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물량 부족이 전세시장에 직접적 영향
서울선 연간 4만7000건 이상 공급 필요 불구 내년 물량 9000여 건에 그쳐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매맷값과 함께 덩달아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최근 수일 새 직전 거래 대비 수억원씩 오른 가격에 전세계약이 체결되는 등 급등세도 나타나 전세대란 예고라는 우려도 나온다. 문제는 오름세에 따른 주거불안정이 공급부족으로 인해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14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은 2만588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말인 3만1460건 대비 17.8% 감소한 수준이다.
자치구별로 보면 지역별로 보면 강동구가 지난해말 3830건 대비 77.8% 줄어든 850건으로 매물 감소폭이 가장 컸다. 이어 ▲강북구 –48.5% ▲광진구 –41% ▲송파구 –39.8% ▲동대문구 –37.5% ▲관악구 –37.4% ▲구로구 –35% ▲성동구 –30.2% 순으로 감소 폭이 컸던 것으로 집계됐다. 단지별로 보면 동대문구 이문동 래미안라그란데(총 3069가구)가 입주기한 끝자락에 다다르면서 최대 910건까지도 급증했던 전세 물량은 최근 40건까지 쪼그라들었다.
매물이 줄어든 배경은 공급물량이 감소해서다. 서울 입주예정 물량은 지난해 4만가구에서 올해 3만7681가구로 줄었다. 일반적으로 입주물량이 늘어나면 직장, 학교 등으로 인해 입주하기에 상황이 여의치 않거나 전세보증금으로 집값의 잔금을 치르기 위한 세대가 전세 매물로 시장에 나오며 공급물량이 늘어난다. 반대로 입주물량이 줄어들면 전세 매물도 감소한다.
문제는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 전역의 아파트 공급량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수도권 아파트 공급물량은 올해 14만897가구로 지난해(17만1800가구)보다 약 18% 감소할 전망이다. 여기에 임대차2법 시행 이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는 기존 세입자의 장기 거주가 늘며 신규 전세 공급이 차단된 점도 매물 부족에 영향을 미쳤다.
결국 매물이 줄면서 시장 거래가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 2월 이후 17주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단지는 전셋값이 급등세다. 마포구 염리동의 마포자이더센트리지 전용 84㎡의 전세보증금은 5월 마지막 주 임대차거래가 7억1925만원에서 10억3000만원으로 일주일 사이에 3억원 이상 올랐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는 84㎡의 전세가가 9억4500만원에서 12억원까지 올라 한 주만에 2억5500만원 올랐다.
전세가격 상승세는 일부 지역의 흐름이 아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7104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억3870만원)보다 3234만원 상승했다. 강남 지역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4481만원으로 서울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이같은 물량 부족이 올해는 시작일 뿐 2027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향후 입주물량이 2026년 9640가구, 2027년 9570가구까지 감소가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 규제를 풀어 전세공급을 늘리는 한편 서울의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인허가절차를 간소화해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재개발 인허가 과정을 줄여서 공급 속도를 높여야 주택난에 대한 불안심리를 낮추고 매매수요 뿐 아니라 전세시장까지 안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