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원대 유상증자 자금 유입
2년 치 기술이전 공백 메꾸기 주력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지아이이노베이션이 올해 초 진행한 유상증자로 1000억원대 현금을 확보해 연구비 고갈 우려를 떨쳐냈다.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에서 기술이전(L/O) 수요를 끌어내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겠다는 구상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아이이노베이션이 올해 초 111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해 운영비를 수혈했다. 당초 유증 규모는 800억원 수준으로 예측됐으나 주가 상승으로 발행가액이 높아져 목표치보다 약 300억원 이상 많은 자금이 유입됐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의 주요 수익원은 신약 기술이전 계약을 통한 마일스톤 수익과 매출 기반 로열티로 구성된다. 그러나 지난 2년간 기술이전 성과가 나오지 않자 일각에서는 기업 가치에 회의감이 제기됐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지난해까지 총 3건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총 누적 계약 규모는 약 3조원에 육박한다. 첫 기술이전은 지난 2019년 중국 제약사 심시어(Simcere Pharmaceutical)와 이뤄졌다. 면역항암제 ‘GI-101’의 중국 독점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약 9000억원 규모로 넘긴 계약이다. 이어 2020년 유한양행에 알레르기 치료제 ‘GI-301’을 1조 4090억원 규모로 수출하며 글로벌(일본 제외) 판권을 넘겼다. 2023년에는 일본 마루호에 남아있는 GI-301의 일본 내 개발 및 판매 권리를 약 2980억원 규모로 추가 이전했다. 

다만 지난해에는 기술이전 실적이 나오지 않아 매출은 2400만원에 그쳤다. 또 수백억원대 연구개발비도 재무 부담감을 더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이 연간 지출한 연구비는 2022년 560억원, 2023년 401억원, 지난해 343억원을 기록했다. 수백억원대 영업비용이 손실로 반영됐다. 운영비 고갈 우려가 커지자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아이이노베이션 유상증자 자금 활용 계획./ 표=정승아 디자이너
지아이이노베이션 유상증자 자금 활용 계획./ 표=정승아 디자이너
지아이이노베이션 신약 개발 현황./ 표=정승아 디자이너
지아이이노베이션 신약 개발 현황./ 표=정승아 디자이너

올해 초 유증 자금이 유입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올해 1분기 지아이이노베이션의 유동자산은 1232억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약 1138억원으로 집계된다. 2027년까지 쓸 수 있는 자금 여력이 충분해지자 기술이전에 집중해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회사의 주요 수익창출원인 신약 기술이전 방향을 면역항암제로 타깃해 2년간의 기술이전 공백을 메꾸겠다는 전략이다.

기술이전 추진에 앞서 파이프라인 고도화도 지속할 예정이다. 유상증자 자금 중 약 300억원을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인 GI-101, ‘GI-102’, ‘GI-108’ 국내외 임상시험에 투입할 계획이다. 또 신규후보물질 개발과 연구 비용(연구 인력 인건비 포함)으로 약 608억원을 활용할 방침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에 따르면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중 GI-101과 GI-102에 대해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이전 논의를 추진 중이다. 중국 지역 외 전 세계 판권이 남아있는 GI-101는 국내와 미국에서 임상 1·2상이 진행되고 있다. GI-108은 국내 임상 1·2a상이 진행되고 있다. GI-108은 올해 초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를 기점으로 L/O 논의를 본격화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 관계자는 “GI-101, GI-102, GI-108 세 가지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 중 특히 GI-102에 포커스를 맞춰 기술이전을 준비 중”이라며 “GI-101A도 중국 지역 한정으로 2019년 기술이전을 추진한 만큼 남은 지역들에 대한 추가 딜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올해는 기체결된 기술이전 계약에서 임상 진척에 따른 마일스톤 수익이 유입될 전망이다. 2020년 유한양행, 2023년 마루호에 기술이전한 알레르기 치료제 GI-301이 해당된다. 일본 마루호는 연내 GI-301 임상 2상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한양행도 GI-301(유한양행 프로젝트명 YH35324)에 대해 임상 1상을 마치고 2상 진입을 준비 중이다. 당시 체결된 계약에 따르면 GI-301 임상 2상이 시작되면 지아이이노베이션은 파트너사로부터 마일스톤을 수령할 수 있다.  

이 밖에도 GI-301의 일본 외 전 세계 상업화 및 판매 권리를 가지고 있는 유한양행이 후보물질을 해외 제약사에 재수출할 경우에도 수익의 절반은 지아이이노베이션이 수취할 수 있다. 앞서 유한양행은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를 오스코텍의 자회사 제노스코로부터 도입해 개발 후 빅파마 얀센에 되팔았다. 이후 얀센은 렉라자 3상 이끌어 FDA(미국 식품의약국) 신약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또 올해 1분기 메디라마와 면역항암제 ‘GI-10N’에 대한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하면서 2억원의 매출이 확보됐다.  

지아이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유증으로 확보한 자금은 3년 정도 가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임상시료 생산 등이 많이 끝나서 임상시험만 끌고 가면 되는 상황이라 개발비는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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