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출범 후 민주당 중심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등 규제 논의 시작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가 17일 서울 영등포구 FKI컨퍼런스센터에서 ‘플랫폼 시대의 법정책 과제와 대응 전략’을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가 17일 서울 영등포구 FKI컨퍼런스센터에서 ‘플랫폼 시대의 법정책 과제와 대응 전략’을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여당을 중심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었던 ‘배달 플랫폼 수수료 상한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등 플랫폼 규제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규제 도입 시 부작용뿐만 아니라 플랫폼의 경제·사회적 가치 분석이 선행돼야 한단 지적이 나왔다. 규제 도입 시 국내 플랫폼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에 있어 플랫폼 사업자들의 투자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단 목소리도 나왔다.

17일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는 서울 영등포구 FKI컨퍼런스센터에서 ‘플랫폼 시대의 법정책 과제와 대응 전략’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선 플랫폼 규제 도입이 가져올 부작용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고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예상되는 부작용으로는 플랫폼 사업자의 AI 및 콘텐츠 산업에 대한 투자 축소, 글로벌 플랫폼 대비 국내 플랫폼의 경쟁력 저하 등을 꼽았다.

조영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은 “규제 필요론, 혁신 저해론, 국내기업 보호론 등 세 가지 시각을 고려해 국가의 법·정책이 마련돼야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규제 일변도의 논의만 이어지고 있다. 시각을 확장해 부작용, 변화된 국외 상황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플랫폼, 데이터, AI, 이용자와의 밀접성을 고려할 때, AI 산업 발전을 위해 데이터 학습, 이용자들에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 시 현재 논의되는 플랫폼 규제들이 부담될 수 있다. AI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제공 및 수익화가 근본적으로 어려워지고, 국내 콘텐츠 산업에 대한 투자가 축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디지털플랫폼경제연구실장은 “새 정부 들어 플랫폼 규제가 더 매운 맛으로 돌아올 것 같다”며 “플랫폼을 둘러싼 기술, 시장의 발전 및 경험적 근거에 기반해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플랫폼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플랫폼 경제의 현황과 향후 구조 변화를 분석하고, 플랫폼의 경제·사회적 가치 및 부작용, 위험 등 전반적인 생태계 건강성을 진단하고, 기존 플랫폼 정책의 실질적 효과를 분석해 정책 폐기 및 수정 또는 신규 정책을 제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민주당은 당 직속 ‘을(乙) 지키는 민생 실천 위원회(을지로위원회)’가 직접 개입해 수수료 상한제를 포함한 상생 방안 마련에 나섰다. 윤석열 정부에서 배달 플랫폼 수수료 문제를 배달 플랫폼과 입점 자영업자 간 자율협의에 맡긴 것과 대비된다.

이와 관련 강준모 법무법인 광장 CECG부대표는 “수수료율에 대한 규제 또한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특히 수수료율에 대한 무분별한 규제가 혁신의 인센티브를 저해하지 않는지 살펴봐야 한다. 플랫폼 기업의 높은 매출과 이익은 시장지배력을 이용한 이용자 착취의 결과일 수도 있지만, 혁신 경쟁에서 승리한 기업에 누리는 과실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이 추진 중인 온플법 제정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온플법은 문재인 정부 시기였던 2020~2021년 사이 논의가 활발히 이뤄졌지만, 플랫폼 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윤 정부가 자율규제 기조를 내세우면서 논의가 사실상 중단됐다. 그러나 작년 티메프 사태를 계기로 온플법 제정의 필요성이 재점화했다.

온플법 제정 시 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등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들이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법안들은 주로 연 매출 5000억원 이상 또는 국내 소비자 대상 판매액 3조원 이상인 플랫폼 기업을 규제 대상으로 삼기 때문이다.

강 부대표는 “입점업체에 대한 지배적 플랫폼의 행위를 규제할 필요는 있지만, 현행 공정거래법으로 충분히 규율이 가능하며, 현재 시점에서 규제의 필요성 또한 의문”이라며 “또 단순히 점유율이나 매출, 이용자 수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각 시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서비스의 진화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가령 검색엔진은 키워드 중심의 검색에서 AI 챗봇을 이용한 검색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영역별로 다양한 채널이 존재함에 따라 게이트웨이의 역할로서 검색엔진의 역할은 줄어드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자국 플랫폼을 보호하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정책 마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자국 플랫폼은 단순한 기술적 도구가 아닌 국가의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구조를 형성하는 핵심 요소로서, 국가 경쟁력과 자주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전략적 자산”이라며 “국가가 자국 플랫폼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동시에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고려하고, 국제적 협력과 기술적 개방성을 유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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