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시니어 일자리 창출 등 효과 입증
‘청소연구소’·‘맘시터’·민주당 경제성장위, 현장 정책간담회 개최
바우처·세제 혜택·플랫폼 노동자 복지 등 정책 지원 필요
[시사저널e=이창원 기자] “임신도, 출산도, 육아도 진짜 힘들지만, 가사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서 (아이를) 둘도, 셋도 낫겠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조금이라도 (정부와 국회의) 정책적인 지원이 이뤄진다면 출산에 대한 ‘생각’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청소연구소’ 이용자 A씨).
“바우처 지원, 소득 공제, 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한 복지 개선 등 지원 정책은 가사 돌봄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이 되고, 고령층의 보다 많은 일자리도 창출할 것이다”(‘청소연구소’ 매니저 B씨).
저출생·고령화 문제가 우리 사회의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사 돌봄 서비스를 개발·운영 중인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전보다 한층 실효성과 편의성 측면에서 강화된 이들 기업들의 가사 돌봄 서비스들은 젊은 세대들의 출산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경력단절자나 시니어 세대들에게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며 ‘좋은 플랫폼 기업’의 기준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실제 ‘생활연구소’가 운영 중인 ‘청소연구소’의 경우 올해 4월 기준 약 17만3000명의 매니저(가사 돌봄 종사자)를 보유하고 있고, 국내 전국에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누적 거래액은 약 2155억원이고, 지난해 거래액은 약 590억원이다.
연현주 생활연구소 대표는 “요즘 가사 돌봄 서비스는 아주 보편적인 서비스”라며 “맞벌이 부부, 신혼부부, 1인 가구 등까지 다양한 가정에서 서비스를 이용 중이고, 평균 평형도 20평대”라고 말했다.
이어 “청소연구소를 정기 서비스로 이용하는 비율은 68%이고, 1달 평균 비용은 약 18만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매니저들의 평균 나이는 55.6세이고, 풀타임(full time) 근무가 아닌 만큼 50~60세 매니저들이 부담 없이 건강하고 활발하게 활동 중”이라고 덧붙였다.
청소연구소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스마트한 앱 서비스’라는 점이다. 앱을 기반으로 예약부터 결제까지 모든 절차를 자동화해 편의성을 강화했다.
또 AI(인공지능) 매칭 시스템을 도입해 고객과 매니저 간 최적화된 연결이 가능함으로써 기존직업소개소의 일방적·비효율적 연결 방식을 개선했다.
청소연구소는 사전 교육을 수료한 ‘전문가 매니저’를 매칭하며 고객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신뢰성을 확보하기도 했고, ‘365 고객센터’, ‘파견 보험’, ‘직무 교육’ 등을 통해 안전하고 좋은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연 대표는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쓰는 비율이 70%에 달한다. 청소연구소 등 가사 돌봄 서비스의 이용은 출생률과 높은 개연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고객 후기에도 맞벌이·육아 가정들에서 ‘만족스럽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가사 서비스가 지금 우리가 당면한 과제인 출생률이나 고령화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맘편한세상’이 운영 중인 육아 도우미 서비스 ‘맘시터’도 맞벌이·신혼부부 가정의 ‘육아 전쟁’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서비스다.
정지예 맘편한세상 대표는 “데이터·AI 매칭 알고리즘 등 플랫폼 기술들을 활용해 육아 도우미 산업을 혁신하고 있다”며 “일하면서 아이 키우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기업이다”라고 말했다.
맘시터 서비스는 출산 후 산후도우미 서비스부터 출퇴근 입주 서비스, 파트타임 서비스, 관리형 프로케어 서비스 등으로 서비스를 다변화하며 ‘고객 맞춤형 서비스’로 거듭나고 있다.
정 대표는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가정 양립’은 굉장히 중요한 키워드다. 일하면서 아이를 키울 때 아이를 누군가가 안전하게 맡아줄 수 있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며 “돌봄 산업에 대한 양성화는 산업 자체의 혁신과 발전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가사 돌봄 서비스가 온전히 정착하기 위해서는 정부, 국회 등의 정책 지원이 동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생활연구소가 26일 판교 본사에서 개최한 ‘AI가사돌봄 플랫폼과 저출생·고령화 해법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도 플랫폼 기반 가사 돌봄 서비스의 사회적 가치와 정책적 연계 방안들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
간담회에는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직속 경제성장위원회 안도걸 수석부위원장·문철우 금융혁신분과 위원장·임창규 금융혁신분과 부위원장, 김경선 한국공학대학교 교수, 연현주 생활연구소 대표, 정지예 맘편한세상 대표, 가사 서비스 종사자, 서비스 이용자 등 약 20명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이 자리에서 가사 돌봄 플랫폼 이용자들은 실제 가사 돌봄 과정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과 플랫폼 활용 사례들을 소개하며 보다 확대된 지원 정책을 요구했다.
한 30대 외벌이 남성 이용자는 “맞벌이 중심의 정책 설계가 외벌이 가정을 소외시키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아내의 경력 단절을 방지하려면 외벌이 가정도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본인을 ‘쌍둥이 워킹맘’ 소개한 이용자는 “가사도우미 서비스 덕분에 쌍둥이를 키우며 일할 수 있다”며 “가사도우미 서비스도 헬스장 이용료 등과 같이 소득공제가 적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가사 돌봄 서비스 종사자들의 경우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지원 사각지대를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근로장려금 절차 간소화·자격 기준 완화, 교육비 지원, 플랫폼 노동자 쉼터 등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청소연구소 한 매니저는 “(청소연구소에서) 청소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은 후 일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정부가 플랫폼 종사자들에게 교육비 일부를 지원한다면 더 많은 중장년층이 일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며 “교육 중심의 일자리 지원이 중장년의 동기와 전문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플랫폼 사업자들도 바우처·세액 공제 등의 정책적 지원 필요성에 동의하면서, 궁극적으로 가사 돌봄의 문화가 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 대표는 “세제 혜택 등 지원은 서비스 수요를 증가시키고, 시장 자체가 투명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고, 정 대표도 “일하는 부모가 돌봄 문제로 일터를 떠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 부모, 정부, 산업 모두에 이익이고, 일하면서 아이 키우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피력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현재 가사 돌봄 서비스들이 향후 국내 경제 성장의 방향이 되고, 이를 위한 인식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경선 교수는 “가계도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주체가 될 수 있고, 돌봄 경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영역”이라며 “정부의 직업훈련 지원이 플랫폼 종사자 같은 프리랜서 일자리까지 포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문철우 위원장은 “양적인 고용뿐 아니라 자존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품격 있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오프라인 가사도우미 서비스에 AI 기술을 반영한 혁신 사업 모델에 국가 차원의 투자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설명했다.
이와 같은 의견들에 대해 안도걸 수석부위원장은 “서비스 산업을 키워야 내수도 살아나고, 수출 산업으로도 전환이 가능하다”며 “서비스 일자리는 청년뿐만 아니라 경력단절 여성, 중장년층에게도 희망이 될 수 있는 영역이다. 서비스 산업을 통해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노동의 품격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질적인 정책적 지원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가사 돌봄 서비스의 전문성 입증을 위한 노력과 정책 연구 등이 함께 이뤄지며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며 “가사 돌봄 서비스 시장이 확대되고, 이를 통한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는 정책과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