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6일 첫 변론기일 당사자 통지···소 제기 9개월 만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인한 피해액을 돌려받기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소송 절차가 본격 시작됐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는 국민연금이 이 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삼성물산 등을 대상으로 “제일모직과의 합병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제기한 소송 첫 변론기일을 오는 6월26일로 지정하고, 전날 각 당사자에게 통지했다.
지난해 9월 소송이 제기된 지 약 9개월 만에 변론 절차가 진행되는 셈이다. 그간 소장 전달과 대리인 선임, 피고 측 답변서 제출 등 형식적 절차가 진행됐다.
소송 당사자에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각각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도 포함돼 있다.
이 회장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김현보(27기), 장종철(33기) 변호사 등을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이들은 이 회장의 이른바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형사사건의 변호를 맡은 인물들이기도 하다. 이번 손해배상 사건이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과 깊게 연관돼 있다는 점을 고려한 대리인 선임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은 2015년 7월 주주총회에서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결의했다. 양사는 합병 비율을 ‘1(제일모직) 대 0.35(삼성물산)’로 하기로 결정했는데, 당시 삼성물산 1대 주주였던 국민연금은 이에 동의했다.
국정농단 특검 및 검찰은 합병 비율이 이 회장에게 유리하도록 삼성물산의 가치가 낮게 책정됐고, 박근혜 정권의 외압으로 국민연금이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합병에 찬성했다면서 관련자들을 기소했다. 이 회장 등 삼성 관계자들은 뇌물제공 등의 혐의로 2021년 1월, 문 전 장관 등은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2022년 4월 각각 유죄가 확정됐다.
2021년 대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재상고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자신의 승계작업 등 현안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86억원 규모의 뇌물을 주고받기로 합의했다.
또 2022년 4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및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 등 판결에서는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하도록 압력을 가한 혐의를 인정한 바 있다.
한편 뇌물공여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은 이 회장은 뇌물의 대가로 인정된 경영권 승계 의혹 사건(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1·2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두 회사의 합병이 이 회장 승계 및 지배력 강화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으며 삼성물산과 주주에게도 이익’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에서 확정된 이 회장의 합병 관련 뇌물 공여 혐의와 두 회사 합병의 불법성은 별개 사안이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