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 배당···이사회 결의 적법성 및 피보전권리 등 심리

/ 사진=태광산업 제공.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태광산업의 교환사채(EB) 발행 계속 여부를 가를 법정 공방이 오는 18일 시작된다. EB 발행 및 자기주식 처분을 위한 이사회 결의의 적법성과 채권자의 피보전권리 인정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 2대주주 트러스톤 자산운용(트러스트)이 태광산업 이사진 5명을 상대로 낸 ‘이사위법행위유지 가처분 신청’ 첫 심문기일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 심리로 오는 18일 오전 10시30분 열린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달 27일 태광산업 이사회 결의였다. 회사는 자사주 27만여 주(지분율 24.41%)를 담보로, 총 3186억원 규모의 사모 EB를 발행키로 결정했다. 이날 이사회는 또 정관상 사업 목적을 확대하는 임시 주주총회 소집 결의도 함께 의결했다.

이에 트러스톤은 이사회 결의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상법 제402조는 이사가 법령에 위반한 행위를 해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우려될 경우, 1% 이상 지분 보유 주주가 이를 중지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영권방어 수단으로의 EB 활용 여부 쟁점

트러스톤은 EB 발행이 형식적으로는 자본조달 수단이나, 실질적으로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3자 배정 유사 행위라고 주장한다. 법률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이사회 결의로 정해야 할 EB 발행 상대방을 대표이사에게 위임한 상법 위반 ▲‘경영상 필요성 없이’ 주주의 EB 인수권을 침해한 상법 위반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24.41%의 자사주를 주당 순자산가치의 25% 수준으로 처분하는 배임적 업무 집행 ▲‘경영상 필요성 없는’ 경영권 및 지배권 방어 목적의 제3자 대상 자사주 매각의 위법한 업무집행 등을 지적한다.

트러스톤은 이사진의 법령 등 위반행위로 회사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다며 상법상 ‘유지청구권’(이사건 피보전권리)을 행사하고, EB 발행이 강행될 경우 자사주 헐값 매각에 따른 막대한 재산상 손실뿐 아니라, 투명성과 책임성을 중시하는 기업지배구조의 훼손, 자본시장에서의 평판 저하 등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태광산업은 이번 이사회 결의가 정관과 상법상 요건에 따라 진행된 정당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EB 발행이 기업 운영을 위한 통상적인 자금조달에 해당하며, 특정 주주의 권리 침해나 경영권 방어 목적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태광산업은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들을 대리인으로 선임했으며, 현재까지 신청서에 대한 답변서는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각 아닌 활용’ 자사주 관행 논란…정부 기조와 충돌

업계 일각에선 태광산업의 최근 자사주 처분 시도가 상법 개정을 앞둔 ‘사전 정리’ 성격 아니냐는 비판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기업들이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해 온 관행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재차 수면 위로 떠오른 셈이다.

자사주는 매입 후 소각을 통해 유통 주식 수를 줄이고, 주주 가치를 높이는 데 활용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소각은 회사 자금을 간접적으로 주주에게 환원하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사주가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일부 기업은 자사주를 장기간 보유하다가 우호 세력에게 넘기거나,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 지분 제휴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런 행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초래하는 구조적 요인이라고 보고, 자사주는 예외 없이 소각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정부의 제도 개선 기조와 기업의 관행이 충돌하면서 태광산업 사례가 상징적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현재 태광산업은 법원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후속 절차를 보류한 상태다. 다만 EB 발행과 별개로 신규 사업 진출 및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는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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