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련소 이전, 대선 공약으로“···공론 테이블 구성 나선 정치권
환경부 “현재 논의 테이블은 한계···총리실 중심 TF 필요”
영풍, 조업 재개하지만 논의 참여 불가피할 듯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가 오는 25일 조업을 재개한다. 환경오염 논란으로 두 달 가까이 멈춰 있던 이 제련소는 ‘친환경 리스타트’를 선언하며 가동 준비에 나섰다.
다만 조업 재개를 앞둔 시점에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이 시설의 이전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대선을 계기로 정책 공약 반영 시도가 이어지고 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TF) 구성 요구도 재차 제기되는 등 이전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온 분위기다.
◇ TF 논의 구조화는 이제부터…도당-중앙 잇는 정치권 가교
21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민주당 경북도당은 최근 ‘낙동강 상류 중금속 오염 문제 해결’을 대선 공약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석포제련소가 위치한 낙동강 최상류에서 카드뮴·납 오염사건이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영남권 식수 안전과 직결된 문제로, 단순한 지역 현안을 넘어 ‘국가 물안보 공약’으로 격상돼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요구에 따른 움직임이다.
이날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임미애 의원과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는 대선 공약 조율과 함께 석포제련소 관련 정책 방향의 구체화를 위한 협의로 해석된다. 강 의원은 석포제련소 이전 TF 논의를 가장 먼저 정치권에서 공식화했다. 지난 3월에는 석포제련소 이전을 논의하는 국회 토론회를 주최하고 시민사회의 TF 요청을 환경부에 전달한 바 있다. 임 의원은 경북도당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대구·경북 지역에서 활동하는 유일한 야권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강 의원실 관계자는 “오늘 임미애 의원을 만나 석포제련소 이전 등을 포함한 낙동강 환경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면서 “아직 뚜렷한 진척은 없지만 다음 주쯤엔 방향성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공약을 구성하는 데 있어 ‘영풍 석포제련소’나 ‘이전 TF’ 같은 구체적인 표현은 제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은 정책 완성보다는 논의 테이블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려는 배경으로 해석된다.
◇ “이전 TF는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할 사안”
현재 경북도에서 운영 중인 TF나 환경부 산하 낙동강 상류 환경관리 협의회는 각각 지역 조율 및 자문 역할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예산 편성, 법제화, 책임 조정 등을 동반한 실질적 이전 논의를 위해선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 추진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맹학균 환경부 통합허가제도 과장은 지난 3월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석포제련소 이전 논의를 환경부 단독으로 추진하긴 벅차다”며 “총리실 산하 범정부 TF를 구성해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환경부가 논의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상위 구조에서 추진 동력이 마련돼야 한다는 취지다.
실제로 현행법상 석포제련소와 같은 대기·수질 배출사업장은 반복 위반 시 사업정지 또는 허가취소가 가능하다. 「대기환경보전법」,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 「환경영향평가법」 등이 그 근거다. 사후 환경영향조사 결과가 기준을 초과할 경우 조업 제한도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사업장 폐쇄’가 극히 드물다. 헌법상 재산권 침해 논란을 동반하는 데다, 환경부나 지자체가 폐쇄 명령을 내릴 경우 기업은 행정소송과 집행정지를 통해 장기 대응이 가능하다.
행정부 입장에서도 ‘폐쇄 명령’은 지역 고용과 경제를 흔드는 정치적 부담을 수반한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는 ‘강제 폐쇄’가 아닌 ‘정부 주도 이전 TF’라는 해법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자발적 이전을 유도하고 제도적 보상 구조를 설계하는 절충적 해법이 현실적이라는 판단에서다.
◇ 다시 도는 제련소, 본격화하는 논의 테이블
최근 영풍은 조업 재개를 앞두고 지속 가능한 제련소로 거듭나겠다는 ‘4대 비전’을 밝혔다. 연간 1000억원 규모의 환경·안전 투자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자발적 선언만으로는 구조적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며 TF를 통한 공론장 내 논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의 움직임이 구체화되면 환경부와 총리실, 경북도 등 관련 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영풍도 이에 대응하는 전략 마련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환경·안전 투자계획을 중심으로 자발적 개선 노력을 강조해 왔지만, 이전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협의 테이블에 참여해 입장을 조율해야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영풍 측은 석포제련소 이전 TF 구성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