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국적불문’ 인재등용 주문 이후 연이어 외국인 인재 영입 나서
현대차 사례에서 보듯 오너가 얼마나 힘을 실어줄지 여부가 관건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최근 들어 삼성전자가 외국인 인재 영입에 나선 것과 관련, 재계에선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경직되고 관료화 된 조직 문화 변화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것이다. 다만 기존 사례를 봤을 때 확대해석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소피아 황-주디에쉬 전 토미힐피거 북미 대표를 리테일 전략 글로벌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황 신임 부사장은 허드슨스베이 사장, 울타뷰티(Ulta) 전략 담당 부사장 등을 지낸 유통전문가다.
이와 더불어 비슷한 시기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마우로 포르치니를 디바이스경험(DX)부문 최고디자인책임자(CDO·사장)로 영입했다. 이탈리아 출신인 마우로 포르치니 신임 사장은 필립스에서 제품 디자이너로 시작, 3M과 펩시코에서 CDO를 역임하는 등 글로벌 디자인 업계에서 입지를 굳혀온 인물이다.
심성전자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이재용 회장이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에서 영상 메시지를 통해 “경영진보다 더 훌륭한 특급 인재를 국적과 성별을 불문하고 양성하고 모셔와야 한다”고 강조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의 위기와 관련해 일각에선 외부, 특히 글로벌 인재 영입이 해답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있었다. 관료화 된 조직에 변화를 주기 위해선 내부핵심 임원들과 학연, 지연 등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인물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연달아 들려온 글로벌 인재 영입소식이 들려오면서 향후 어떤 변화가 이뤄질지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반면 회의적 시각도 있다. 원래부터 삼성전자엔 외국인 임원들이 상당수 있어 새로울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한 업계 인사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는 원래 외국인 임원 및 직원이 많기로 유명했지만 결국 외국인들이 삼성전자에 맞게 적응해갔지, 삼성전자에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핵심 고위직에서의 영입은 없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엔지니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과거부터 외국인 임원들을 영입하고 승진시켜왔다. 단순히 외국인 임원들을 조직 내에 들이는 것만으로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적 불문의 인사를 통해 삼성전자가 의미 있는 전환점을 만들지 여부는 이 회장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대표적 예다. 정의선 회장 체제 후 피터 슈라이어, 알버트 비어만 등 외국인 인사들을 핵심적 위치에 앉혀온 현대차는 지난 1월 토요타, 닛산에서 근무하던 호세 무뇨스를 최초 외국인 CEO로 임명했다.
한 글로벌 기업 인사는 “현대차 사례에서 중요한 건 단순히 외국인을 영입한 것이 아니라, 정의선 회장이 기존 내부 임원들의 반발을 잠재우고 외부 인사가 역량을 내도록 힘을 실어줬다는 것”이라며 “향후 삼성전자 외국인 인사의 성공여부는 결국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이재용 회장이 역할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