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뮴 유출·지하수 오염, 허위보고 혐의
1심은 인과관계·증거 부족 이유 ‘무죄’
오염 인과관계·업무상 과실 쟁점 부각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낙동강에 중금속 카드뮴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영풍 임직원들에 대한 항소심 판결이 오는 17일 선고된다. 1심은 오염 행위의 구체적 입증 부족과 피고인들의 개별 책임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업무상 과실’ 혐의를 추가하며 쟁점을 재구성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성욱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이강인 전 영풍 대표이사 등 전·현직 임직원 7명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을 진행한다. 함께 기소된 영풍 법인에 대한 판단 역시 이날 함께 선고된다. 제련소 운영 주체의 환경관리 책임과 형사적 귀속 범위를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두고 업계와 환경단체의 관심도가 높은 사건이다.
피고인들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약 6년간 카드뮴 등 유해물질이 포함된 오염수를 낙동강 수계에 1000회 이상 누출하거나 방류하고, 이로 인해 2019~2020년 사이 인근 지하수 약 2770만ℓ가 오염시킨 혐의(환경보호법 위반)로 기소됐다. 또 제련소 하부의 오염 토양 약 71만㎥ 중 43%에 해당하는 31만㎥만 관할 지자체에 신고해 오염 규모를 축소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도 받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제련소 운영과 낙동강 카드뮴 검출 사이의 관련성은 인정하면서도, 공소사실로 특정된 유출 행위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유출 경로가 특정되지 않고, 측정된 오염 수치와 피고인의 관리 책임 사이의 직접 연결고리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항소심에 이르러 검찰은 환경관리 체계를 방치한 데 따른 책임을 강조하며 ‘업무상 과실’ 혐의를 예비적으로 추가했다.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이강인 전 대표에게 징역 5년, 박영민 전 대표와 전 제련소장에겐 각각 징역 3년, 나머지 임직원 4명에게는 1~2년의 실형을 각각 구형했다. 영풍 법인에 대해서도 벌금 3000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수질검사와 환경 감시 의무를 등한시한 점, 보고 과정에서 허위 자료를 제출한 점 등을 종합하면 경영진의 관리·감독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사회적 파급력이 큰 중대한 환경범죄에 대해 단호한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피고인 측은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변호인은 “오염 경로 자체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카드뮴 검출 수치 또한 외부 요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이를 근거로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하다”고 반박했다. 또 “수사기관이 제련소 설비 구조를 오인한 채 사건을 기소해 인과관계 판단이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이번 형사사건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인 영풍 이사진을 상대로 한 소액주주의 주주대표소송과도 맞물려 있다. 주주 측은 석포제련소의 오염물질 유출과 허위보고가 경영진의 관리·감독 소홀에서 비롯된 위법 행위라며, 회사가 입은 손해에 대해 이사들에게 배상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될 경우, 민사소송에서도 이사의 충실의무 및 선관주의 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이사 측은 형사기소나 과징금 부과 등 행정 제재가 있었다고 해서 곧바로 상법상 충실의무 위반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