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억 행정처분 이후 쿠팡 법인 공정거래법 위반 형사기소
‘임직원 동원 후기 작성’ 부분 공정위-검찰 판단 달라
해외 유사사례 놓고 양측 공방도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검색 순위를 조작해 PB(자체상표 브랜드) 상품에 특혜를 준 혐의 등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에 부과한 1600억원대 과징금의 적법성을 가리는 행정재판에서 형사기소에 따른 영향을 추가로 밝혀달라는 재판부의 요구가 나왔다.
쿠팡에 대한 공정위의 처분 이유와 검찰의 기소 사유가 일부 다른데 공정위 처분이 그대로 유지되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 부장판사)는 12일 쿠팡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소송’ 3차 변론기일에서 “(2차 변론기일 이후) 검찰이 기소를 하고 불기소한 부분이 있다”며 이번 행정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요구했다.
쿠팡 측 대리인은 검찰이 ‘임직원 후기 작성’와 ‘콜드스타트 프레임워크’ 관련 혐의를 무혐의 처리했다고 언급하며 “(공정위 처분의) 사실관계 성립 요건이 배척됐다”고 주장했다.
콜드스타트 프레임워크는 쿠팡이 알고리즘 조작에 활용했다는 3가지 방식 중 하나다. 쿠팡은 ▲자기상품을 1~3위에 고정 노출시키는 ‘프로덕트 프로모션’ ▲직매입 패션상품과 PB상품 등 자기상품 기본 검색 순위 점수를 1.5배 가중하는 ‘SGP(Strategic Good Product’ ▲자기상품에 대해 검색어 1개당 최대 15까지 검색 순위 10위부터 5위 간격으로 고정 노출하는 ‘콜드스타트 프레임워크’ 등 방법을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쿠팡 측 대리인은 “콜드스타트 프레임워크 부분의 불기소 이유를 보면 ‘(소비자의) 검색어 관련성을 고려했다’는 이유가 논거로 제시됐다”면서 “이는 ‘과거의 정량적 데이터만을 기준으로 상품을 제시해야 한다’는 공정위의 기본 논리가 허물어졌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공정위는 검찰의 기소에 대해 서면으로 반박하겠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공정위는 형사처벌과 행정제재의 요건이 다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행정제재의 대상범위가 형사처벌의 대상범위보다 넓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대신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검색 순위 조작이 공정거래 저해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이 해외사례를 통해 입증된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총 3가지 해외사례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공정위 대리인은 “해외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알 수 있는 점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상품의 노출 위치와 방법은 소비자의 선택을 좌우하고 그 결과 입점 업체 간의 경쟁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면서 “플랫폼 내에서 검색 순위를 자의적으로 자기에게 유리한 상품으로 대체할 경우 공정거래 저해성이 확인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쿠팡 측은 자사의 시장 점유율(4% 미만)을 고려할 때 공정위가 제출한 해외사례는 적합성이 없다고 했다. 또 반대로 ‘아마존 판례’를 해외 사례로 제출하며 PB상품 우대가 적법한 마케팅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지난 2019년 유럽연합(EU)로부터 직매입·PB 등 자기 상품과 오픈마켓 형태의 중개 상품을 모두 취급하는 이중적 지위를 가지면서, PB상품을 우대한 행위 등 반독점 규정 위반을 이유로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쿠팡은 온라인 쇼핑몰의 ‘상품 제시’가 오프라인 상점의 ‘진열’과 같아 온라인상의 PB상품 우대는 정상적인 마케팅 활용이며, 아마존 사례에서 소비자가 다른 상품 정보를 볼 수 있다면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거나 기망한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공방이 계속되자 재판부는 양측의 준비, 반박 서면을 추가로 제출받기로 정리했다. 공정위는 근래 쿠팡이 제출한 3개의 준비서면에 대한 반박서면을, 쿠팡은 공정위 해외사례에 대한 반박 의견과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의 일반적 이론에 대한 서면을 제출하겠다고 했다.
다음 변론기일은 7월 24일 열린다.
◇ 쿠팡, 알고리즘 조작하고 임직원 후기로 소비자 유인···형사재판은 7월 돌입
이 사건은 공정위가 지난해 8월 쿠팡에 공정거래법 위반을 이유로 시정명령과 162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이다.
공정위는 쿠팡이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임직원에게 제품 후기를 좋게 작성하는 방식으로 소비자가 PB상품을 사도록 유도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자기 상품판매와 중개상품 거래중개를 모두 영위하는 온라인 쇼핑시장 1위 사업자인 쿠팡이 ‘이중적 지위’에서 불공정 거래 행위(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 부당하게 경쟁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를 했다는 판단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쿠팡은 2019년 2월부터 2023년 7월까지 3가지 알고리즘을 이용해 중개 상품을 배제하고 최소 6만4250개 자기 상품을 검색순위 상위에 고정 노출했다. 이러한 상위 고정 노출로 쿠팡 자사 상품의 총매출이 크게 증대됐고, 중개 판매자들은 자신들의 상품을 검색 순위에 올리기 어렵게 됐으며, 결국 소비자들의 합리적 구매 선택도 저해됐다는 게 공정위의 논리다.
쿠팡 측은 유통업자가 자기 쇼핑몰 내에서 사업상 필요에 따라 상품을 추천하는 것은 유통업의 본질이며, 이러한 활동이 법령상 ‘부정한 경쟁 수단’에 해당한다는 명백한 근거가 없는 이상 제재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또 자사의 홈페이지 내부에서 검색 중립성 의무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공정위 제재 이후인 지난 5월1일 검찰은 쿠팡 법인과 자회사 CPLB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CPLB는 쿠팡 PB 상품 개발을 전담하는 회사다.
검찰이 혐의점이 있다고 본 범죄사실은 공정위 제재와 다소 차이점이 있다.
검찰은 쿠팡이 2019년 3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직매입·PB 상품 5만1300개에 대해 검색순위를 임의로 지정해 상위에 고정 배치했다고 결론냈다. 대신 쿠팡이 소비자들에게 검색순위가 상품의 기존 판매실적과 사용자 선호도, 상품정보 충실도, 상품 경쟁력, 검색 정확도 등을 평가해 객관적으로 산출됐다고 고지했으나 사실과 달랐다는 판단은 공정위와 같았다.
검찰은 또 쿠팡이 2020년 12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일부 직매입·PB상품에 대해선 검색순위 산정에 쓰이는 기본점수를 최대 1.5배 가중하는 식으로 검색순위를 인위적으로 조정했다고 결론내렸다.
그러나 쿠팡이 임직원을 동원해 PB 상품 후기를 작성하도록 한 부분은 무혐의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 관계자는 “검색 순위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긍정적 후기 작성을 강제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쿠팡 법인에 대한 형사재판은 서울동부지법에서 진행된다. 내달 25일 첫 공판기일이 지정됐다.
행정재판은 형사재판과 무관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행정재판 재판부는 “요즘 공정거래 사건이 형사절차까지 많이 진행되는 경우가 있는데, 특별히 그 결과를 기다리지는 않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