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유예 조치로 상반기 출하 늘고 하반기 급감 예상

2025년형 삼성 OLED TV / 사진=삼성전자
2025년형 삼성 OLED TV / 사진=삼성전자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올해 전 세계 TV 출하량이 전년 대비 역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주요 TV 제조사들이 미국 정부의 관세 인상에 따른 가격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면서 전체 구매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다.

4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글로벌 TV 출하량이 전년 대비 0.7% 감소한 1억9644만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출하량은 전년보다 2%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며 올해도 이같은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됐지만 지난달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결정 이후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TV 시장은 상반기에 일시적인 수요 증가, 하반기에 급격히 수요 위축이란 ‘상고하저’ 양상을 보일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계절적 비수기인 1분기에 출하량이 일시적으로 크게 늘었다. 관세 인상 전 미리 제품을 구매하려는 수요를 반영해 제조사들이 출하 시점을 앞당겼기 때문이다. 1분기 전세계 TV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한 4559만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LG전자, TCL, 하이센스 등 4개 제조사의 미국 내 소매 재고는 평균 3~4주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 유예 조치로 인해 상반기 전체 기준으로도 출하량은 증가세를 보일 전망이다. 상반기 글로벌 TV 출하량이 전년 대비 3.8% 증가한 9418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 TCL과 하이센스는 각각 15%와 7%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월마트 자회사인 비지오의 출하량은 20%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상호관세 조치를 발표하며 멕시코산 제품 가운데 미국·캐나다·멕시코 3국 간 자유무역협정(USMCA)을 준수하는 제품에 대해서 관세 면제를 유지키로 했다. 멕시코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요 TV 생산거점이다. 세계 두 번째 규모의 TV 생산지인 베트남에 대해서도 관세율을 기존 46%에서 10%로 일시적으로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상반기 사재기 수요의 영향으로 하반기 출하량은 급감할 가능성이 높단 우려가 제기된다. 지역별 관세 부과가 본격화되면 글로벌 주요 TV 제조사들이 제품 소매가를 인상할 수밖에 없어 수요가 위축될 것이란 설명이다. 트렌드포스는 하반기 TV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한 1억227만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시행한 정부 보조금 정책으로 올 초 TV 구매 수요가 확대됐지만 하반기 추가 수요를 이끌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 보조금 정책을 지속 확대한단 계획으로, TV 제품의 에너지 효율 기준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한단 구상이다. TCL, 하이센스, 샤오미 등 주요 현지 업체들은 액정디스플레이(LCD)를 기반으로 한 미니 LED TV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프리미엄 라인업에 속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의 출하량도 올해 완만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OLED TV 출하량 목표를 250만대로 상향 조정했으며, 이에 따라 전체 OLED TV 출하량은 전년 대비 7.1% 증가한 679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는 올해 TV용 OLED 패널 출하량 전망치에 대해 전년 대비 35.4%가량 증가한 880만대로 제시하기도 했다.

트렌드포스는 “중장기적으로 OLED TV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소매 가격은 미니 LED 백라이트의 LCD TV보다 3~4배 높고, 중국 브랜드들은 OLED 제품에 관한 관심이 적고 패널 생산 능력도 제한적”이라며, “결과적으로 OLED TV 출하량은 당분간 650만~700만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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