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공장 페놀 함유 폐수 배출 혐의 1심 유죄···30일 2심 시작

HD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 사진=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 사진=HD현대오일뱅크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맹독성 물질이 함유된 폐수를 방지시설을 거치지 않은 채 무단 배출한 혐의로 기소된 HD현대오일뱅크 전·현직 임직원들과 법인 등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주장했다. 공소제기조차 되지 않은 내용을 유죄로 인정한 1심의 법리오해와 범죄의 구성요건 충족 여부 및 대기오염 방지시설에 대한 사실오인 판단, 양형부당 등을 항소이유로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 부장판사)는 30일 물환경보전법 등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HD현대오일뱅크 전·현직 임직원들의 2심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검찰은 법리오해과 양형부당을 이유로, 피고인 측은 법리오해와 사실오인,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특히 유죄를 선고한 1심 판단은 ‘불고불리’ 원칙을 위배했다고 강조했다. 기소되지 않은 사실을 범죄사실로 인정한 법리오해가 있다는 주장이다.

변호인은 ‘현대오일뱅크 공정 내 배출 혐의’ 관련 “이 부분 공소사실은 ‘페놀 및 페놀류가 함유된 폐수를 WGS(가스세정시설)을 통해 대기 중으로 내보냄으로써 수질 오염 물질을 배출했다는 것’이다”면서 “(그러나) 원심은 ‘SSW(처리된 산성수)를 가스세정시설에 투입한 것을 범죄사실로 인정함으로써 공소사실과 원심의 범죄사실이 달라지게 됐다”라고 말했다.

검찰이 페놀과 페놀류가 함유된 폐수를 ‘폐수’라고 명명하는 것과 달리, 피고인 측은 ‘산성수’라고 주장하며 용어의 정의에도 큰 입장차를 보였다.

현대오일뱅크에서 계열사 현대OCI로 폐수를 이동시킨 혐의에 대해서도 “공소사실은 (폐수의) 이동 자체를 배출이라고 기소했지만, 원심은 이와 달리 가스세정시설 탑에 처리된 산성수를 투입한 것을 배출이라며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집중해서 변론한 내용은 무의미해졌고, 공소사실과 전혀 다른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피고인들은 방어권을 심각하게 침해당했다”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외부가 아닌 ‘공장 내’에서 ‘기화’된 오염물질을 내보낸 행위를 물환경보전법과 사전적 정의상 ‘배출’로 볼 수 없다는 주장 ▲가스세정시설 굴뚝 등에서 페놀 화합물이 검출되지 않았으므로 법률상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는 주장 ▲저감 기능을 갖추고 있는 가스세정시설 등을 페놀 및 페놀류에 대한 ‘방지시설’로 보지 않은 것이 위법하다는 주장 등을 펼쳤다. 아울러 유죄를 인정하더라도 1심에서는 지나치게 무거운 형이 선고되었다는 주장도 했다.

법인의 변호인도 “이 사건 폐수의 이동 또는 배출이 물환경보전법에 규정하는 배출행위에 해당하는지는 아직까지 판례로 정립된 것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새로운 선례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인 만큼 재판부가 신중한 판단을 해주실 것을 요청드린다”라고 말했다.

비용절감을 위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산공장이 위치한 충남 지역의 만성적인 가뭄과 농업용수 부족 문제에 대응해 각종 검토를 통해 (폐수를) 공업용수로 재활용한 것이다”면서 “오로지 회사의 이익 추구를 위해 인근 주민에게 폐를 끼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린다”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 측에서 신청한 전문가 및 임직원, 관계사 직원 등 증인의 숫자(각각 4~5명)가 너무 많다며, 일부 철회를 요청했다. 검찰 측에는 피고인들이 지적하는 ‘배출’의 기수(범죄의 완성) 시점이 언제인지 명확히 밝혀달라고 소송지휘를 했다.

다음 기일은 6월11일로 예정됐다. 검찰과 변호인단의 PT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후에는 채택된 증인에 대한 증인신문 절차가 순차적으로 열린다.

피고인들은 지난 2017년 6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충남 서산에 위치한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의 폐수배출시설에서 페놀 및 페놀류가 함유된 폐수 130만톤(t) 상당을 ‘방지시설에 유입하지 않고’ 공장 내 가스세정시설의 굴뚝을 통해 대기 중으로 증발시켜 ‘배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19년 10월24일부터 2021년 11월까지 대산공장의 폐수배출시설에서 배출되는 페놀 및 페놀류가 함유된 폐수 33만t 상당을 방지시설에 유입하지 않고 자회사인 현대OCI 공장으로 배출한 혐의도 받는다. 이 외에도 2016년 10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폐수 합계 113만t 상당을 방지시설을 거치지 않고 자회사인 현대케미칼 공장으로 배출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방지시설을 거치지 않은 ‘원폐수의 재이동’ 및 폐수의 ‘증발’을 불법적인 배출로 보고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피고인들이 폐수처리장 신설비용(450억원)과 자회사 공업용수 수급비용(연 2~3억 원) 절감을 위해 이 같은 불법 배출을 감행한 것으로 봤다.

1심은 물환경보존법상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수질오염 물질이면 족하고 그 궁극적 형태는 액체인지 기체인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물환경보전법 위반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페놀이 녹은 폐수를 대기에 분사한 방식이어서 물환경보전법이 적용된다. 방지시설에 위임하지 않고 배출하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처벌 대상이 된다”라고 밝혔다.

페놀은 맹독 물질로 소화기, 호흡기, 피부 등을 통해 인체에 흡수될 경우 심각한 장애나 사망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환경보전법 및 시행규칙상 페놀과 페놀류의 허용 기준은 페놀 1㎎/L, 페놀류는 3㎎/L이다. 현대오일뱅크의 폐수배출시설에서 배출된 폐수에는 페놀 최대 2.5mg/L, 페놀류 최대 38mg/L가 함유돼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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