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인 강남3구, 자금조달계획서 필수
출처 밝히기 어려운 자금은 그간 ‘대출 활용’으로 소명
6·27 대책으로 자금 출처 공개 범위 커진 데 부담 커져

한강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및 한양아파트 전경. 시장에서는 국내 부동산 시장의 최상급지인 해당 지역이 대출규제에도 불구하고 무풍지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대책 발표 이후 이전 대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강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및 한양아파트 전경. 시장에서는 국내 부동산 시장의 최상급지인 해당 지역이 대출규제에도 불구하고 무풍지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대책 발표 이후 이전 대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과 서초구 반포동이 6·27 부동산 대책 이후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 지역은 국내 최상급지인 만큼 대출 규제의 영향을 적게 받을 것이라는 일각의 분석도 있었지만 예상 밖의 전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6 ·27 부동산 대책이 레버리지를 활용해 주택을 매수하려는 고소득자는 물론, 이미 현금이 두둑한 현금 부자의 움직임까지 둔화시키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이 발표된 직후인 지난 주말과 이번주 들어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등 고가주택밀집 지역의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 업계에서는 대기수요가 줄면서 지금의 시세에서 소폭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6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 제한을 골자로 한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에도 15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에 대해 대출규제 금지와 같은 유사한 대책을 시행한 바 있다.

그 당시도 시장에 충격적 대책으로 다가왔지만 강남권 대부분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아니었기 때문에 수요층은 잠시 멈칫하다 이른바 갭투자 방식을 활용해 전세보증금을 안고 주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대출을 활용하지 않고도 최초 매수 자금마련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어서다.

그러나 지금은 지난 3월 말부터 적용된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전역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수요층의 대출 규제 체감 강도는 이전 대비 훨씬 강해졌다. 토허구역 내에서 주택을 매수할 경우 실거주를 해야 하는 만큼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수하는 것이 막힌 것이다.

대출은 최고 6억원까지만 가능해 목돈은 없지만 월 수입이 충분해 상환능력이 되는 이들의 내집 마련 사다리조차 걷어차여진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대출 조이기 정책은 목돈이 부족한 이들 뿐 아니라, 현금 부자들까지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그동안 고가 지역에서는 자금이 충분히 마련돼 있으면서도 대출을 활용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 주택을 매수할 경우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증여나 사업자 법인의 자금을 끌어오는 등 출처를 설명하기 애매한 자금이 섞인 경우 자칫 세무조사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대출 활용 금액이 6억원까지만 가능하면서 고가의 지역, 대형 평형일수록 자금을 소명해야 하는 규모는 커지게 됐다. 일례로 서초구 반포동 대장주라 불리는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는 지난달 72억원에 실거래됐다. 동일평형의 압구정 현대아파트 역시 비슷한 수준의 호가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주택을 매수하기 위해서 6·27 부동산 대책을 실행하기 전에는 풀 대출을 활용하면 LTV(주택담보인정비율) 50%를 적용해 대출 활용을 제외한 약 37억원에 대한 자금 출처만 소명하면 됐다. 그러나 이제는 6억원을 제외한 66억원가량의 자금이 어디서 났는지를 밝혀야만 한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A공인중개법인 관계자는 “6억원 대출 제한은 자금력 부족한 이들은 물론이고, 목돈이 있어도 자금출처 공개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사업가 출신의 매수자나 부모 증여를 받은 젊은층에게도 상당히 부담되기는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세무조사나 과징금 리스크를 안고서까지 주택을 매수하려는 이들은 드물다. 자금 출처를 소명할 필요성이 큰 고가지역이나 대형평형 역시도 대출규제로 매수세가 약해지면서 견고했던 가격이 소폭 하방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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