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이이노베이션, 800억 규모 유증 추진
발행주식 수의 약 26%···개미들 잇단 원성
차가운 투심, 금융당국 '유증 제동' 러쉬
대규모 유증? 계획대로 될지는 '미지수'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지아이이노베이션이 상장 후 처음으로 대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 계획을 알리며 주주들로부터 반감을 사고 있다. 최근 투심 악화로 금감원이 유상증자를 제동시키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진행 과정에서 불확실성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기술이전 지연 불안감까지 제기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지난 20일 8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유상증자 목적은 주요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과 운영 자금 확보다.

현재 발행주식 수의 약 26%인 1164만4800주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증자방식으로 발행할 방침이다. 예정발행가액은 6870원으로 할인율 25%를 적용했다. 확정발행가는 내년 3월 14일 당시의 주가를 반영해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신주배정기준일은 내년 2월 12일, 상장 예정일은 내년 4월 10일이다. 유상증자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의 이번 8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지난해 3월 코스닥에 상장한 후 처음 진행되는 유증이다. 신주 발행 예정가액(6870원)은 IPO(기업공개) 당시 공모가(1만3000원)의 반토막에 달하는 수준이다. 또 상장 공모금(260억원) 대비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지난 7월에도 전환주식(CPS) 100억원, 전환사채(CB) 100억원 등 총 2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지아이이노베이션 연구개발 현황./ 표=김은실 디자이너
지아이이노베이션 연구개발 현황./ 표=김은실 디자이너

◇ 개미들 거센 반발, 올빼미 공시 논란까지

지아이이노베이션 주주들 사이에서는 상장한 지 2년도 채 안 돼, 대규모 자금 조달로 주주가치 훼손이 심각하다는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 20일 장 마감 후 오후 4시 30분경 유·무상증자를 동시에 발표한 것에 올빼미 공시 비판이 겹치기도 했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기존 지분가치를 희석시켜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휴일 전 장마감 후 공시할 경우, 투자자들이 주식을 즉각적으로 거래할 수가 없다. 다음 거래일에 주가가 폭락한 상태로 장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들은 피해를 입게 된다.

유증으로 조달하는 800억원이 전부 운영자금으로 활용된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공시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주주배정 유증 납입 자금에 대해서 800억원을 2년치 운영자금으로 쓰되, 총 650억원을 파이프라인 개발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항암제 파이프라인인 GI-101, GI-102, GI-108 개발에 250억원을, 신규후보물질 발굴과 비임상 연구에 400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650억원의 R&D 비용에는 연구개발인력 인건비도 포함됐다.

의구심이 제기되는 부분은 남은 150억원을 사무직 인건비와 관리비로 쓰겠다고 밝힌 점이다. 통상 바이오 기업은 연구개발 인력이 전체 인력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R&D 비용으로 활용할 자금에 연구개발 인건비도 포함됐는데, 이 밖에 사무인력 인건비와 관리비 등에 2년간 150억원이 투입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지아이이노베이션의 전체 임직원 수는 8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바이오벤처가 사무인력 인건비와 관리비에 연간 75억원을 쓴다는 것이 말이 되냐”며 “800억원 유증이 고작 2년치 운영자금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아이이노베이션 라이선스 아웃 계약 현황./ 표=김은실 디자이너
지아이이노베이션 라이선스 아웃 계약 현황./ 표=김은실 디자이너

◇ 다 건의 기술이전에도···수익성 악화 ing

일각에서는 지아이이노베이션의 기술이전 추진 계획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그동안 지아이이노베이션은 면역항암제 GI-101A와 GI-102에 대해 다국적 제약사와 기술이전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언급해왔다. 유한양행에서 개발 중인 GI-301도 내년 초 기술이전이 기대된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이번 8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증이 GI-101A와 GI-102를 비롯해 주요 파이프라인 개발 자금 확보로 목적으로 풀이되면서 기술이전 지연 불안감까지 확산되고 있다. 근접한 시점에 기술이전에 따른 수익 증대가 예상된다면, 수백억원대 R&D 자금 유치가 필요하냐는 의문이다.  

그간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신약 기술이전으로 주요 매출이 발생해왔다. 대표적으로 GI-101과 GI-301이 해당된다. 2019년 중국 심시어 파마슈티컬(이하 심시어)에 GI-101에 대한 중화권(중국, 홍콩, 마카오, 대만) 지역 상업화 권리를 이전했다. 같은 해 지아이셀과 한국과 전 세계 면역세포제 관련 전용실시권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2020년에는 GI-301을 국내 제약사 유한양행에 일본을 제외한 전 세계 상업화 권리를 넘겼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전 이력 중 가장 큰 규모(총 계약 금액 1조 4090억원)의 딜이다. 지난해에는 일본 마루호와 GI-301의 남은 일본 판권을 넘기는 계약을 맺었다. 선급금 및 개발·상업화 마일스톤이 포함된 총 계약 규모는 221백만달러(약 3200억원)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같은 다 건의 기술이전 계약에도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 이후 지아이이노베이션의 매출은 대부분 GI-301과 GI-101 기술이전 마일스톤으로 구성됐다. 전체 매출액은 지난 2021년 56억원, 2022년 35억원, 지난해 5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까지 집계된 매출액은 2400만원에 불과하다. 2017년 회사 설립 이후 적자 행보는 7년째 이어지고 있다. 최근 사업연도 기준 영업적자는 2021년 306억원, 2022년 680억원, 지난해 533억원, 올해 3분기까지는 361억원으로 집계된다.

이처럼 상장 후에도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결손금만 쌓이자 주주들의 손을 빌려 사업 자금을 조달해야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 ‘금감원 제동’ 유증 지연 or 계획 차질 가능성도

업계는 이번 수백억대 유증이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투심이 얼어붙으면서 금융감독원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기업들의 유상증자 심사 문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기업들을 향한 유증 제동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유증 계획이 연기되거나 철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수페타시스, 현대차증권 등이 각각 5500억원, 2000억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추진했으나, 금감원은 수 차례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며 제동을 걸었다. 금융당국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자체적으로 유증 계획을 철회한 기업 건수도 늘었다. 바이오 기업 중에서는 지난 4월 진원생명과학, 지난 9월 휴먼셀바이오 등이 유증 계획을 물렀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유상증자 계획 관련 언급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지아이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금감원을 비롯해 유증에 대한 보수적인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회사도 인지하고 있다”며 “주관사와 논의해 유상증자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한양행이 임상 1b상을 주도하고 있는 GI-301의 경우 내년 1분기 중 기술이전이 기대되고 있고, GI-101와 GI-102도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이전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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