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은 농심, 영업익은 삼양식품이 1위
농심 신라면 툼바, 日 현지서 인기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삼양식품이 해외 성과에 힘입어 황제주에 등극했다. 삼양식품은 내달 밀양2공장 가동으로 또 한 번 성장 페달을 밟겠단 의지를 드러낸 가운데 농심도 수출 전용 공장 계획을 밝혔다. 농심은 불닭을 맞설 카드로 ‘신라면 툼바’를 내세웠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새로운 수출 전용 생산기지 ‘부산 녹산 수출전용공장’ 건립에 착수했다. 농심 녹산 수출공장은 기존 건면 생산시설인 녹산공장 여유부지에 건설된다. 약 1만4500평 규모에 달하는 이 공장은 내년 하반기 완공될 예정이다.

농심 녹산 수출전용공장 조감도. / 사진=농심
농심 녹산 수출전용공장 조감도. / 사진=농심

농심은 녹산 수출공장 완공 후 3개 라인을 우선 가동, 연간 5억개의 라면을 생산할 계획이다. 현재 농심 수출 물량을 전담하고 있는 부산공장과 구미공장 생산량은 각각 6억개, 1억개다. 녹산 수출공장이 완공되면 농심의 연간 수출용 라면 생산량은 12억개 수준으로, 지금보다 2배 증가하게 된다.

녹산 수출공장은 농심이 수십년간 국내외 공장을 운영하며 쌓아온 인공지능(AI) 스마트팩토리 노하우를 집약했다. 농심형 AI 딥러닝 기술을 적용한 품질검사 시스템, 빅데이터를 활용해 발생 가능한 문제를 예측해 대응할 방침이다.

최근 라면 시장은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으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매출은 농심이, 영업이익은 삼양식품이 각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불닭볶음면 인기로 황제주에 등극한 삼양식품은 ‘면비디아(라면+엔비디아, 엔비디아처럼 주식이 오른다는 의미)’라는 별칭도 얻었다. 삼양식품 시가총액은 8조3315억원, 농심은 2조5304억원이다.

국내 라면 1위 농심은 ‘신라면 툼바’를 삼양식품 반격 카드로 내세웠다. 신라면 툼바는 지난해 9월 출시된 신라면 후속작이다. 신라면에 생크림과 치즈 등이 더해져 매운맛이 상대적으로 덜한 제품이다. 신라면 툼바는 국내 출시 4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2500만개를 기록했다.

해외서도 신라면 툼바 인기를 입증했다. 농심은 최근 일본 CVS 1위 유통업체 세븐일레븐에 신라면 툼바 용기면을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출시 당시 한국 히트 제품으로 주목받으며 세븐일레븐 전점에 입점됐고, 출시 직후 일부 매장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소비자 반응에 빠르게 완판됐다.

농심 일본 신라면 툼바 진열 사진. / 사진=농심
농심 일본 신라면 툼바 진열 사진. / 사진=농심

농심은 추가 공급과 물량 확대를 위해 일본 세븐일레븐과 협의 중이다. 또 신라면 툼바 봉지면도 일본 유통업체에 순차 출시한다.

일본 현지 소비자들은 온라인에 “진한 크림 풍미에 매운맛이 어우러져 매력적이다”, “색다른 전자레인지 조리법과 뜨거운 물을 부어 만드는 스탠다드한 조리법 모두 가능한 것이 재미있다”, “부드럽고 매운맛 뒤에 찾아오는 감칠맛이 중독적이다” 등 의견을 내놓았다.

농심 관계자는 “녹산 수출공장은 해외시장 성장세에 맞춰 최대 8개 라인까지 추가해 생산능력을 현재 대비 약 3배 수준까지 늘릴 수 있다”면서 “신라면 툼바는 일본 라면시장에서 드문 차별화된 맛과 전자레인지 조리로 구현한 파스타 스타일의 면과 소스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선 농심의 신라면 툼바가 해외서 얼마나 성과를 낼지에 주목하고 있다. 농심은 올해 신라면 매출 1조3400억원, 신라면 툼바 1900만개 판매를 목표로 내세웠다. 또 북미·유럽 중심으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확산해 국내 라면 시장 부동의 1위를 유지하겠단 계획이다.

특히 농심은 신라면으로 미국 시장에 일찌감치 뛰어들었다. 현재 미국 제1공장과 제2공장에서 매년 10억개가 넘는 라면을 생산하고 있다. 따라서 농심은 미국 관세 영향에서 삼양식품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다. 반면 삼양식품은 미국 현지 공장이 없어 트럼프발 25% 관세 부과에 따른 가격 경쟁력 등 관세 리스크에 놓여있다.

박성호 LS증권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신라면 툼바가 미국 월마트와 LA 코스트코에 입점했고 일본에서도 초도 물량 완판했다”면서 “2분기에도 글로벌 메인스트림 입점 지속 확대 예정으로, 유럽 판매법인 설립에 힘입어 신라면 툼바의 안정적인 판매량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농심은 라면과 함께 스낵을 제2의 코어 사업으로 키운다. 블랙핑크 제니가 미국 토크쇼에서 바나나킥을 소개한 이후인 지난 4월 바나나킥 미국 수출 물량은 전월 대비 69%, 국내 매출은 40% 이상 늘었다. 바나나킥 후속작 ‘메론킥’은 첫 주에만 144만봉이 팔렸다. 현재 농심은 미국을 중심으로 메론킥 수출을 준비 중이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 사진=삼양식품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 사진=삼양식품

무엇보다 삼양식품은 불닭 시리즈에만 의존하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삼양식품은 ‘맵탱’을 앞세워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맵은 삼양식품이 2023년 8월 출시한 매운 국물 라면 브랜드 ‘맵탱’과 유사성을 공유하고 있는 해외 겨냥 브랜드다. 올해 말레이시아와 일본에 맵을 론칭하고, 내달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 해외 진출 초기로 성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다만 삼양식품이 라면 생산기지를 확보한 상황에서 지금보다 성장 속도가 가팔라질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삼양식품은 내달 밀양2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고, 내년 첫 해외 생산기지인 중국 공장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밀양2공장은 연간 6억9000만개 라면 생산이 가능해 공장 완공시 총 생산량 25억개로 증가하게 된다. 중국 공장 역시 완공시 연간 8억2000만개 규모로 생산량이 늘어나게 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삼양식품이 해외서 불닭볶음면 인기에 힘입어 실적, 주가 등이 크게 상승하고는 있지만 불닭에만 의존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성장 한계에 마주할 수 있다”면서 “농심은 제2의 신라면을 내세움과 동시에 스낵으로도 전략을 확대한 만큼 하반기 양사 성과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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