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OCI, OBBBA 법안 초안 따른 ‘세제 리스크’ 직면
착공 시점·공제율 따라 수백억 차이···'타이밍 싸움' 본격화
IRA 수정안에도 ‘전략 유지’ 여지···기업별 대응 관건

한화솔루션 미국 조지아주 태양광 모듈 시설. / 사진=한화
한화솔루션 미국 조지아주 태양광 모듈 시설. / 사진=한화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미국 상원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세액공제를 조기 종료하는 법안 초안을 공개하면서 한화솔루션과 OCI홀딩스 등 국내 태양광 투자 기업들이 ‘정책 역풍’을 마주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기반으로 수립한 중장기 투자계획의 수익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IRA 수혜 끝나나”···태양광 세액공제 조기 종료 추진

상원 재무위원회가 지난 16일(현지시간) 발표한 법안 초안에 따르면 주택용 태양광 패널 설치 시 적용되는 세액공제는 법안 발효 후 180일 내 종료된다. 상업용 태양광과 풍력 등 투자세액공제도 2026년부터 축소돼 2028년 완전히 종료된다. 기존 2032년까지 공제를 유지하던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태양광 업계에 충격을 주는 구조다.

이번 개정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일명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OBBBA)’의 일환으로, 미국 내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겠다는 명분 아래 각종 세액공제를 조기 종료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주택용 태양광 보급을 유도하던 25D 세액공제가 갑작스레 종료될 경우 수요 기반이 크게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IRA 개정안 초안은 소비자와 제조업체 모두에 부담을 주는 구조다. 전기차 세액공제와 전기 히트펌프, 인덕션 스토브 등 가정용 청정에너지 리베이트도 180일 내 종료될 예정이다. 산업용 투자세액공제도 조기 축소된다. 반면 수력, 원자력 등 일부 에너지원에 대한 공제는 2033년까지 유지된다.

업계에서는 미국 진출을 확대해온 한국 기업들의 전략 수정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주택용 태양광 시장은 한화큐셀을 비롯한 한국 기업의 주요 수익원이자 성장축”이라며 “공제 종료는 직접적인 수요 위축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했다.

한화솔루션의 미국 조지아주 솔라허브 위치 및 세부 내역. / 사진=한화
한화솔루션의 미국 조지아주 솔라허브 위치 및 세부 내역. / 사진=한화

◇ 한화, ‘솔라허브’ 하반기 가동 앞두고 악재

한화솔루션은 2023년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총 3조2000억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회사는 미국 조지아주에 잉곳부터 모듈까지 통합 생산이 가능한 ‘솔라허브’를 구축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상업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각 공정별 생산능력은 연 3.3GW 수준이다.

태양광은 ‘적자의 늪’ 속에서도 한화솔루션의 ‘효자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매출은 12조3940억원이었지만 영업손실 3002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총차입금은 13조7892억원으로, 순차입금 비율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올해 1분기에는 태양광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부문이 136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IRA 세제혜택과 연계된 미국 주택용 에너지 수요 확산이 주요 배경으로 지목됐다.

가장 공격적으로 IRA에 대응해온 한화솔루션이지만, 이번 상원 법안 초안 발표는 ‘정책 수혜의 끝’을 예고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전기차·주택용 태양광 소비자에게 제공되던 세액공제도 180일 내 종료될 예정이다. 특히 전기 히트펌프·인덕션 스토브 등과 함께 묶인 청정에너지 가전 지원책도 사라지면서 주택용 태양광 수요는 급감할 수 있다. 밸류체인 확장을 앞세워 미국 시장을 선점하려던 전략이 세제 혜택 축소로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 OCI, 착공 시점 따라 보조금 반토막 우려

OCI홀딩스도 비슷한 상황이다. 기존 미국 자회사인 미션솔라에너지(MSE)를 통해 모듈을 생산해왔던 OCI홀딩스는 올해 3월 새롭게 미국 현지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단독 셀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잉곳-웨이퍼-셀’ 일괄 생산 체계를 구축하게 된 것이다. 투자금은 2억6500만달러(약 3840억원)에 달한다. 내년 상반기 1GW, 하반기 추가 1GW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문제는 착공 시점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세액공제는 2026년 60%, 2027년 20%, 2028년 이후 0%로 빠르게 줄어든다. 아직 OCI의 새 공장은 착공 전 단계다. 법인 설립과 인허가 절차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따라 적용 공제율이 절반 가까이 달라질 수 있다. 투자 대비 세액공제 수혜 금액이 수백억원 이상 차이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태양광업계 관계자는 “상원 법안이 그대로 통과될지는 미지수지만 기업들은 착공 일정을 앞당기거나 기존 설비 확장 쪽으로 전략을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며 “법안 최종안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투자 일정에 탄력성을 유지하려는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솔루션의 미국 조지아 태양광 모듈 생산공장. /사진=한화
한화솔루션의 미국 조지아 태양광 모듈 생산공장. /사진=한화

◇ “무조건 악재는 아니다”···AMPC 연장에 전략 조정 여지

다만 상원 개정안이 전면적인 ‘보조금 축소’ 기조를 띠고 있는 와중에도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종료 시점을 기존 2031년에서 2033년으로 2년 연장한 내용이 포함된 점은 주목할 만하다. 미국 내 태양광 셀 제조사는 기존 IRA 법안 기준에 따라 1W(와트) 당 4센트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미국 정부가 제조업 유치는 여전히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에선 “공장 착공 시점과 공제율을 세밀히 조율한다면 AMPC 혜택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전력 수요가 큰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상원 개정안에 대한 비판적 여론도 거세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은 대규모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계약(PPA)을 통해 데이터센터 전력을 조달해왔기 때문에 태양광 공급 축소는 기업 ESG 전략에도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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