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물질 함유 폐수, 방지시설 거치지 않고 이동·증발시켜
물환경보전법상 ‘배출’에 해당하는지 놓고 법률 이견
환경부 예고한 1500억여원 과징금 등 행정처분 남아

HD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 사진=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 사진=HD현대오일뱅크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맹독성 물질이 함유된 폐수를 무단 배출한 혐의로 기소된 HD현대오일뱅크 전·현직 임직원들에 대한 2심 재판이 이번 주 시작된다. 폐수를 방지시설을 거치지 않고 이동시키거나, 대기 중으로 증발시킨 행위를 관련법상 ‘배출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는 오는 30일 오전 물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형 등을 선고받은 강달호 전 부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기일을 연다.

피고인들은 지난 2017년 6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충남 서산에 위치한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의 폐수배출시설에서 배출되는 수질오염물질인 페놀 및 페놀류가 함유된 폐수 130만톤(t) 상당을 ‘방지시설에 유입하지 않고’ 공장 내 가스세정시설의 굴뚝을 통해 대기 중으로 증발시켜 ‘배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19년 10월24일부터 2021년 11월까지 대산공장의 폐수배출시설에서 배출되는 페놀 및 페놀류가 함유된 폐수 33만t 상당을 방지시설에 유입하지 않고 자회사인 현대OCI 공장으로 배출한 혐의도 받는다. 이 외에도 2016년 10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폐수 합계 113만t 상당을 방지시설을 거치지 않고 자회사인 현대케미칼 공장으로 배출한 혐의도 있다.

페놀은 맹독 물질로 소화기, 호흡기, 피부 등을 통해 인체에 흡수될 경우 심각한 장애나 사망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환경보전법 및 시행규칙상 페놀과 페놀류의 허용 기준은 페놀 1㎎/L, 페놀류는 3㎎/L이다. 현대오일뱅크의 폐수배출시설에서 배출된 폐수에는 페놀 최대 2.5mg/L, 페놀류 최대 38mg/L가 함유돼 방지시설을 거쳐 배출돼야 했다.

검찰은 방지시설을 거치지 않은 ‘원폐수의 재이동’ 및 폐수의 ‘증발’을 불법적인 배출로 보고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피고인들이 폐수처리장 신설비용(450억원)과 자회사 공업용수 수급비용(연 2~3억 원) 절감을 위해 이 같은 불법 배출을 감행한 것으로 봤다.

1심도 물환경보전법상 불법적인 폐수 배출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수질오염물질의 배출행위는 ‘폐수에 함유된 배출 오염을 초과하는 수질 오염물질을 방지시설에 위임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실제 자연 환경이 오염되는 결과가 발생할 것까지 요구되는 것은 아니고, 배출 당시 그 궁극적인 형태가 액체인지 기체인지는 문제되지 않는다. 방지시설에 위임하지 않고 배출하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처벌 대상이 된다”고 짚었다.

양형 이유에 대해서는 “피고인들은 폐수 처리장 신설 비용 및 공업용수 공급 비용을 절감하려는 목적 아래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이 사건 배출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공장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악취 민원 또는 지역 축제 시 행정관청의 단속이 있을 경우에만 폐수 공급을 중단하고 깨끗한 물을 사용하는 등 주도면밀하게 범행을 은폐해 왔다”고 지적했다.

피고인들은 1심 선고 이틀 뒤 항소했다. 이들은 사실관계 확인 및 법리 판단 등을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페놀 및 페놀류가 함유된 폐수가 가스세정시설을 통하는 과정에서 일부 증발됐다하더라도 오염물질이 ‘대기 중으로 배출’됐다는 직접 증거가 없으며 ▲오염물질의 대기 중 배출 사안에 물환경보전법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한 법 적용이라는 입장이다. 또 ▲위법과 고의성 역시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한편 현대오일뱅크는 이번 폐수 배출 사건에 대한 최종 행정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환경부는 2022년 150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사전 통지했으나, 현재까지 이 처분이 확정돼 부과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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