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주관하는 DN솔루션즈, IPO 연기 결정
KB증권은 대어급 딜 연이어 상장 채비 나서
지난해 이어 2년 연속 IPO 주관 1위 기록할지 주목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지난 1분기 IPO(기업공개) 주관 실적 1위를 기록한 KB증권이 올해 남은 기간에도 독주 가능성을 높여나가고 있다. 경쟁사가 맡은 대형 IPO가 낙마한 반면, KB증권은 굵직한 상장 후보들을 차례로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IPO 시장에서 최강자 자리를 꿰차며 빅하우스 입지를 다질지 주목된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이 상장을 주관하는 기업들이 연이어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중견 제약사인 명인제약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고, 이보다 앞선 지난달 4일에는 조선 관련주인 대한조선이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며 코스피 상장에 나섰다.

이들 모두 대어급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점에서 KB증권의 대표 주관 실적에 보탬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NH투자증권과 공동 대표로 상장을 주관하는 대한조선은 1조원 가량의 몸값이 거론되고 있다. 조선업 호황 기대감이 증시에 나타나고 있는 데다 대한조선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1500억원을 넘어서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명인제약 역시 견실한 실적을 내고 있다는 부분에서 시장 관심을 끈다. 1988년 설립된 명인제약은 치은염·치주염 보조치료제 ‘이가탄’으로 알려진 제약사다.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 2696억원, 영업이익 901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시장에선 최소 6000억원 안팎의 몸값이 책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의 IPO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KB증권의 독주 체제는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KB증권은 올해 1분기 삼양엔씨켐, LG CNS(공동 대표 주관), 아이에스티이, 심플랫폼 네 곳의 IPO를 대표로 주관하며 4482억원의 주관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1조1994억원의 공모금액을 기록한 LG CNS 덕으로, 2위 그룹과 주관 실적이 3000억원 넘게 차이가 나고 있다.

특히 경쟁사가 실적을 대거 쌓을 것으로 예상했던 IPO가 무산되면서 KB증권은 상황이 더 유리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 이후 최대 공모금액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었던 DN솔루션즈가 냉랭한 시장 반응 속에 상장을 연기한 것이다.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유비에스증권이 대표 주관사인 DN솔루션즈는 희망 공모가 상단 기준으로 1조57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이를 뛰어넘을 대어급 IPO도 당장은 없는 상태다. 그나마 남아 있는 대형 IPO도 공모 규모가 크지 않다. 이달 공모를 마칠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몸값을 낮추면서 공모 예정 금액이 희망 공모가 밴드 상단 기준 2017억원으로 줄었고, 몸값 8000억원을 노리는 달바글로벌은 공모 예정 금액이 상단 기준 500억원에도 못 미친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달바글로벌은 미래에셋증권이 대표 주관사다. 

이에 KB증권이 올해 IPO 시장에서 1위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KB증권은 2022년 LG에너지솔루션 상장으로 IPO 대표 주관 실적 1위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다시금 1위 왕좌를 차지했었다. 여기에 올해에도 1위에 오를 경우 최근 4년 동안 세 번이나 IPO 주관 시장을 석권하게 된다. 이른바 빅하우스 입지를 굳건히 하게 되는 셈이다. 

다만 변수도 남아 있다. 증시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최근 대어급 IPO들의 성적이 신통치 않은 현상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KB증권이 상장을 주관하는 명인제약의 경우 지분 승계 목적으로 상장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있고, 대한조선은 기존 주주의 엑시트 이슈가 있다. 이 모두 흥행 저해 요소로 분류된다.

표=김은실 디자이너.
표=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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