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계약 미신고 시 벌금 최대 30만원
단기임대 등록제 시행···1주택자 ‘1가구 1주택’ 특례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다음 달부터 임대차 시장에 큰 변화가 시작된다. 전월세 계약 신고가 의무화되고 빌라·다세대에 한해 단기임대 등록제도도 부활한다. 임차인 권리 보호와 거래 투명성 강화를 위한 조치로 전월세 계약 당사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전월세 신고제 본격 시행…6000만원 넘으면 의무 신고
31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1일부터 전월세 신고제가 본격 시행된다. 보증금이 6000만원을 넘거나 월세가 30만원을 초과하는 계약은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지자체에 신고해야 한다. 대상은 수도권과 광역시, 세종시, 제주시 및 도 지역의 시 지역에 있는 주택이다. 단독·다가구, 아파트, 연립·다세대, 주거용 오피스텔, 고시원 등이 모두 포함된다. 미신고 시에는 최소 2만원, 최대 3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당초 정부는 전월세 미신고 시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었지만 고령 임대인이나 1세대 임대사업자에게는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단기 월세나 가족 간 임대까지 일괄 적용될 경우 형평성 논란도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제도 도입 초기라는 점을 감안해 최대 과태료를 30만원으로 낮췄다. 다만 고의적 미신고나 반복 위반에는 엄격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전월세 신고제는 2021년 6월 도입됐지만 4년간 계도기간으로 운영돼 과태료는 부과되지 않았다. 정부는 제도 정착 여부와 신고율 추이를 고려해 다음 달 1일부터 본격 시행을 결정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신고제가 도입되기 전인 2020년 연간 전월세 거래 신고 건수가 약 219만건에 불과했으나 2022년 283만건, 2024년 271만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정부는 실거래 기반 통계가 안정적으로 구축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 6년 단기임대 등록제 부활…비아파트 중심
같은 달 4일부터는 빌라나 다세대 주택 같은 비(非)아파트에 대해 ‘6년 단기임대 등록제’가 다시 시작된다. 1주택자가 이런 집을 사서 6년 동안 임대 등록을 하면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1가구 1주택’ 혜택을 유지할 수 있다. 종합부동산세를 덜 내고 집을 팔 때 양도세도 중과되지 않는다. 세금 혜택을 받으려면 수도권 기준으로 이미 지어진 빌라나 오피스텔을 사는 경우 공시가격 4억원 이하, 새로 짓는 경우 6억원 이하만 혜택을 볼 수 있다. 비수도권은 2억원 이하만 가능하다. 아파트는 대상에서 빠진다.
이번에 부활한 단기임대 제도는 기존보다 의무임대 기간이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도입됐던 4년제보다 2년이 추가된 6년제로 시행된다. 장기임대로 전환할 경우 기존 등록기간도 전부 의무임대 기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 보증금 부풀리기 차단…감정가·공시가 기준 강화
정부는 대신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할 때 적용되는 ‘집값 기준’을 손봤다. 임대인이 전세금을 과도하게 책정하는 걸 막기 위해서다. 기존에는 임대인이 보증보험에 가입하려면 집의 가치를 증명해야 했다. 이때 사용되는 기준이 감정평가액이나 공시가격이다. 그런데 일부 임대인들이 감정평가사에게 높은 금액을 요구하거나 고평가를 유도해 실제보다 높은 감정가를 받아오는 일이 있었다. 이렇게 되면 실제보다 훨씬 많은 보증금을 받아도 보증보험에 가입이 가능했다.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 정부는 앞으로 감정평가액을 그대로 믿지 않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인정하는 감정가만 사용하도록 바꾸기로 했다. 감정평가도 HUG가 직접 평가를 의뢰하거나 확인한 결과만 인정하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집값을 의도적으로 부풀려 보증금을 더 많이 받는 걸 막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보증 가입 시 적용하는 공시가격 비율도 낮아진다. 공동주택 기준으로 공시가 9억원 미만은 기존 150%에서 145%로, 9억~15억원 구간은 140%에서 130%, 15억원 초과 구간은 130%에서 125%로 각각 조정됐다. 집값보다 전세보증금이 지나치게 많으면 보증보험 가입이 어렵게 바뀐 것이다.
예를 들어 공시가격이 6억원인 집이라면 지금까지는 최대 9억원(150%)까지 집값으로 인정돼 보증 가입이 가능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8억7000만원(145%)까지만 인정된다. 공시가가 10억원인 집은 기존에는 14억원까지 인정됐지만 이제는 13억원까지만 인정된다. 15억원이 넘는 고가주택일수록 인정 비율이 더 낮아진다. 정부는 이렇게 기준을 조정하면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걸 사전에 막을 수 있고 전세사기나 보증사고 발생 가능성도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다음 달 4일 이후 임대보증 가입 신청분부터 적용된다. 그전에 등록한 민간임대주택은 내년 7월 1일부터 개편안을 적용한다.
◇ 복구비 분쟁 막는다…입주·퇴거 시 공동확인 의무화
임차인 퇴거 시 복구비 분쟁을 줄이기 위한 기준도 마련된다. 앞으로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입주·퇴거 시 함께 입회해 시설 상태를 확인하고 수선비는 실비 기준에 감가상각률을 반영해 산출하도록 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시행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임대 등록이나 보증 가입을 고려 중인 임대사업자라면 새 기준을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공시가격 기준과 임대의무 기간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세제 혜택이 무효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이달 27일부터 ‘임대인 정보조회제’가 도입됐다. 임차인은 앞으로 임대인의 정보를 동의 없이 사전에 확인할 수 있다. 확인 가능한 정보는 HUG 전세금반환보증 가입 주택 보유 수, 보증금지 대상 여부, 최근 3년간 대위변제 발생 건수 등이다. 공인중개사 확인서를 지참해 HUG 지사를 방문하면 되고, 오는 6월 23일부터는 ‘안심전세 앱’을 통해 비대면 조회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