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박 3사, 1분기 동반 적자
'기술 우위'로 중국 공세 돌파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생산한 동박. / 사진=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생산한 동박. / 사진=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고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까지 겹치면서 국내 동박 3사(SK넥실리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솔루스첨단소재)가 나란히 올해 1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이들 기업은 차세대 배터리 소재로 꼽히는 고강도·고연신 특성의 ‘하이엔드 동박’을 돌파구로 삼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SK넥실리스는 올해 1분기 34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460억원, 솔루스첨단소재는 15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세 기업 모두 전방 산업의 침체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 영향으로 실적이 악화된 상황이다.

전방 산업 침체로 인한 동박 업계의 위기는 심각하다. 지난해 SK넥실리스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공장 가동률은 각각 64.7%, 34.3%에 그치는 등 설비 가동률 저하가 수익성을 압박하는 주요 원인이었다.

동박 3사는 실적 반등을 위해 하이엔드 동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에 맞서지 않고 고부가 제품을 통해 신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 따르면 하이엔드 동박 시장은 오는 2028년까지 80만 톤(t)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배터리 출력을 높여주는 실리콘 음극재 소재 채용이 늘면서 하이엔드 동박이 주목받고 있다.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 흑연 음극재보다 에너지 밀도는 10배 이상 높지만 충전과 방전을 거듭하면서 부풀어 오르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고성능 동박은 이를 견질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고함량 실리콘 음극재에 들어갈 동박을 내달부터 본격적으로 양산한다. 우선 모바일용을 시작으로 내년부터는 전기차 배터리용 제품도 상용화할 계획이다. 북미 완성차 업체와 공동 개발 중인 고연신 동박은 회사의 핵심 전략 제품으로 꼽힌다. 회사 측은 하이엔드 동박 판매량 비중이 올해 6%에서 내년 12%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넥실리스는 지난 2019년에 세계 최초로 4㎛(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초극박 동박을 양산하며 하이엔드 시장에 진출했다. 최근에는 초고강도, 초고연신 특성을 가진 동박의 풀 라인업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 및 리튬메탈 배터리용 동박 기술 개발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솔루스첨단소재 역시 하이엔드 동박 분야에 적극 나서고 있다. 초극박 동박 기술을 포함해 최대 70kgf/㎟의 고강도 동박과 최대 15%의 높은 연신율을 갖춘 제품을 개발했다.

동박 기업들은 최근 급성장 중인 인공지능(AI) 가속기 시장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AI 가속기용 HVLP4 동박 양산을 이미 시작했고, 후속 제품 HVLP5의 고객사 승인을 추진 중이다. 솔루스첨단소재도 AI 가속기용 동박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며 이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관세 정책도 국내 동박업체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산 동박은 관세율이 46%에 달하는 반면 한국산은 0%, 국내 업체들이 진출해 있는 말레이시아는 1% 의 관세율이 적용된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하이엔드 시장 선점, 북미 수출 우위 효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