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국산화, 해외 제품 대비 수명 3배
반도체·이차전지 자동화 장비 수요 대응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LS전선이 반복 구부림에 강한 고유연성(High-Flex) 산업용 USB 케이블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그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고유연성 케이블을 국내 기술로 처음 개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LS전선은 14일 100만회 이상 구부려도 단선이나 성능 저하 없이 작동하는 USB 케이블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산업현장의 기계 움직임에 최적화된 제품으로, 기존 독일·대만산 제품(30만~40만회 내외 수명)보다 내구성이 3배 가까이 개선됐다.
시장에서는 이번 제품 개발의 의미가 단순한 신제품 출시에 그치지 않는다고 본다. 산업용 USB 케이블은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 생산라인 등 고신뢰 통신이 요구되는 자동화 설비에 널리 쓰인다. 특히 IP카메라, CCTV, IoT 기기 등 반복 동작이 잦은 장비에는 내구성 확보가 핵심이다. 그간은 주요 수요를 해외 수입품에 의존해 왔지만 LS전선이 이를 대체할 국산 설루션을 내놓으면서 ‘기술 주권’ 확보에 한 걸음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제품은 데이터 전송 안정성과 함께 국제 인증도 확보했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의 인증을 받았고, 접속력·절연 저항·충격·진동 등 10개 이상의 항목에서 국제 기준을 충족했다. 산업계가 요구하는 ‘기계적 신뢰성’과 ‘품질 일관성’을 모두 갖췄다는 의미다.
제품 개발은 LS전선과 강원전자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LS전선이 설계·생산을 맡고 강원전자가 고객 피드백을 바탕으로 제품 실용성과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방식이었다.
LS전선은 이번 국산화가 산업 자동화 확산 흐름과 맞물려 새로운 ‘B2B 성장축’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제조현장에서의 신뢰 확보가 이어질 경우 국내는 물론 해외 스마트팩토리 시장으로의 진출도 기대해볼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고유연성 케이블 수요는 뚜렷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비즈니스 리서치 인사이트에 따르면 USB 케이블 시장은 2023년 약 175억달러에서 2032년 405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유연성 USB 케이블 시장은 2024년 152억달러에서 2033년 251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LS전선 관계자는 “산업 자동화와 스마트팩토리 확대에 따라 고내구성 USB 케이블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이라며 “스마트 제조 환경에 특화된 고신뢰 데이터 전송 설루션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