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서는 여전히 금융지주 전환 필요
지주사 전환 위한 비은행 계열사 인수 쉽지 않아
수협은행 재무상황 좋지 않아···개별 지역 수협 위기 직면
미국 신용등급 강등 등 대외적 불확실성 따른 변동성 확대로 신중히 M&A 진행해야

Sh수협은행 본점 전경 / 사진=연합뉴스
Sh수협은행 본점 전경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Sh수협은행의 지주 체제 전환 작업이 당초 예정보다 미뤄진 가운데 재개 시점을 두고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내부에서는 여전히 지주 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위한 비은행 계열사 인수가 쉽지 않는데다 수협은행 재무상황도 좋지 않다는 점에서 상당기간 진척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학기 수협은행장은 취임 이후 디지털 전환과 현장 중심 경영으로 조직 체질 개선에 주력하면서 건전성 지표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신 행장은 비전선포식에서 올해 3000억원 이상의 수익 시현을 목표로 발표하면서 5대 핵심경영 과제로 ▲기초체력 강화를 위한 '내실경영'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가치경영' ▲새로운 미래로의 도약을 위한 '미래경영' ▲독보적 경쟁력 확보를 위한 '차별경영' ▲건강한 조직문화 기반의 '신뢰경영'을 내세웠다.

최근 수협중앙회 측은 지주회사로의 전환은 당분간 없을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은 지난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수협은행의 금융지주사 전환은 필요하다"면서도 "여러가지 경제적 여건 상 보류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Sh수협은행과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내부에서는 금융지주 체제 전환이 여전히 숙원 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신 행장 역시 신년사를 통해 비은행 금융사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지주회사법상 금융지주 회사 설립을 위해서는 두 개 업권에 사업을 영위하는 금융회사를 지배하고 있어야 한다. 비은행 계열사를 인수해 덩치를 키운 이후 금융지주 체제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수협은행이 노리는 매물은 자산운용사와 캐피털사다. 하지만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적정한 매물이 시장에 나오지 않으면서 아직까지 진척이 없는 상태다. 여기에 시장금리가 내려가고 금융투자업계도 최근 몇 년 전보다는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 연출되는 등 관심이 있는 회사들의 몸값이 점점 더 올라가면서 선뜻 인수·합병(M&A)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대한 자본적정성을 덜 훼손하는 방향으로 인수·합병을 진행하려다 보니 대상 선정이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수협중앙회의 사업구조상 은행의 지주회사 전환보다 더 시급한 과제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속된 고금리와 대출자산의 부실화 등으로 제2금융권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개별 지역 수협들 역시 위기에 직면한 것이 대표적이다. 

Sh수협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2.27%로 전년 말(11.46%) 대비 0.81%포인트 개선됐지만 은행권 평균치(13.33%) 대비 1.06%포인트 낮다. CET1 비율은 금융사 손실흡수능력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이자 주주환원 정책에도 기준이 되는 지표이다. M&A 과정에서 CET1 비율이 중요한 이유는 인수 후 CET1 비율이 낮아질 수 있어서다. CET1 비율 산정 시 모수가 되는 위험가중자산(RWA)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13% 이상의 CET1 비율을 권고하고 있다.

보통주자본비율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인수·합병을 추진하려면 수협중앙회 출자를 통한 추가 자금조달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 수협중앙회 역시 수협조합 부실채권 정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경영실태평가에서 4등급(취약) 판정을 받은 단위조합은 7개에 달했다. 특히 거제와 전남동부수협은 2년 연속 4등급을 받았고, 나머지 5개 조합은 3등급(보통)에서 한 단계 더 하락했다. 전체 67개 조합 중 절반을 넘는 34곳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구룡포수협이 249억원으로 가장 큰 적자를 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108년 만에 미국 신용등급 강등 등  대외적 불확실성으로 금융환경 변동성이 커져 신중하게 M&A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수협중앙회가 당분간 지주회사 전환에 힘을 줄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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