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비아파트 인허가 물량, 2년 전 대비 80% 급감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서민의 주거사다리 역할을 해 온 빌라 등 비아파트 공급이 심각할 정도로 급감했다. 지난 수년간 깡통전세 등의 사회적 문제가 확산하며 기피현상이 심화된 영향인데, 업계에서는 공급물량이 감소할 경우 고스란히 주거비용 증가에 따른 중산층의 피해가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비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약 3800호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2년 2만7000호였던 점에 견주어보면 2년 새 80% 이상 급감한 수치다. 비아파트의 건설 물량이 급감한 것은 전국적인 문제다. 국토부에서 내놓은 ‘한눈에 보는 전국 주택건설실적’을 보면 올해 1월 전국의 비아파트 인허가는 1년 전 대비 30% 가까이 줄어들었다. 그러다보니 준공 역시 감소세다.
거래량도 줄었다. 올해 1월 비아파트 거래는 853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922건) 대비 반토막난 것이다. 같은 기간 아파트는 2만978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2111건) 대비 30.7% 감소하는 데 그친 점에 비하면 비아파트 거래시장이 더욱 싸늘하다.
이처럼 주택시장에서 비아파트가 자취를 감추게 된 배경으로는 2022년 발생한 전세사기가 꼽힌다. 빌라를 수십, 많게는 수백채까지 보유한 이른바 빌라왕들의 깡통전세가 문제가 된 이후 비아파트는 전세금을 떼일 수 있는 위험한 주거방식이라는 인식이 커졌다. 수요가 줄면서 투자가치도 떨어졌다. 공사비 상승 등으로 정비사업 기대감이 아파트보다 줄어든데다, 대출규제도 비아파트와 동일하게 적용되자 무리하더라도 아파트가 낫다고 판단하는 수요층이 증가한 것이다.
문제는 빌라 등 비아파트 공급물량이 급감할 경우 서민들의 주거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빌라는 그간 비싼 아파트를 대체할 서민의 주거사다리 역할을 해왔다. 서울시에 따르면 3월 서울 아파트 3.3㎡당 전세 평균가는 2519만원으로 관련 통계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다. 국민평형이라 불리는 전용 84㎡ 기준으로 환산하면 8억원 중반대다. 자금력이 넉넉지 않은 무주택 서민이나 신혼부부에게는 문턱이 높기 때문에 비아파트가 대체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실제 서울에서 거래된 전체 아파트 전세 평균가는 5억6000만원인 반면, 비아파트는 2억2000만원으로 아파트의 절반 보다도 낮다. 비아파트의 공급이 감소하면 결과적으로 비아파트 전월세 가격이 불안해지며, 이러한 상황은 주거시장의 불균형을 초래하다 결국 취약계층에게 더 큰 경제적 부담을 안겨준다.
업계에서는 빌라 공급이 줄면 그 피해는 주거비 부담이 늘어나는 서민의 몫이라며 정상화될 수 있도록 세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비아파트 공급 확대를 위한 세심한 정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며 “소규모 주택에 대한 세금 감면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과도한 건설 관련 규제를 완화해 빠른 공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