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美 제철소 설립 계획···포스코 투자 가능성 대두
미국 거점 확보·투자 재원 확보 ‘윈윈’ 기대
현대제철, 포항제철소 침수 피해 때 용선차 긴급 지원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대표 철강기업이 위기극복을 위한 승부수로 ‘합종연횡’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제철이 미국에 건설할 예정인 전기로 제철소에 포스코가 지분 투자를 고려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지분 투자로 이어진다면 국내 1·2위 철강 기업이 미국에 제철소를 지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장벽에 ‘원팀’으로 맞서는 첫 사례가 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현대제철의 미국 루이지애나주 제철소 지분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현지 투자 방안을 검토 중이다. 포스코 측은 미국 투자와 관련해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으로 확정된 사항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과거 두 철강사의 합동 대응으로 수많은 위기를 극복한 사례가 있는 만큼 실제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포스코는 장인화 회장 체제 출범 이후 미국 투자 방안을 다각도에서 검토했다. 현지 거점 마련으로 트럼프 정부의 관세 폭탄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다. 현대제철의 루이지애나 제철소에 투자를 한다면 큰 리스크 없이 지분 확보만으로 현지 거점을 확보하는 셈이 된다.

현대제철은 최근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연산 270만톤(t)을 생산하는 전기로 제철소를 건립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투자금은 총 58억달러(약 8조5000억원)로 현대차그룹이 절반을, 나머지는 외부 차입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에선 같은 산업군을 영위하는 포스코를 최유력 투자자로 본다. 포스코는 앞서 미국에서 직접 쇳물을 만들어 제품을 생산하는 ‘완결형 현지화 전략’을 도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는 반제품을 최종 제품으로 만드는 가공센터만 운영 중이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과거에도 위기 때마다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중국산 철강재가 국내 시장에 범람하던 2015년 두 철강사는 반덤핑 제소와 함께 품질 인증제 강화 등으로 국내 산업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힘을 모았다.

2021년에는 광양항과 평택·당진항 구간의 해운 인프라를 공유하는 복화운송을 실시하기도 했다. 철강업계 물류 부문의 첫 탄소중립활동 사례다. 복화 운송은 둘 이상의 운송 사업자가 계약을 맺고 여객이나 화물을 공동 운송하는 방식이다. 여객·화물의 공백을 줄여 물류비 절감은 물론 탄소배출량도 줄인다.

포스코케미칼과 현대제철의 협력도 인상적이다. 포스코케미칼은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1고로 개·보수 작업에 참여해 내화물설계와 공급, 내화물 해체 작업 등을 수행했다. 포스코케미칼이 포스코 포항·광양제철소를 비롯해 글로벌 시장에서 다수의 내화물 프로젝트 수행 경험치가 있어 현대제철이 포스코케미칼을 파트너사로 선정한 것이다.

2022년 9월에는 현대제철이 포스코 측에 큰 힘이 되기도 했다. 당시 태풍 힌남노로 냉천이 범람해 수해를 입은 포항제철소의 빠른 복구를 위해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에서 운영하던 용선운반차 5대를 긴급 제공하기도 했다. 포항제철소의 빠른 정상화를 위해서다. 쇳물을 운반하는 용선운반차의 지원으로 포항제철소가 철강 반제품을 빠른 시일 안에 차질 없이 생산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철강사의 협력은 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의 공유와 공동체 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대제철의 미국 제철소 지분 투자 역시 단순한 현지화 전략을 넘어 미국 관세 대응과 현지 수요 및 실적회복 등을 염두에 둔 방안으로 해석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철강이 우리나라의 기반 산업이라는 인식을 함께하며 과거 수많은 협력을 통해 성장해왔다”면서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에도 두 기업이 공동 대응해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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