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취하·기일 변경 사례 늘어
집값 상승에 매매 변제 유리 판단
토허제 여파로 경매 매물 ‘귀한 몸’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최근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아파트 경매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경매 취소 사례가 크게 증가했다. 집값이 상승하면서 경매 감정가보다 매매를 통한 변제가 유리하다는 판단에서 집주인들이 전략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5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제가 발효된 3월 24일부터 4월 4일까지 강남3구와 용산구 아파트 경매 기일 33건 중 11건(33%)이 취하되거나 기일이 변경됐다. 취하 사례는 5건, 기일 변경은 6건이었다. 취하나 기일 변경은 채무자가 경매 기일 전에 빚을 갚거나 채권자와 합의해 법원에 신청함으로써 이뤄진다. 법원은 이를 검토해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경매 절차를 취소하거나 연기한다.

채무자들이 경매를 거둬들인 건 아파트 가격 상승과 연관이 깊다. 올해 들어 강남3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대비 평균 11.6% 상승했으며 용산구는 8.5% 올랐다.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채무자들이 경매보다 직접 매매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확대 시행된 후에도 강남 3구와 용산구 집값은 상승세를 나타냈다. 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5년 3월 다섯째 주(지난달 31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초구는 지난주 0.28%에서 이번주 0.16%, 강남구는 같은 기간 0.36%에서 0.21%로 오름폭이 축소됐지만 서울 평균 상승률(0.11%)을 웃돌았다. 송파구는 지난주 0.03% 하락했다가 이번주 0.28% 상승으로 전환됐고, 용산구는 0.18%에서 0.20%로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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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98㎡는 경매일(3월 31일)을 나흘 앞두고 취하됐다. 감정가는 27억7000만원으로 지난해 1월 집값이 하락할 때 책정된 금액이었다. 그러나 최근 동일 면적 매물이 32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집값 상승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 감정가로 경매를 진행할 경우 낙찰 후에도 채무 변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만큼 채무자가 매매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서초구 반포르엘, 신반포자이, 강남구 압구정동 미성2차 등도 경매가 취소됐다. 이들 물건 역시 지난해 하락기에 감정가가 산정돼 실제 시세와 차이가 있었다. 업 관계자는 “채권자 입장에서도 감정가 기준으로 변제금을 회수하는 것보다 채무자가 매매를 통해 더 높은 금액으로 채무를 상환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매 신청 후에도 집값이 급등하면서 양측 모두 취소에 동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경매가 진행된 물건들은 높은 낙찰가를 기록하고 있다. 잠실 우성아파트 전용 131㎡는 지난달 31일 감정가(25억4000만원)보다 6억 이상 높은 31억7640만원에 낙찰됐다. 지난 1일 경매로 나온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도 최저 입찰가(40억8000만원)를 크게 웃돈 51억2999만원에 낙찰됐다.

이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아파트를 경매로 매입할 경우 실거주 의무가 없어 전세를 놓을 수 있다는 점이 투자자에게 매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에 따르면 ‘민사집행법에 의한 경매’는 토지거래계약 허가 대상에서 제외된다.

강남3구와 용산구 아파트 경매 낙찰률은 올해 초 60%에서 최근 70%로 상승했다. 평균 응찰자 수도 5.8명에서 11.9명으로 크게 늘었다. 경매 물건이 희소해지면서 전월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아파트에 투자자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선 강남3구와 용산구 아파트 경매 물건이 앞으로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경매 취소로 인한 매물 부족이 지속될 경우 경매 시장의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낙찰가율이 지속해서 오를 수 있다”며 “이에 따라 경매를 통한 저가 매입 기회가 줄어들어 투자자들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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