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책임감 있는 태도 필요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의결은 무책임하고 반기업적인 처사이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와의 부처 간 밥그릇 다툼의 희생양 만들기다.”
공정위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를 상대로 114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두고 안정상 전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이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12일 통신3사에 판매장려금 담합했다며 114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특정사업자에게 번호이동 가입자가 쏠리지 않도록 판매장려금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제한했단 이유다. 공정위는 번호이동을 이런 조치가 소비자 피해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통신3사는 주무부처인 방통위의 행정지도에 따라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단통법)’을 준수했을 뿐인데, 공정위가 이를 담합으로 간주한 것을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통신3사는 2014년 12월 방통위로부터 과도한 판매장려금 지급을 문제 삼아 제재를 받은 뒤 자율규제의 일환으로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와 함께 시장상황반을 운영해왔다.
통신3사는 상황반에 참여하면서 각 사의 번호이동 상황, 판매장려금 수준 등에 대한 정보 공유하고, 번호이동 가입자 순증가 또는 순감소 건수가 특정 사업자에게 과도하게 편중될 편중되지 않도록 조정하자고 합의했다.
공정위의 판단대로 이같은 행위가 담합이라면 방통위가 사실상 담합을 주도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방통위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은 KAIT가 시장상황반을 운영했고, KAIT 담당자가 방통위에 진행상황을 수시로 보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통법과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한 통신3사의 보조금, 판매장려금, 이용자 차별 등의 문제는 방통위가 주무기관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단 게 안 전 수석의 설명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10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은 통신3사는 답답함을 토로한다. 주무부처인 방통위의 지도에 따르지 않으면 ‘단통법 위반’으로, 따랐더니 ‘담합’으로 과징금이 부과되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냐는 것이다.
통신3사는 ‘이중 처벌’에 해당하는 공정위 과징금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에 나설 방침이다. 그러나 법원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 통신3사는 ‘불법 담합 사업자’란 오명에 막대한 소송 비용까지 떠안게 됐다. 정작 주무부처인 방통위는 공정위 과징금 처분 이후 별다른 의사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몇차례 소명 절차에서 공정위를 설득하지 못한 책임이 있음에도 제3자인냥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방통위는 지금이라도 공정위와 밥그릇 싸움에서 벗어나 공정한 규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책임감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이드라인에 따라 통신3사가 준법행위를 함으로써 오히려 피해를 입게 됐기 때문에 방통위는 공정위의 부당한 처분을 방어하고 고유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안 전 수석의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