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담당 장두현 대표, 2월 사임···오너 3세 김정균, 단독대표 맡아
일부 업체 ‘카나브’ 제네릭 출시로 부담···김 대표, 필수약에 관심
올해 본격 우주사업 개시 관측···“제약과 우주 현명하게 안배해야”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홀로서기에 나선 김정균 보령(옛 보령제약) 대표가 제약과 우주사업을 어떻게 조화시켜 1조원을 돌파한 매출을 더 성장시킬 지 주목된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정균 보령 대표는 창업주 김승호 명예회장 외손자이자 김은선 회장 장남이다. 1985년생으로 미시건대학교를 졸업하고 중앙대 의약식품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그는 삼정KPMG를 거쳐 2014년 보령에 이사대우로 입사했다. 2017년 1월부터 보령홀딩스 사내이사를 지낸 그는 2019년 12월 보령홀딩스 대표이사에 선임됐으며 2022년부터 보령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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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경력의 오너 3세 김 대표와 그동안 각자 대표를 맡아왔던 장두현 대표는 지난달 하순 사임했다. 이에 김 대표가 단독으로 회사를 책임경영하게 됐다. 지난 20여 년간 김승호 보령 명예회장과 김은선 보령홀딩스 회장은 전문경영인과 각자 대표 체제를 유지해왔다. 보령은 오너 단독대표를 오랜만에 도입하게 됐다.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장두현 전 대표는 단순한 전문경영인이 아니라, 김 대표의 미시건대 선배로 보령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며 “당분간 그의 공백을 메꾸는 데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두 명의 각자 대표 체제에서 김 대표는 제약사업을 비롯한 신성장투자에, 장 대표는 제약사업 살림살이를 담당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결국 장 대표가 보령을 떠난 상황에서 김 대표가 우주사업과 제약사업을 더욱 직접적으로 아울러야 한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임종래 부사장 등 김 대표를 보좌하는 임원이 다수지만, 그들은 각 부문을 책임지고 있으며 제약사업을 지휘하며 큰 그림을 그리는 인물이 보령에 필요하다”면서 “이제 그 역할을 김 대표가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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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은 지난해 1조171억원 매출과 영업이익 705억원을 올려 전년대비 각각 18.3%와 3.2% 성장했다. 보령의 연매출 1조원 달성은 작년이 처음이다. 이에 김 대표는 우선 제약사업에 주력할 것으로 파악된다.

보령이 개발한 국산신약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패밀리’는 지난해 1470억원의 내수 실적을 기록했다. 2023년 1520억원에 비해 다소 하락한 수치를 기록했다. 수출의 경우 2023년 31억원이 2024년 39억원으로 늘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부 제약사들이 카나브 제네릭(복제약)을 출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보령 입장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그동안 고혈압 치료제 시장에서 카나브는 우수한 효과와 국산신약이라는 장점으로 활발하게 영업해 왔다”며 “일단 제네릭이 출시되면 카나브 매출에도 영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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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HK이노엔과 공동판매하는 ‘케이캡’ 역시 전년대비 24.4% 증가한 1969억원의 처방을 기록했다. 정확한 매출을 파악하기 힘들지만 보령의 2024년 1조원 매출 달성에 역할을 한 것은 확실하다는 분석이다. 항암제 역시 보령 제약사업 핵심으로 꼽힌다. 지난해 매출은 2413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1000억원을 돌파한 매출은 2023년 2000억원을 넘어서며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였다.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김 대표가 제약사업에서 필수의약품 개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보령은 항생제와 세포독성항암제 생산 인프라를 활용하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동안 김 대표가 집중해왔던 우주사업도 눈길을 끌고 있다. 보령의 우주사업 투자 건수는 총 11건으로 추산된다. 2022년 미국 액시엄스페이스에 6000만달러(755억원)를 투자하며 사업을 시작한 보령은 2023년 액시엄스페이스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기도 했다. 올해는 우주사업에 본격 뛰어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 관계자 E씨는 “보수적 경향이 강한 업계에서 보령 우주사업에 대해 긍정적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김 대표 역할은 제약사업과 우주사업을 현명하게 안배해 경영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결국 그동안 전문경영인과 공동경영해왔던 보령을 김 대표가 단독으로 맡은 상황이다. 연매출 1조원 규모 제약사를 40세의 오너 3세가 어떤 방식으로 이끌어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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