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000포인트 넘어 역대 최고치 도전
“정책 모멘텀 지속, 실적 개선 등 조건 필요”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국내 증시가 3년 6개월 만에 ‘3000피’(코스피 3000포인트) 시대를 다시 열면서 향후 움직임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 상단 예상치를 상향 조정하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일각에선 상장사 실적 개선과 외국인 수급 유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강세 지속은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 ‘3000피’ 원동력 된 정책 모멘텀과 유동성 확대 기대감
코스피가 지난 20일 3021.84로 마감하며 3년 6개월 만에 3000피 시대를 다시 열었다. 코스피 3000은 증시가 장기적인 박스권을 벗어나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는 의미에서 상징적인 숫자로 평가된다. 코스피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단 2거래일 만인 지난달 24일 31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코스피의 강세는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 기대감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코스피 5000’ 시대를 만들겠다고 주장했고, 이를 위한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 확대, 자사주 의무 소각, 저(低) PBR(주가순자산비율) 개선 등이 대표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할인) 해소책이었다.
우선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는 국내 증시의 체질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지수 상승 요소로 꼽혔다. 정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내 증시의 디스카운트(할인) 요인이 최대주주의 이익만 우선시하고 일반 주주이익을 외면하는 경영 행태에 있다고 보고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일반 주주로 확대키로 했다.
자사주 의무 소각과 저 PBR 개선도 시장 기대를 높인 이슈였다. 자사주가 소각되면 전체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어 EPS(주당순이익)가 증가해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지분의 가치가 높아지게 된다. 정부는 최근 상법 개정을 통해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 중이다. 저PBR 개선 역시 상장사 스스로 저평가 해소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지수 상승 요인이 됐다.
이 밖에 유동성 확대 가능성도 3000피 시대를 가능케 한 부분으로 분류된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20조원 이상의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의결했다. 이는 민생 회복과 경기를 부양할 목적으로, 돈이 풀리게 되고 경기가 개선될 경우 결과적으로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다. 게다가 한국은행의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 증시 강세 지속될까···“정책 모멘텀 지속, 실적 개선 필요”
코스피가 3000선 돌파 이후 조정 국면에 돌입하면서 향후 방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증권가에선 증시 부양을 위한 정책 모멘텀이 지속되고 상장사들의 실적이 개선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의 유입으로 증시의 활황이 지속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이에 일부 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 전망까지 수정하고 나섰다.
하나증권은 최근 코스피 예상 밴드 상단으로 4000포인트를 제시했다. 하나증권이 제시한 코스피 4000은 증권사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치이자,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인 3305.21을 훌쩍 뛰어넘는다. 하나증권은 국내 증시를 짓누르고 있는 이슈들이 해소될 경우 낮은 PER(주가수익비율)을 기반으로 추가적인 상승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새로운 정부의 주주환원 기대감,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원화 강세 등으로 글로벌 대비 한국 증시의 최악의 디스카운트(55%)가 해소되고 있다"며 "평균 30% 디스카운트 수준인 코스피 4000(PER·주가수익비율 12.6배)까지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현재 PER은 9.5배 수준이다.
KB증권도 코스피가 추가로 상승할 여력이 남아 있다고 봤다. KB증권은 지난달 25일 내년 상반기까지 코스피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12개월 코스피 목표 지수 밴드 상단을 3700포인트로 상향 조정했다. 같은 달 11일 코스피 목표치를 3240포인트로 제시한 지 2주 만에 올려잡은 것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해당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자본시장 개혁’ 추진은 이번 강세장의 핵심 요인으로 상법 개정, 배당 분리과세 등 포괄적이고 과감한 정책들이 투자자들의 기대를 끌어올렸다”며 “향후 상법 개정 등 정부의 자본시장 구조개혁 정책이 실현되고 한국 증시 밸류에이션의 재평가를 촉발하는 달러 약세 기조가 지속된다면 증시는 추가 상승 여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상장사들의 실적 개선도 강세장의 필수 요소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국내 증시 상승세가 이어지기 위해선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급이 개선돼야 한다. 지난달 25일 이후 지수가 주춤했던 배경에는 외국인들의 연속된 순매도 영향이 있었다”며 “외국인은 글로벌 경기가 상승 사이클일 때,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이 증가세로 돌아설 때 유입됐다는 점에서 주요 상장사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신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