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84원’ 단가 우위···공공입찰에 몰린 관심
국산 10MW 실증터빈, 정부 입찰로 ‘검증’ 받는다
단순 수주전 아닌 공급망 재편 신호탄

서남권해상풍력 실증단지. /사진=연합뉴스
서남권해상풍력 실증단지.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정부가 올해 처음 도입한 공공주도형 해상풍력 입찰제도를 앞두고 두산에너빌리티와 유니슨이 정면승부에 나섰다. 실증 기자재를 적용하면 kWh당 최대 27.84원의 추가 우대가격이 주어지면서 단 한 곳에만 돌아갈 수 있는 혜택을 두고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향후 수십GW에 달하는 국내 해상풍력 공급망의 주도권이 걸린 ‘1차 분기점’이다.

◇ 공공주도형 500MW에 걸린 국산 터빈 ‘특혜’

5일 풍력발전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고정식 해상풍력 입찰 규모는 총 1250MW다. 이 가운데 500MW는 발전공기업 또는 지방공기업이 과반 지분을 보유해야 참여할 수 있는 공공주도형으로, 나머지 750MW는 일반형으로 배정됐다.

공공주도형 입찰에서 일정 지분 요건을 충족하면 기본적으로 kWh당 3.66원의 우대가격이 주어지고, 여기에 정부 실증 과제로 개발된 풍력터빈을 적용하면 추가로 27.84원의 인센티브가 붙는다. 일반형보다 최대 31.5원의 단가 우위가 생긴다.

이 인센티브의 대상이 되는 실증 기자재는 두산에너빌리티와 유니슨이 각각 개발한 10MW급 풍력터빈 1기씩이다. 지난 5월 30일 한국에너지공단 설명회에서 백길남 경쟁입찰팀장은 “기본 우대가격은 유지되지만, 동일한 R&D 실증에 대해선 한 차례만 인센티브가 제공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터빈 업계에서는 이번이 사실상 유일한 적용 기회로 보고 있다.

유니슨의 10MW 터빈 시제품. / 사진=유니슨
유니슨의 10MW 터빈 시제품. / 사진=유니슨

◇ 인센티브, 사업성에 결정적 변수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1GW당 약 5조원이 소요되는 초대형 인프라 구축 사업이다. 이 가운데 터빈은 전체 사업비의 약 35%를 차지한다. kWh당 27.84원의 추가 단가는 프로젝트 수익성은 물론 PF(프로젝트파이낸싱) 조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제 업계에서는 서남권(400MW), 한동·평대(105MW), 다대포(96MW), 압해(80MW) 등의 프로젝트가 공공주도형 입찰 참여 후보로 거론된다. 일부는 과거 두산의 8MW급 모델을 적용해 입찰에 참여한 이력이 있지만, 현재는 실증 기자재로의 전환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설계를 바꾸고 인증을 새로 받아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번 입찰에서 수주를 따낸 터빈 업체는 향후 국내 프로젝트에서 ‘정부 검증을 통과한 공급자’라는 상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단순한 수주 실적을 넘어 향후 정부 프로젝트에서의 입지를 단단히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업계에선 두산의 실증 터빈이 개발 단계나 실증 진행 속도 면에서 유니슨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안보지표까지 도입···정책이 설계한 경쟁 구도

올해부터 풍력 입찰 평가에는 공급망 기여도 외에 ‘안보지표’가 새로 포함됐다. 공공주도형은 8점, 일반형은 6점이 배정된다. 발전설비의 사이버보안, 공급처 다변화, 국산 기자재 사용 등이 주요 평가 항목이다. 

정부가 이 같은 정책적 유인을 설계한 배경에는 태양광 산업의 ‘중국화’ 전철을 피하겠다는 판단이 있다. 산업부는 “해상풍력은 초기부터 공급망 자립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현재 글로벌 풍력터빈 상위 5개사 중 4곳이 중국 기업이다. 공급망이 개방될 경우 국산 기술이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해상풍력 설비 용량을 18.3GW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추진 중이다.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해상풍력 단지는 제주 탐라(30MW), 전남 영광(34.5MW), 전북 서남해(60MW) 등 3곳 뿐이다. 총 용량은 124.5MW에 그친다. 현재의 100배가 넘는 설비가 앞으로 5년 내 구축돼야 한다. 

급격히 커지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선 국산 기자재 업체들도 이에 맞춰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풍력발전업계 관계자는 “그간 국산 풍력 기자재가 외국산 모델과의 성능 격차, 실증 부족 등의 문제로 경쟁에서 밀렸던 건 사실”이라며 “이번 입찰을 계기로 기술 고도화와 신뢰도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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