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우성제약 흡수합병 절차 완료
안정적인 매출 기반 확보, R&D 집중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신라젠이 비유동자산을 처분해 현금화한데 이어 최근 우성제약에 대한 흡수합병 절차를 마쳤다. 안정적인 재무 여건을 확보해 항암 파이프라인별 적응증 확장 임상과 연구 활동에 매진하기 위해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신라젠은 지난달 7년간 보유했던 네오이뮨텍 주식을 전량 처분하며 유동성을 추가 확보했다. 또 국내 제약사인 우성제약에 대한 100% 자회사 흡수합병을 진행해 제약 사업에서 매출 기반을 구축했다. 연구개발만 하는 기업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목표에서다.     

현재 신라젠은 항암 신약을 주요 파이프라인으로 두고 있다. 글로벌 임상이 전개되고 있는 품목은 크게 면역항암제 ‘펙사벡’과 진행성 고형암 치료제 ‘BAL0891’로 나눌 수 있다. 펙사벡은 신장암, 흑색종, 전립선암을 대상으로 각각 임상 1, 2상 단계에서 개발 중이다. 차세대 파이프라인으로는 BAL0891을 공략해 진행성 고형암에 대한 미국 1상을 진행하고 있다. 혈액암으로 적응증을 확장하는 등 파이프라인의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신라젠 항암 신약 개발 현황./ 표=정승아 디자이너
신라젠 항암 신약 개발 현황./ 표=정승아 디자이너
신라젠 매출 구조./ 표=정승아 디자이너
신라젠 매출 구조./ 표=정승아 디자이너

주요 매출은 커머스 사업에서만 소폭 나오고 있다. 앞서 신라젠은 2022년 1월 커머스 사업부를 신설해 생활용품, 건강기능식품, 헬스케어 기기 등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다만 매년 대규모 연구개발비용이 집행되면서 연간 영업손실은 200억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신라젠의 매출(커머스 사업)은 2022년 49억원, 2023년과 지난해 39억원, 올해 1분기까지는 11억원이 발생했다.  

신라젠은 커머스 사업과 기술이전만으로는 수익성 개선시키기 어려워지자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하는 우량 자회사를 인수해 재무 불확실성을 해소하겠다는 전략를 세웠다. 지난해 국내 중소 제약사를 인수 후보군에 올렸고, 올해 5월 국내 중소 제약사인 우성제약에 대한 흡수합병 계획을 밝혔다. 지난 1일 우성제약에 대한 흡수합병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면서 제약사업부로 운영할 방침이다.

우성제약의 매출 규모는 연간 80억원 수준으로 3차 병원 등 국내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수액제 공급에 강점을 두고 있다. 신라젠은 우성제약이 개발 중이던 ‘덱시부프로펜’ 수액제 개발에 힘을 실을 방침이다.

신라젠 관계자는 “안정적인 매출 확보에 대한 니즈가 커지면서 우성제약을 흡수합병을 고려하게 됐다”며 “그동안 커머스 매출이 소폭 발생했는데 우성제약이 신라젠 제약사업부로 운영되기 시작하면 커머스 사업은 점진적으로 규모를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성제약 합병은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수단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에는 2018년부터 보유했던 네오이뮨텍 주식(100만주)을 전량 처분해 16억8800만원을 회수했다. 신라젠은 네오이뮨텍이 비상장사였을 당시 약 11억1190만원을 투자해 20만주를 취득했다. 2021년 네오이뮨텍이 코스닥 상장하면서 보유 주식수가 100만주로 늘었다. 결과적으로 7년만에 약 5억5000만원의 차익을 실현한 셈이다. 

이처럼 신라젠의 국내 제약사 흡수합병과 네오이뮨텍 보유 주식 전량 처분은 항암 신약 개발에 쓸 실탄 확보와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신라젠은 지난해 1000억원대 유상증자를 진행하며 자금조달을 추진했다. 올해 1분기 신라젠이 확보하고 있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약 900억원 가량으로 집계된다. 약 3~4년치 운영자금으로 쓰기엔 충분하나 안정적인 매출을 형성해 자금조달 없이도 지속가능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특히 펙사벡에 치우쳐 있던 연구개발 역량을 신규 후보물질로 넓히는 과정에서 연구개발비는 지금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각 파이프라인에 대한 임상이 고도화되면서 비용 확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신라젠이 안정적인 재무 여건 조성과 비유동 자산을 처분해 유동성을 추가 확보하게 된 배경이다.

BAL0891의 경우 고형암 타깃의 미국 1상과 함께 최근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으로 적응증을 넓히기 위한 작업이 시작됐다. 지난 4월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으로부터 급성 골수성 백혈병 임상을 허가 받았다. 지난달 국내에서도 AML 환자 대상으로 BAL0891 임상을 확대하는 임상시험계획(IND) 변경을 승인받았다.

차세대 면역항암제로 ‘SJ-600 시리즈’에 대한 본임상 준비도 진행되고 있다. 현재 고형암을 대상으로 전임상이 완료된 상태다. 

신라젠 관계자는 “올해 3분기부터 우성제약의 매출이 연결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라며 “상장 유지 요건 충족과 함께 기업가치 제고도 기대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펙사벡 글로벌 임상을 비롯해 BAL0891의 적응증 확대, SJ-600 시리즈 임상시험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대내외 불확실성을 줄이고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연구 역량을  강화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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