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올리브영 日 진출 등 신사업기회 적극 발굴 주문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새해 첫 글로벌 현장경영 국가로 일본을 택했다. 일본에서 이 회장은 글로벌 사업 확대 가능성을 모색하는 동시에 CJ올리브영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유통업계에선 지주사인 CJ와 CJ올리브영의 합병설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9일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이 지난 2일부터 사흘간 도쿄 지역을 방문해 현지 사업을 점검하고 일본 엔터테인먼트 및 유통·금융 업계 주요 인사들과 회동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일본지역본부를 방문해 사업 성과를 점검했다. 이번 현장경영에는 김홍기 CJ 주식회사 대표와 이석준 CJ 미래경영연구원장, 윤상현 CJ ENM 대표 등 그룹 사업 핵심 인사들이 동행했다.
이 회장은 “일본에 다시 불붙은 한류 열풍은 단순 유행이 아닌 K-컬처 글로벌 확산의 결정적인 기회”라면서 “비비고, 콘텐츠 등 이미 준비된 일본 사업들이 이 기회를 놓치면 안된다”고 말했다. 또 “현지와 글로벌 인프라 구축을 가속화해 경쟁력을 높이고, 세계 시장으로 빠르게 수요를 넓혀 글로벌 리딩 컴퍼니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회장은 현장 및 화상으로 참석한 경영진들에게 올리브영의 일본 진출 등 신사업 기회를 적극 발굴하고, 로컬 파트너들과 협력을 통해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
CJ올리브영은 지난해 일본과 미국 등을 글로벌 진출 우선 전략으로 선정하고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자체 브랜드의 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늘리고 글로벌몰 인지도를 높여 온오프라인 전방위로 사업을 확장하겠단 구상이다.
CJ올리브영은 지난해 매출 4조79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4.1%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077억원, 순이익은 4789억원이다.
유통업계에선 CJ올리브영이 본격 외연 확장에 나섰다고 분석한다. 업계 안팎에선 CJ올리브영의 IPO(기업공개) 보다 지주사 CJ와 합병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CJ올리브영이 지주사와 합병하면 CJ그룹 오너 4세들이 더 많은 지주사 지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오너 4세들의 승계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CJ올리브영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한국뷰티파이오니어 보유 지분 11.3%를 자사주형태로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한국뷰티파이오니어는 신한투자증권과 신한은행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이다. CJ올리브영은 SPC가 보유한 지분에 대해 3년 내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갖고 있었으나, 1년 만에 사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거래 완료시 CJ올리브영은 기존 11.29%에서 22.58%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업계에선 CJ올리브영이 안정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잉여 자금을 활용해 지분 확대에 나섰다는 관측을 제기한다. 이번 콜옵션 행사로 이자, 배당 등 수백억원 규모의 재무적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CJ그룹의 올리브영 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CJ올리브영 기업가치도 오르고 있다. 지난 2021년 글랜우드PE가 CJ올리브영 프리IPO에 나섰을 때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는 약 1조8000억원이다. 지난해 글랜우드PE가 엑시트한 금액을 기반으로 추정한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는 3조4500억원에 달한다. 현재 시장에선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가 5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CJ올리브영은 오너 4세들의 승계 지렛대로 거론돼왔다. 오너 4세들이 그룹 경영권을 승계받기 위해선 CJ 지분을 늘려야하기 때문이다. 다만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과 장녀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이 보유한 CJ 보통주는 각각 3.2%, 1.47%에 불과하다.
다만 오너 4세들은 CJ올리브영 지분을 다수 보유 중이다. 이선호 실장은 11.04%를 보유 중이고, 이경후 실장은 4.21%를 갖고 있다.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가 치솟고 있다는 점에서 CJ와 CJ올리브영 간의 합병이 승계에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분석되는 이유다.
현재로서 양사의 합병은 CJ가 CJ올리브영을 흡수합병하고 CJ올리브영 주주들은 올리브영 주식과 CJ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자사주 매입으로 주주들의 실질 지분율이 상승하고, CJ올리브영 기업가치가 오르는 만큼 기존 주주들이 합병시 확보할 CJ 지분은 더 늘어나게 될 전망이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CJ올리브영의 자사주 매입에 따른 최종적인 지분구조 변화는 CJ그룹의 최상위 지배구조 변화와 관련이 있다”면서 “과정의 복잡성과 세금 이슈 등을 고려할 때 CJ올리브영의 IPO 보다는 시장에서 기대하는 CJ와의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한 합병 가능성을 좀 더 높게 전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