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정보 94%를 개인이 관리하는 시대
‘RAG 기반 에이전트’로 정보탐색․자동화
[시사저널e=송주영 기자] “사람은 하루가 지나면 기억의 절반을 잊는다. 복잡한 기업 환경 속에서 쏟아지는 데이터를 모두 기억하거나 찾아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정기철 삼성SDS 상무는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테크콘2025’에서 업무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퍼스널 에이전트’의 필요성과 방향성을 설명했다. AI 시대 개인화된 데이터 활용 시장을 공략한다.
삼성SDS는 연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5에서 생성형 AI 서비스‘ 브리티’를 공개했다. 여기에 AI 에이전트 기능도 탑재했다. 정형화되지 않은 맞춤형 AI로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개인의 정보를 RAG 형태로 구현하고 이를 개인이 가장 필요한 업무를 자동화하는데 이용하면서 점차 확산시키겠단 전략이다.
삼성SDS가 개발한 개인형 에이전트 AI는 개발을 완료하고 내부 테스트를 진행중이다. 이를 ‘브리티’란 이름으로 대외 시장에도 공급하며 연내 출시가 예정됐다.
정 상무는 “여러 AI 기능 중 단 1개라도 사용자가 자주 쓰는 기능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렇게 한 개씩 업무에 AI를 적용하면 계속해서 시장은 확산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I를 이용해 관리되지 않은 개인 정보 관리도 겨냥한다. 삼성SDS가 임직원 대상으로 조사한 정보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한달 평균 이메일 수신량은 1733건, 그룹 내 메신저는 1626건, 업무 파일은 1인당 61GB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킨지에 따르면 업무 시간의 20~30%를 데이터를 찾는데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보는 계속 쌓인다. 이미 있는 보고서를 중복,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 이 중 시스템이 관리하는 정보는 단 6%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94%는 여전히 개인 PC내 메일함이나 폴더 등에 흩어져 있다.
정 상무는 “데이터는 쌓이지만 활용은 어렵다”며 “정리되지 않은 이메일, 메신저, 회의록 등은 검색조차 힘든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삼성SDS는 이 시장을 공략한다. 지난해 9월부터 ‘퍼스널 에이전트’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삼성그룹 내 계열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나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지원’을 원했단 조사 결과에 의한 것이다.
퍼스널 에이전트는 RAG(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방식으로 작동한다. 메일, 메신저, 회의 이력, 문서 등을 수치화해 인공지능용 DB에 저장하고 이를 주제·아젠다 단위로 구분해 의미 중심 검색을 가능케 한다.
예컨대 2주간 수집된 이메일은 1억개 단위로 관리된다. 결재문서 역시 1600건 단위로 나누는 방식으로 구축됐다.
이 기반 위에서 개인화된 서비스들이 구현된다. 대표적 기능이 ‘데일리 브리핑’이다. 매일 아침 일정과 관련된 이메일, 문서 등을 자동으로 스캔해 오늘 꼭 해야 할 일과 미처 답장하지 못한 메일 등을 요약해 제공한다.
사용자는 ‘마이 에이전트’에서 자신의 업무 데이터 범위를 지정하면, 이에 따라 자동 답변이 이뤄지거나 민감한 정보에 대해선 추천 형태로 지원을 받게 된다.
정 상무는 “답변 추천과 선택은 가능하지만, 자동 답변은 권한 설정을 통해 제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적으로는 음성 기반 서비스(STT, TTS)도 함께 적용된다. 보이스 어시스턴트를 통해 자리 비움 중에도 업무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동 응답이 가능하며, 글로벌 회의에서는 실시간 동시통역 기능도 지원된다. 이런 요소들은 캘린더, 화상회의, 메일 등 개별 서비스 단위로 독립된 에이전트가 생성되는 구조로 설계됐다.
정 상무는 “퍼스널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성향,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업무 이력 등을 기억하고 반영한다”며 “이런 메모리는 단기적으로는 최근 대화 내용, 장기적으로는 반복된 업무 패턴과 대화 이력을 축적해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향후에는 단일 기능 중심에서 벗어나 ‘멀티 에이전트’ 시대로의 전환을 예고한다. 업무 단위별로 특화된 에이전트를 다수 운용하고, 이를 통해 협업툴의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방향이다.
정 상무는 이어 “AI가 인간의 모든 업무를 완전히 대체하긴 어렵겠지만, 궁극적으로는 AGI(범용 인공지능) 수준의 ‘슈퍼 인텔리전스’까지 나아가는 것이 지향점”이라며 “미래의 기업 경쟁력은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 인재가 많은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사내 활용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메신저 자동 응답, 일정 관리, 보고서 작성 지원 등 다양한 기능이 적용 중이며, 삼성 이외 기업으로의 확산도 추진 중이다. 단 하나의 기능이라도 그 효과가 누적되면 확산될 것이란 설명이다.
정기철 상무는 마지막으로 “투자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모든 시스템을 온프레미스로 구축하기보다는 SaaS 방식이 더 적합하다. ROI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