금융지주 수익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15일 금융정보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순익 전망은 10조929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 순익(9조3456억원)보다 8% 늘어난 규모다. 이 전망이 현실화하면 역대 최고 분기 실적을 기록한 2023년 1분기(9조3573억원)를 뛰어넘게 된다.
지주사별로 살펴보면 KB금융지주는 지난해 상반기(2조7744억원) 대비 19.98% 늘어난 3조3286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각각 8.48%, 8.0% 증가해 2조9800억원과 2조2524억원의 순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지주는 대손 비용 상승 영향 등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2.74% 감소한 1조5319억원의 순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역대급 실적 배경에는 이자이익이 급증한 영향이 크다. 4대 금융지주는 1분기에만 10조6419억원의 이자이익을 거뒀는데 2분기까지 더하면 20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출 수요 증가와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금리를 높게 책정해 예대마진이 늘었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상반기는 금융그룹이 이자수익을 증대하기에 유리한 시기가 아니었다. 지난해 10월부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네 차례 연속으로 낮추며 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 하락기에는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빨리 내려가 여신 수익성이 낮아진다.
그러나 올해 주요 시중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에 맞춰 수신금리는 빠르게 내린 반면, 여신금리는 천천히 낮추며 수익 기반을 강화했다. 금융당국이 부채 관리를 강조함에 따라 가계대출 금리를 인하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여기에 홍콩 H지수 ELS 손실 사태에 따른 기저효과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분기 KB금융지주는 핵심 계열사 KB국민은행이 홍콩 H지수 ELS 배상을 위해 시중은행 중 최대 규모인 8620억원의 충당부채를 설정한 바 있다. 신한금융지주도 지난해 1분기 ELS 투자자 피해 배상 충당부채 2740억원을 녹여냈다.
아울러 가계대출 총량이 크게 불어난 것도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월 734조원이었던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6월 755조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6월 한 달간에만 7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7월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앞두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DSR은 개인이 받을 수 있는 대출 총액을 연 소득에 비례해 제한하는 규제인데 3단계가 시행되면서 개인이 받을 수 있는 대출 총액은 기존에 비해 연봉별로 수천만 원 줄었다.
다만 하반기 4대 금융지주가 가계대출만으로 수익을 방어하기는 녹록지 않다.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된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에 따라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총량 목표가 기존 계획 대비 50%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수도권 주담대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수도권 다주택자의 주담대를 전면 금지한 이번 대책으로 금융그룹은 가계대출 외 영역으로 수익을 다변화할 필요가 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반기 실적에는 시장금리 인하 여파, 가계대출 정책 등의 영향과 새 정부의 소상공인 등 금융 취약계층 재무 탕감 등 상생 금융 지원 정책 등이 변수가 될 것"이라며 "비이자이익 확대, 비은행 계열사 실적 등이 실적 성장세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