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업무 도구 넘어 동료로 인식하기 시작
에이전트 사고파는 마켓도 등장
[시사저널e=송주영 기자] “AI는 이미 동료처럼 일할 준비가 됐다. 문제는 데이터를 넘겨줄 시스템의 통합이다.”
이건복 마이크로소프트(MS) 아시아태평양지역 상무는 25일 서울 역삼동 삼정호텔에서 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주관해 열린 ‘AI인사이트포럼’에서 ‘AI 에이전트 활용 전략’을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AI 기술의 진보가 이미 실행의 단계에 도달한 반면 데이터를 넘겨줘야할 기업 시스템은 여전히 분산되고 단절된 채로 운영된단 지적이다.
그는 “AI를 질문에 답하고 문서를 작성하는 것 이상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그러나 시스템 통합이 되지 않으면 AI에이전트는 아무 것도 알수가 없고 아무 일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AI가 검색이나 아이디어 제안을 넘어서 기업 내 동료로 거듭났다.
MS에 따르면 글로벌 AI 활용 ‘탑 10 유스케이스’에서 지난해 1위였던 ‘아이디어 얻기’는 올해 6위로 밀려났다. 대신 ‘테라피·컴패니언십(심리상담 및 동반자 역할)’이 올해 1위로 올라섰다. 사용자들은 AI를 단순한 정보 제공자가 아닌 ‘상담자’, ‘조력자’로 받아들이고 있단 의미다.
특히 AI 네이티브 세대로 불리는 젊은층은 대학 과제를 AI로 작성하고, 사회에 진입한 이후에도 업무의 일부를 자연스럽게 AI에 맡기고 있다.
이들에게 “AI는 헛소리를 한다”는 회의론은 통하지 않는다. ‘엄마 아빠는 모르는 걸 AI는 정확히 알고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AI가 이같이 동료가 됐고 활용 영역도 넓어졌지만 기업의 시스템은 여전히 이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 상무는 “AI에게 소프트웨어를 테스트하고 오류 과정을 수정하라고 하면 AI는 못한다”며 “AI가 멍청한 게 아니라,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테스트, 리포팅, 승인·배포 과정의 정보가 각 시스템에 분산돼 운영되고 심지어 AI 시스템에 연결조차 되지 않아 AI는 단편적인 정보밖에는 얻을 수 없단 것이다.
AI는 기업의 업무 최적화 등 여러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다. 이 상무는 AI를 이용한 업무 최적화 사례도 공개했다.
‘코파일럿’이 사내 회의, 이메일, 팀즈 채팅 등을 모두 뒤져 자신의 업무를 분석해내고 이를 최적화해 내년 계획까지 세우는 과정이다. 이처럼 AI는 업무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실질적인 수행자로 작동한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기업이 문서 저장, 메신저, 이메일, ERP 시스템을 따로 관리하고 있어 AI는 ‘연결되지 않은 방’에 갇혀 있는 셈이다.
이 상무는 “지금 AI의 핵심은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라며 “챗봇은 질문에 답하는 것이 전부지만 에이전트는 직접 실행하는 존재”라며 다양한 활용을 강조했다.
예컨대 신입사원이 휴가 신청을 하고 싶을 때, AI 에이전트는 인사 규정을 조회하고, 시스템에 접속해 신청서를 작성한 뒤 상사에게 승인을 요청하는 것까지 자동화할 수 있다.
AI가 없는 상태에서 신입사원이 휴가를 가려면 옆 동료에게 시스템 사용 방법을 물어야 한다. AI로 자동화하면 휴가 시스템이 어떤 구조인지 알 필요조차 없다.
자동화 기능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중이다. 일본 도요타는 올해 초 AI 에이전트 ‘오베이야’를 개발해 자동차 설계 과정에 투입했다. 다양한 영역이 복잡하게 영향을 받는 설계 과정에서 AI 에이전트를 이용해 설계 변경 시 영향 받을 기능, 규제, 법률까지 자동 검토할 수 있도록 했다.
미팅룸 예약도 에이전트가 처리하는 시대다. AI는 스케줄을 조회하고 공간 가용성을 파악해 자동으로 회의 일정을 세운다. 이 모든 것은 기존의 캘린더, 사내 인트라넷, 인사 시스템 등과 연결돼 있을 때 가능하다.
이 상무는 “툴 사용법을 몰라도 AI는 오토데스크 같은 복잡한 설계 툴을 조작할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하며 설계툴로 직육면체를 그리는 모습을 시연했다.
‘에이전트 스토어’란 개념도 등장했다. 앱스토어처럼 기업이 만든 에이전트를 사고파는 온라인 시장이다. 이미 이 곳에 에이전트를 올려놓는 기업들도 생겨났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I 시장을 겨냥하며 ‘애저 AI 파운드리’를 구축했다. 클라우드뿐 아니라 구축형 환경에도 적용할 수 있으며 가능하며, 비주얼 스튜디오, 깃허브, 파운드리 SDK와 통합해 LLM 기반의 에이전트를 누구나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이 상무는 “LLM을 100% 외산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며 최근 한국형 LLM 구축 시장에 일정 부분 동조하면서도 “국내만이 갖고 있는 데이터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