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GTX 원조’ 강조, 전국망 공약···이재명, 수도권 1시간 생활권 제시
업계 “수익성 낮고 리스크 커”···“이번에도 선거용 구호로 끝날 수도”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들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확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업계에선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기존 노선조차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노선은 언제 추진될지 기약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대로라면 GTX 공약이 또다시 ‘선거용 그림’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내가 GTX 아버지” 김문수, 민자로 130조 사업 추진 자신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최근 GTX 기존 노선인 A·B·C노선을 임기 내 개통하고 신규 노선인 D·E·F 노선은 착공에 들어가겠다는 ‘GTX 전국망’ 구상을 내놨다. 수도권을 넘어 전국 5대 광역권(부울경, 대전·충청, 대구·경북, 광주·전남 등)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GTX를 통해 공항, 산업단지, 거점 도시 등을 고속으로 연결해 국토 전체를 1시간 내에 이동 가능한 교통 체계로 개편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자신이 GTX 개념을 처음 제안한 인물이라는 점도 내세우고 있다. 2008년 경기도지사 재직 당시 ‘30분 통근권’을 목표로 대심도 급행철도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당시 정책보좌관이던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과 함께 기본 구상을 마련했다. 이후 A·B·C 노선의 기본틀이 이 시기에 정리되며 ‘GTX의 아버지’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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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재원은 민간 자본으로 조달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후보는 “GTX는 노선당 3조~5조 원 정도면 충분히 추진 가능하다”며, 정부 예산 투입 없이 민자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요금 수익으로 투자비를 회수하는 구조를 제시했다. ‘정부 부담 없이 실현 가능한 전국급행철도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재명 “GTX플러스로 강원까지”…국비 지원 법안 발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역시 수도권 주요 거점을 1시간 내에 연결하는 ‘1시간 경제권’ 구상을 내놨다. A·B·C노선을 지연없이 추진하고 수도권 외곽과 강원 지역까지 연장 지원을 약속했다. 수도권 내 교통 불균형 해소와 함께 강원권 접근성을 개선해 수도권 중심의 생활권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이 후보는 D·E·F노선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경기도가 제안한 ‘GTX플러스’ 노선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GTX플러스는 기존 노선 외에 추가로 제안된 노선으로 수도권 외곽 지역을 포함해 광역 교통망을 확장하려는 계획이다.

공약 실현을 위한 재정적 뒷받침도 제시됐다. 이 후보 측은 최근 GTX 연장 구간에 국비 지원을 가능케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지금까지 연장 노선은 지자체가 전액 부담하는 구조였지만, 국가가 일정 비율을 보조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다만 국토교통부는 현재로선 기존 광역철도와의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투자회수 최소 30년”···건설사들 참여 꺼려 현실성 의문

두 후보가 제시한 청사진과 달리 GTX 사업 현장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가장 늦게 착공에 들어가기로 했던 C노선은 지난해 초 공식 착공식을 열었지만 이후 차량기지 부지 확보, 설계 변경, 각종 인허가 문제 등 복합적 사유로 인해 실제 공정이 전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B노선은 민자와 재정이 결합된 형태로 추진되지만 올해 3월 말에야 민간구간 착공신고서가 제출된 수준이다. A노선도 일부 구간에서 토목 공정이 지연되며 계획된 개통 일정을 맞추기 어려운 상태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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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추진하겠다는 D·E·F 노선은 더 큰 불확실성에 놓여 있다. 이들 노선은 아직 예비타당성조사도 완료되지 않았고 일부는 구체적인 노선안조차 확정되지 않은 초기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특히 D노선은 서울 도심을 관통하는 경로를 두고 지자체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어 기본 계획 수립 단계부터 진통이 예상된다. 여기에 민원, 환경영향평가, 사업자 선정 등 후속 절차도 감안하면 실제 착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 추진의 또 다른 걸림돌은 민간사업자의 참여 의지다. 최근 몇 년 사이 민자 철도 사업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대형 건설사들도 점차 발을 빼는 분위기다. B노선 사업에서 DL이앤씨는 컨소시엄에서 이탈했고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역시 참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업비 부담은 커졌지만 정부의 확실한 수익 보장이 없고 착공 이후에도 공기 지연이나 민원 리스크가 크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GTX 전국망 구축에는 130조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 예산 없이 민간 자본으로 조달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민자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본다. 민자사업은 초기 투자금 회수 구조가 명확해야 작동하는데 GTX처럼 노선 길고 건설비가 천문학적인 사업은 수요 예측이 불확실한 데다 투자 회수까지도 최소 20~30년 이상 걸릴 수 있다. 정부의 요금 통제나 수익성 보전 방식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단순히 “민자 추진”만 언급하는 건 시장에 먹히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GTX를 새로 제안한다면 실질적으로 굴릴 주체와 분명한 예산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추진 주체, 재정 구조, 사업성 검토 등 근본적인 조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번 대선에서 다시 등장한 GTX 전국망 공약도 선거철 단골 아이템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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