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들어서자 코스피 3000 '근접'
공모가 영향 줄 카뱅·카페 주가도 상승세
장외 주가는 부진···실적 우려 반영된듯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케이뱅크가 상장주관사를 정하면서 기업공개(IPO) ‘삼수’ 성공을 위해 시동을 걸었다. 최근 이재명 정부의 집권 영향으로 주식시장이 호황을 기록하고 있고, ‘피어그룹’(Peer group)인 카카오뱅크 주가도 오르고 있어 케이뱅크도 한숨 돌렸단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올해도 실적 전망이 좋지 않은 점은 ‘걸림돌’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최근 상장 주관사를 NH투자증권, 삼성증권으로 선정했다. 케이뱅크는 이달 중 NH투자증권, 삼성증권과 최종 주관 계약을 체결하고, 기업 실사·관련 절차를 거쳐 하반기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케이뱅크는 IPO에 세 번째 도전하는 것이다. 지난 2022년 9월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며 첫 상장에 도전했으나 시장 한파에 포기했다. 이어 지난해 상장 주관사단을 새로 꾸리며 IPO에 재도전했지만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으면서 또 다시 좌절했다. 케이뱅크는 기존 주주와의 계약 문제로 내년 7월까지는 상장을 마무리해야 한다.
이번엔 호재가 찾아온 분위기다. 대통령 탄핵이란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새 정부의 들어서자 주식시장이 호황을 맞은 것이다. 대통령 선거 직전인 2일 코스피는 종가 기준 2698.97을 기록했지만 지난 18일엔 이보다 10% 뛴 2972.19를 기록했다. 대선 후 10일 중 9일 동안 상승했다. 이재명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새 정부는 배당 확대를 위한 정책을 예고하는 등 주가부양 의지도 강하다.
이대로라면 곧 3000선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신현용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MSCI(모간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 지수 기준, 글로벌 주요국 증시 중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의(EPS) 전년 대비 상승률은 상위권에 속하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여전히 최하위 수준으로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높다”라면서 "외국인 순유입 지속으로 인한 지분율 상승이 전망되는 만큼 코스피 지수의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내다봤다.
케이뱅크의 공모가 선정에 영향을 미칠 요인인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크게 오른 점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카카오뱅크의 전날 종가는 2만7800원으로 연초 대비 30% 넘게 올랐다. 더불어 핀테크 업체인 카카오페이의 주가도 고공행진하고 있는 점도 호재다. 지난달 12일 1주당 2만9500원이었던 카카오페이 주가는 13일 6만500원까지 오르며 한 달간 100% 넘게 급등했다.
케이뱅크가 원하는 몸값 수준은 최대 5조원대인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수요예측 당시 정했던 희망 공모가 밴드인 9500~1만2000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상정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를 시총으로 계산하면 3조9586억~5조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상정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하지만 장외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케이뱅크 주식 가격을 고려하면 이를 달성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지난 18일 케이뱅크 주식 가격은 720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케이뱅크가 희망 공모가 밴드의 하단인 9500원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IPO에 대한 불안 요인은 역시 ‘실적’이다. 케이뱅크의 올해 1분기 순익은 1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급감했다. IPO를 앞둔 기업은 일정 직전에 ‘영끌’을 통해 실적을 어떻게든 늘리는 것이 보통인데, 케이뱅크는 반대 행보를 보인 것이다. 특히 이번 실적 부진은 일회성 요인으로 인한 것이 아니기에 더 뼈아프단 지적이다. 지난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제공하는 이자비용이 크게 늘어난 충격이 올해 1분기에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다만 1분기에 자산건전성을 크게 개선한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케이뱅크의 올해 3월 말 기준 부실등급채권(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61%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0.21%포인트 크게 하락했다. 부실채권을 대거 정리한 덕분이다. 이에 올해 나머지 기간 동안엔 대손충당금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소상공인 대출 규모도 더 늘릴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주식시장 상황이 좋은 만큼 케이뱅크는 상장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2분기 실적이 좋게 나오는 것이 결국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