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서울 입주 물량 2만4400가구···올해 대비 반토막 수준 예고돼
공약집서 실수요자 위한 주택공급 확대 강조, 3기신도시 인허가 속도낼 듯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제 21대 이재명 대통령의 주택시장 정책은 실수요자를 위한 공급 확대란 큰 틀로 정리된다. 다만 3년 전 20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던 2022년 후보시절 당시 311만 가구의 주택공급을 약속했던 것과 달리, 이번 공약집에는 구체화 된 수치는 밝힌 바가 없다.
업계에서는 현재 풀어야 할 부동산 분야 핵심과제임에도 세부 내용이 없는 것을 두고 의도된 두루뭉술함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기존의 민주당 부동산 정책과는 다른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에 대한 직접적 억제를 자제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말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동안 진보 정권은 기본적으로 세금을 부과한다든지, 소유를 제한한다든지 수요 억제 정책을 했다”며 “그런데 시장이 이를 이겨내더라. 이제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말했다.
과거 전 문재인 정부 등이 세금을 통해 수요를 누르는 방식의 부동산 정책을 펼쳤지만 집값 급등이라는 큰 부작용이 발생했던 사례를 반면교사 삼는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에 굵직한 줄기는 결정해 두되, 주거정책 부문에서는 규제를 최소화하며 과거 민주당 정권 당시보다 소극적으로 변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수요 억제책보다 공급 확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실제 서울의 주택 공급은 가파른 속도로 줄고 있기도 하다. 올해 1분기 서울시와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에 따르면 내년 서울 신규 물량은 2만4462가구에 그칠 전망이다. 이는 올해 입주예정 물량인 4만6710가구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수치에는 청년안심주택이나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등도 포함돼 있어 선호도 높은 순수 아파트 물량만 따지면 1만5000가구도 채 안된다.
문제는 정비사업의 경우 이들 가운데 가장 대규모 주택공급이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이지만 안전진단, 구역지정, 조합설립, 건축심의, 사업시행, 관리처분 등 착공에 앞선 숱한 인허가 단계를 거치는 데만 최소 10여년의 기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결국 업계에서는 새 정부가 서울 주택공급의 대체제 역할을 해 줄 3기신도시를 주축으로 삼고 사업 속도에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이 인수위원회 없이 국정 공백을 재빠르게 메워야 하는 만큼, 부동산 분야는 주택공급 정책 구체화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매년 7월 말에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는데 당장 다음 달이다 보니 세법을 개정할 시간은 많지 않다”며 “결국 당장은 공급 위주의 정책으로 손 볼 것이고 세제 관련 제도 수정은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에서 공급확대책으로 관심을 갖는 것은 3기신도시다. 이 대통령은 이번 대선 후보 당시 공약집에 주택공급 확대 방안으로 ▲재개발·재건축 완화(용적률·건폐율 상향) ▲공공기관·기업이 보유한 유휴부지 활용 ▲과도한 업무·상가 용지의 주택용지 전환 등을 담았는데, 이 임기 내에 가장 빠른 공급 확대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현재 3기신도시의 사업은 예상보다 지체되고 있다. 3기신도시 건설 계획 당시 2026년까지 입주가 모두 완료될 것을 목표로 삼았지만 2021년 사전청약을 진행하던 사업장들이 올해 들어서야 본청약을 진행하고 있을 정도다. 지난해 말 기준 착공한 3기 신도시 물량은 1만1000가구로 전체 17만4122가구의 6.3%에 그친다.
사업장별로 보면 올해 말 준공 예정이던 하남교산 A2블록의 준공 시기는 2027년 하반기로 1년 가까이 미뤄졌다. 남양주 왕숙 A1·2블록과 B1·2블록 역시 입주시기가 2026년 12월에서 2028년 3월로 1년여 지체됐다. 토지 보상 절차가 늦어지는 사업장이 다수이고 공사비 급등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차질로 진척이 쉽지 않은 영향이다.
또 다른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주택시장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3기신도시에 집중해 주택시장의 수급 균형을 조절하는 게 우선이 될 것”이라며 “인허가 시기를 앞당기며 착공을 서두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