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마케팅·영업 공동 진행···유통은 녹십자 독점
녹십자, 팍스 매출 대부분 확보···반품 타결로 한숨 돌려
최근 품절 등 위험 요소 존재···고가로 세금 등 부담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GC녹십자가 최근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 유통을 시작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팍스로비드 유통에 따른 득과 실 중 어느 부분이 더 클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는 한국화이자제약과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 팍스로비드(성분명 니르마트렐비르, 리토나비르) 국내 공동판매 및 유통계약을 지난달 30일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GC녹십자는 이달 초부터 팍스로비드 국내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GC녹십자와 한국화이자제약은 팍스로비드 마케팅과 영업을 공동 진행한다고 밝혔다. 실질적 공동판매를 강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핵심은 국내 제약사가 다국적 제약사 품목을 유통할 때 어느 정도 매출과 수익성을 확보하느냐로 요약된다. 통상 수익성은 낮더라도 일정 기준 매출을 확보할 경우 국내 제약사가 외자사 품목 유통권에 나서게 되는데 팍스로비드도 이같은 사례에 포함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화이자제약에 따르면 GC녹십자는 화이자와 거래하는 의약품 유통업체에 팍스로비드를 배송하거나 또는 약국이나 병의원 등 요양기관에 직접 배송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참고로 중간에 의약품 유통업체가 있을 경우 유통업체가 요양기관에 직접 배송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이에 관행 상 한국화이자제약은 GC녹십자에 세금계산서를 떼고 팍스로비드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팍스로비드 판매 금액 대부분이 녹십자 매출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팍스로비드 원외처방금액이 지난해 4분기 40억원대에 이어 올 1분기 80억원대로 알려져 GC녹십자는 향후 분기별 100억원이 넘는 매출도 예상 가능하다. 향후 코로나가 확산되면 관련 매출은 급증할 가능성도 있다. 수익성은 GC녹십자가 팍스로비드 영업과 배송 과정에서 운영의 묘를 어떻게 살리느냐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다른 품목과 팍스로비드를 최대한 묶어 배송하고 차량 동선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가 수익성을 결정한다는 의미다.
이같은 상황에서 당초 우려됐던 한국화이자제약의 팍스로비드 반품 거부 건은 대한약사회 등과 협상이 타결되면서 한숨 돌린 상황이다. 당초 화이자는 이미 유통된 유효기간 2025년 12월 31일 제품과 2026년 6월 30일 제품에 한정해 반품을 받는 대신 유효기간이 2026년 6월 30일 이후 제품에 대해서는 반품이 어렵다는 방침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검토에 약사회와 개국가가 반발하자 한국화이자제약은 논의를 거쳐 유효기간과 관계 없이 반품을 수용하겠다는 방침을 이날 확정했다. 구체적으로 유효기간이 경과된 후 3개월 이내 기간 약국이 유통업체에 신청하는 경우 팍스로비드 반품이 가능하다는 화이자측 설명이다.
이처럼 급한 불은 껐지만 코로나 치료제 팍스로비드 유통에 우려되는 부분이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달 초 개국가에서는 팍스로비드가 일시 품절된 사례가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국화이자제약 측은 유통이 전환됨에 따른 일시적 사례이며 유통업체는 충분한 팍스로비드를 보유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발병의 지역적 차이에 따른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한국화이자제약이 반품 수용을 결정했지만 약국이 팍스로비드를 공급하면서 기본적 부담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94만원이 넘는 고가의 팍스로비드를 취급함에 따른 세금과 카드 수수료 등은 여전한 약국들 부담이라는 분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GC녹십자가 팍스로비드 유통권을 확보했지만 앞으로 진행 과정에서 순탄치 않은 부분도 예상된다”며 “녹십자는 체계적 유통 방식을 체크해 혹시라도 품절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GC녹십자는 지난 2005년 ‘지노트로핀’ 공동판매부터 이어진 한국화이자제약과 긴밀한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며 “회사 내부적으로 검토한 매출과 수익성 계획이 향후 어떤 결과로 표출될 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