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권, 모임통장 시장 경쟁 치열
고객 사용성 강화···일정 관리 등 부가서비스 추가
저원가성 예금 확보 목적···낮은 금리로도 수신잔액 유치 가능
새로운 고객 확보 효과···"기준금리 인하로 은행권 관심 커져"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시중은행권의 모임통장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은행권은 고객의 사용성 강화를 목적으로 총무 교체 및 편의성 향상, 간편 이체, 모임원 일정 관리 등 부가서비스와 같은 기능을 추가하며 차별화된 혜택 제공에 나서고 있다.
은행권이 모임통장 서비스 확대에 나서는 까닭은 저원가성예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모임통장을 통해 움직이는 자금은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과 달리 낮은 금리로도 수신잔액을 유치할 수 있다. 새로운 고객 확보 효과도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이 지난 3월 출시한 '쏠(SOL) 모임통장'의 누적 가입자 수는 40만명을 돌파했다. '쏠 모임통장'은 계좌를 개설하거나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모임원 초대부터 모임 정산과 사진 등록 등 금융거래가 수반되지 않는 모임 관리가 가능하다.
또 총무 역할을 하는 모임장은 연락처·카카오톡·문자메시지 등으로 모임원을 초대할 수 있고모임원들은 신한은행 앱이나 카카오페이 앱에서 자동이체가 가능하다. 기존 모임통장 해지 없이 모임전용 계좌번호를 새로운 모임장의 계좌에 연결하면 모임장도 바꿀 수 있다.
이러한 편의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최근 경북지역에서 발생한 산불피해 기부금 후원 계좌로 활용되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가입 고객의 절반 이상은 광고나 입소문을 통해 유입되고 있다"면서 "출시 3주차부터 가입시 기재하는 추천 직원이 없는 자연유입분이 50%를 웃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 슈퍼앱 '뉴원뱅킹'을 출시하면서 모임통장 서비스를 추가했다. 하나은행 기존에 한 차례 중단했던 모임통장 서비스를 2023년 말 재출시해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기존 모임통장 상품을 강화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9월 KB모임금고를 출시했다. 기존 모임통장 서비스에 참여하는 구성원이 있으면 연 1.9%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파킹통장 상품이다. iM뱅크는 지난해 11월 모임통장 상품에 iM모임라운지 기능을 추가했다. 모임비 납입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해 관리 편의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은행 입장에서 모임통장은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 있는 상품이다. 첫 번째 토끼는 저원가성 예금 확보다. 모임통장은 대부분 수시입출식 예금통장 형식이다. 언제든 돈을 넣고 뺄 수 있게 간편한 대신에 기본금리가 연 0.1%로 매우 저렴하다. 은행 입장에서는 싼값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셈이다.
예대금리차로 수익을 얻는 은행들은 지난해부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하면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모임통장 상품이 인기를 끌면 정기예금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모임통장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 카카오뱅크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모임통장 잔액이 8조4000억원에 달한다. 일부 모임통장 상품의 경우 우대금리 등을 받으면 최대 연 2% 정도의 금리를 받을 수 있기는 하지만 정기예금에 견주면 낮은 수준이다.
고객을 확대할 유인도 있다. 친구들과의 계모임 등에 주로 이용되던 모임통장은 어느덧 부부의 생활비, 커플의 데이트비용 통장으로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뱅크 모임통장 개설 목적 가운데서 가족·생활비(26.5%)를 선택한 경우가 친목(30%)에 이어 두번째로 많았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면서 주거래은행이 옮겨가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충성고객 확보나 고객 저변 확대 효과가 있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 출시됐던 상품은 앱 사용 등이 불편해 호응이 저조했지만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권의 관심이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